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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바이든 시대는 북한 비핵화의 호기

조 바이든 시대는 한반도 평화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다. 도전의 요인은 두 가지다.

먼저 북한 비핵화의 정책 순위가 밀릴 가능성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 문제를 비핵화보다 훨씬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올해 여름 진행된 퓨리서치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73%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2019년의 50%에서 2020년 77%로 1년 만에 27% 포인트나 증가했다. 지금의 중국이 3년 전 북한과 같은 셈이다. 다수의 미국 전문가도 더 늦기 전에 중국을 바꾸어야 한다며 대중 압박과 견제가 바이든 정부의 최우선 정책 순위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과 북한의 시간 계산이 다르다는 것도 도전이다. 제재라는 보검을 쥔 미국의 시계는 천천히 간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가 단기간에 풀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제재 효과가 쌓여야 그 가능성이 커진다고 믿는다. 따라서 북한 문제는 일단 제쳐두려 할 수 있다. 특히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신정부의 특성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반면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외치는 김정은의 시계는 빨리 간다. 그렇게 말하는 자체가 급하다는 신호다. 천신만고 끝에 핵을 개발했지만 지금 그 효용은 제로에 가깝다. 반면 제재가 경제에 미치는 고통은 매일, 매시간 느껴진다. 김정은의 마음이 급하지 않을 수 없다.



바이든 시대가 가져올 기회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외교 전문가다. 상원 의원 자격으로 지금부터 40여 년 전인 1979년에 소련 총리 코시긴을 만나 핵 문제를 논의했을 정도로 핵과 외교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북한과 협상을 한다면 그는 쇼 없이 실제 성과를 낼 목적으로 임할 것이다. 또 트럼프 정부와 달리 각 부처를 아우르는 통합된 비핵화 방안을 만들고, 동맹국의 힘과 자원을 결집하여 이를 일관되게 추진하려 할 것이다. 바이든 시대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은 우리에게도 소중한 자산이다.

한미는 북한 리스크는 줄이면서 비핵화 가능성은 극대화하는 전략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먼저 미국은 북한 문제의 긴급성을 인식하고 신정부의 진용이 갖추어지기 전이라도 대북 특사를 임명해 협상에 대비해야 한다. 북·미 협상이 마냥 지연될 경우 악화일로의 경제 상황 때문에 북한이 크게 도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국은 관광과 근로자 고용 등으로 북한의 외화벌이를 도왔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이런 사업이 어려워졌다. 중국이 식량·비료를 지원할 수는 있지만 유엔안보리 제재를 보란 듯 위반하며 북한을 돕기는 어렵다. 이로 인해 미·중 갈등이 증폭되면 중국이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산업이 무너지고 외화가 고갈되면 김정은은 거세게 반발할 수 있다.

최근 북한 환율의 움직임도 비정상적이다. 복수의 출처에 따르면 북한 원화 대비 달러와 위안화의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1달러에 8000원대였던 환율이 6000원대로 떨어졌으며 1위안의 가치도 1200원에서 800원대로 하락했다. 만약 북한에 외화가 부족하다면 북한 화폐가 절하돼야 정상이지만 반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북한 정권이 의도적으로 이런 충격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장에서 달러나 위안화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어렵게 만들면 북한 원화의 수요가 올라 원화 강세가 된다. 외화가 부족한 정권은 이 틈을 노려 주민 보유 외화를 싼값에 사들일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시장 활동을 통제하지 않았던 북한 정권이 이런 정책을 써야 할 만큼 외환 사정이 어렵다는 방증일 수 있다.

우리는 바이든 시대를 북한 비핵화의 호기(好機)로 만들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의 기반 위에서 우리의 지정학적 고민을 미국과 공유하고 북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한다. 반면 선(先) 개별관광, 종전선언처럼 곁다리 대북정책을 고집할수록 바이든 정부는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를 더욱 낮추려 할 것이다. 바이든 시대는 우리 대북정책의 리셋을 요구한다. 이념과 관성에 따른 대북접근은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김병연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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