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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착한 여행'을 아시나요

[LA중앙일보] 발행 2009/08/06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09/08/05 20:14

이종호/편집2팀장

여행이란 수명 다한 배터리를 다시 충전하는 것과 같다. 지친 일상에 여행만큼 확실한 '삶의 링거'는 없다고도 했다. 그래서일까 여름이면 누구나 한번쯤 일상탈출을 꿈꾼다.

시간 많고 도전 정신 넘치는 젊은이라면 배낭여행이 제격이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어서다. 고생은 되지만 보고 듣고 배우는 것도 많다.

이게 부담스럽다면 패키지 여행도 있다. 준비다 뭐다 머리 싸맬 일 없이 여행사서 짜 놓은 상품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애써 일정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꼭 봐야 할 곳 놓칠 염려도 없다. 비용이 조금 더 들 수도 있지만 따져 보면 오히려 더 저렴할 수도 있다.

그래도 미국에선 역시 자동차 여행이다. 광활한 자연을 만끽하며 직접 차를 모는 것이야 말로 이 땅에 사는 재미다. 하루 몇 백 마일 운전이 고될지언정 그런 수고가 오히려 추억이 된다.

한국처럼 공부 삼아 떠나는 답사여행도 나쁘지 않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한반도는 전 국토가 박물관임을 일깨웠다. 그리고 '아는 만큼 보이고 볼 줄 알면 더 사랑하게 된다'는 유명한 말도 남겼다. 사람들은 이 말을 금과옥조 삼아 방방곡곡을 누볐다.

그러나 지나침이 문제였다. 유명하다 싶은 곳은 어디나 몰려드는 여행객들로 몸살을 앓았다. 주민들의 삶이 방해받고 생업까지 바뀌곤 했다. 여행이 과시가 되고 소비가 되고 일회성 이벤트가 되면서 빚어진 부작용이었다.

여행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가느냐다.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누구랑 보느냐다. 그런 점에서 요즘 뜨고 있는 '착한 여행'에도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착한 여행이라니? 원래는 10여년전 영국에서 공정여행(Fair Travel)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즐긴 몫은 그 땅을 지켜 온 현지인들에게 돌아가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밥 한 끼를 먹더라도 대기업 프랜차이즈나 패스트푸드가 아닌 지역 식당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무슨 특별한 방법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가능한 한 작은 규모의 숙소를 이용하고 여행지의 특색이 배어 있는 체험거리나 축제 현장을 찾아보면 된다. 현지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도 먹어 보고 그 지역 특산물도 한두 개 쯤 사 본다. 그렇게 함으로써 여행지의 삶의 모습을 훼손하지 않고 환경과 인권과 생명을 생각하는 여행을 하자는 것이다.

얼마전 나도 가족과 함께 4박5일 여행을 다녀왔다. 자이언 캐년 브라이스 캐년 세도나를 돌아오는 코스였다. 소박한 숙소에 묵어 가며 매일 4~5시간 정도씩 운전을 했다. 명승지 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 차를 세워 동네 구경도 했다. 길가 노점도 들렀고 때로는 사람도 만났다.

돌이켜 보니 100% '착한 여행'은 못되었지만 비슷하게는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아이도 좋아했고 나 역시 과거 어떤 여행보다 얘깃거리 추억거리가 많이 쌓였던 것 같다.

시인 천상병은 인생을 여행에 빗대어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고 노래했다. 잠시 왔다가는 이 땅의 삶 흥청망청 쓰고 정신없이 둘러보는 여행이 아니라 돌봄과 나눔으로 채워진 '착한 소풍'이 되기를 꿈 꾼 것이다.

나는 그의 시가 우리 모두의 소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훗날 우리의 삶도 그렇게 '착한 여행'이었노라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여행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일상이 되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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