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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 특집 인터뷰]“장애인 돕는 삶에 감사”

하동란 재활공학 박사
‘전설적인 검사’ 하일부 선생 딸

많은 사람이 가진 다양한 장애는 일상생활에 불편을 준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불가능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미국에서 장애인 인권에 대한 변화가 불일 듯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1990년 장애인법(ADA, The Americans with Disability Act)이 통과되면서부터다.
이 법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장애인법은 1964년 제정된 시민법(The Civil Rights Act)과 종종 비교되기도 한다.
시민법은 인종, 종교, 성별, 국적을 떠나 차별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명시하며 사회적으로 팽배하던 백인 남성 위주의 인식을 변화시킨 끝에 소수계의 사회 참여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너무 안타까워요” 몰라서 못 받는 혜택과 도움
신체, 정신, 발달 등 장애의 종류와 정도가 각각 다른 만큼 장애를 가진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보조 기술(Assistive Technology)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재활 공학 분야는 상상하지 못했던 도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은 물론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에게도 보조/재활 공학은 생소한 분야다.


미국에서 2000년대 초반 재활 공학 분야를 개척하다시피 한 하동란(로즈메리 하, 사진) 박사는 올 초 10년을 재직했던 메릴랜드 주 교육국 산하 재활 서비스부(DORS, Division of Rehabilitationn Services)를 떠나 직접 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장애를 가진 성인이나 학생들이 여전히 보조 기술 제품과 프로그램들을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며 불편을 견디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하 박사는 “예전에는 장애를 고치려고 했다. 하지만 요즘엔 안 되는 것을 억지로 고치는 것이 아니라 보조 기술을 통해 타고난 능력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할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왼손잡이 아이를 야단쳐가며 오른손잡이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왼손잡이용 가위, 책상 등을 만들어 ‘다름’을 인지하고 그에 맞춰 환경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장애인을 대하는 사회 인식을 변화시켜온 장애인법의 영향이 극대화됐다고 봐도 손색이 없다.

▷아직 갈 길 멀어
하동란 박사가 도어스(DORS)부서에서 담당한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진단/평가다.
케이스를 맡을 때마다 장애의 종류, 정도는 물론 당사자가 처한 상황을 가능한 한 포괄적으로 제대로 파악해야 가장 효율성이 높은 기기/프로그램/소프트웨어를 매칭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기 선택이 끝나면 구입, 설치, 트레이닝까지 보통 6개월 정도를 할애하게 된다.
기억에 남는 케이스로 뇌성마비 학생을 꼽았다. 컴퓨터로 타이핑을 하기 위해 ‘헤드 컨트롤 마우스’ 사용법을 가르치는 과정에만 6개월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하 박사는 “그 친구는 스포츠 저널리스트가 꿈이었다. 보조 기기를 사용해 스스로 글 쓰는 것이 가능해질 때, 그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처럼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가능한 시대에 SNS상에서 ‘장애’는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그들을 가두는 벽이 아니다.
이처럼 한 개인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을 만들어주던 일터를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개인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거대 조직의 상명하복 생리가 점점 숨통을 조였기 때문이다.
하 박사는 “도어스 부서의 수장이 바뀌면서 서비스를 받는 사람의 개인적 특성에 대한 배려가 점점 줄고, 학교나 직장에서 이들을 담당하는 필드 카운셀러가 추천한 것만 빨리 처리해서 넘기라는 식으로 업무가 진행되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필드 카운셀러는 보조 기기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나 사용법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정작 장애인 당사자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 기기를 추천할 수도 있다.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생략된다면 그 모든 과정의 노력이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끝없이 솟아나는 열정
하동란 박사가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오면서 염두에 둔 직업은 국제변호사라고 한다.
한국 법조계에서 ‘전설적인’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는 하일부 전 검사가 아버지인 탓에 자연스럽게 맘에 담은 진로였다. 그러나 막상 진학할 때는 카네기 멜론 대학의 화공학과를 선택했다.
수학과 과학을 워낙 좋아하고 잘한 덕분에 진학 상담 교사가 공학/과학을 전공해 특허 변호사가 되면 좋지 않겠냐고 추천했기 때문이다.
하 박사는 “화공학에서 토목 공학으로 바꿔 학부를 마치고, 피츠버그 대학에서 구조 공학으로 석사를 마쳤다”며 “대학원 진학할 때 학부 전공 교수님이 인근 피츠버그대에 재활 공학과가 신설되는데, 거기서 공부를 이어가면 좋겠다고 추천하셨다”라고 말했다.
신설된 과에 모인 인재는 의사, 물리치료사, 직업/작업 치료사 등이었는데, 재활에 필요한 장비를 연구하기 위해선 공학도가 꼭 필요했던 것이다. 하 박사는 ‘휠체어’ 연구로 학위를 취득했다. 그때 쌓은 모든 지식이 현재 특수 보조 기기에 대한 폭넓은 이해의 바탕이 됐다.
홍채 인식 마우스의 경우 게임 회사에서 개발한 것에 장애인을 위한 기능 추가/개선을 직접 추천할 정도로 기기의 퀄리티에 대해선 끊임없이 연구자의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현실은 현실
한국에 비하면 미국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대우는 훨씬 높은 수준이지만, 재활 공학과 보조 기술 및 장비에 대해선 여전히 홍보가 부족하다.
교육법에 따라 교육국에서는 장애를 가진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또는 대학 진학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에 있다.
성인이 됨에 따라 서비스 담당 주체가 공립학교 시스템에서 도어스(DORS)로 바뀌기 때문이다. 하 박사는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달라진 수업 강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보조할 수 있는 기기와 프로그램들이 많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몇 달을 수업을 듣느라 고생하다가 나중에 소문을 듣고 찾아온다”며 “11~12학년 때 꼭 미리 알아보고 준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어스는 연방과 주 정부로부터 재정을 지원받는 프로그램이다. 비용이 없는 서비스도 있고, 인컴 수준에 따라 본인 부담 비용이 산정되기도 한다. 주력 업무는 취업 관련 서비스다.
하 박사가 고군분투하며 지난 3월 설립한 ‘테크에이블-AT’는 안타깝게도 코비드-19의 직격탄을 맞아 소강상태다. 그 때문에 계획에도 없던 남는 시간을 활용해 기기/소프트웨어/어플(앱) 소개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동영상을 접한 구독자들의 요청이 있어 한국어 버전도 만들었다. 사업과는 별개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보조 기기에 대해 알게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음성인식 프로그램, 텍스트 낭독 프로그램, 강의 필기 보조 앱, 화상 키보드, 안구 마우스, 헤드 마우스, 대체 키보드/마우스 등 맞춤 기능성 기기부터 장애와 상관없이 좀 더 폭넓은 층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스케줄 관리, 정리/메모 앱 사용법이 자세하게 설명돼 있다.
▷사이트 https://www.techable-at.com/hangugeo/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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