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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감찰 검사 양심선언 "판사문건 죄 안된다 썼는데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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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입력 2020/11/28 22:19 수정 2020/11/29 02:15



2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은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와 관련해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판사 불법사찰 문건의 심각성과 중대성 등을 고려해 조치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 앞에는 윤 총장을 응원하는 대형 배너가 세워졌다. [연합뉴스·뉴스1]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업무를 담당한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가 29일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윤 총장에 대한 수사 의뢰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삭제됐다고 양심선언 했다. 이 검사는 지난 17일 대검을 찾아 윤 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 조사를 요청한 평검사 2명 중 한 명이다. 윤 총장 감찰 조사에 참여한 평검사가 직접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의 문제점을 밝힌 글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 검사는 이날 오후 2시께 검찰 내부망에 "파견 명령을 받았을 때 감찰담당관실에서 해야 하는 업무의 성격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며 "그래도 이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법률가의 입장에서 정확하게 사건을 보고 어느 곳으로도 치우침이 없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리를 검토하면 법적으로 올바른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사유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에 대해서 본인이 법리 검토를 담당했다고 털어놨다. 이 검사는 "문건을 접수하고 처음으로 법리 검토를 시작해 그 후 한 차례 수정할 때까지 감찰담당관실에서 확인한 내용은 문건의 전달 경로가 유일했다"며 "문건에 기재된 내용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여부에 대해 판시한 다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감찰담당관실에 있는 검사들도 제 결론과 다르지 않아 그대로 기록에 편철했다"고 밝혔다.

이 검사는 해당 문건 작성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결정이 내려졌다고 했다. 이 검사는 "지난 24일 문건의 작성 경위를 알고 있는 분과 처음으로 접촉을 시도했고, 그 직후 갑작스럽게 총장님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결정이 내려졌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4일 오후 6시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와 징계 청구 조치를 발표했다.

이 검사는 "성상욱 (고양지청) 부장님이 검사 게시판에 올린 글을 읽어보았는데,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 부분만 제 추정과 달랐고 대부분의 내용이 일치했다"고도 설명했다. 성 부장은 윤 총장의 판사 사찰 의혹을 제기한 시점인 지난 2월 대검찰청 수사정보2담당관으로 재직했다. 그는 지난 25일 검찰 내부망에 "자료 작성은 컴퓨터 앞에 앉아 법조인 대관과 언론 기사, 포털 사이트와 구글을 통해 검색한 자료를 토대로 했고, 공판 검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화로 문의했다"며 "마치 미행이나 뒷조사로 해당 자료를 만든 것처럼 오해되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글을 썼다.

이정화 검사는 본인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합리적 설명 없이 내용이 삭제됐다고 폭로했다. 이 검사는 "(윤 총장에 대한) 수사 의뢰를 전후해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거나 내용상 오류가 존재한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그런 상태에서 제가 작성한 보고서 중 수사 의뢰 내용과 양립할 수 없는 부분은 아무런 합리적 설명도 없이 삭제됐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법리검토 보고서, 감찰기록에 그대로 편철"
법무부는 이 검사가 글을 올리고 2시간 뒤 반박 입장을 냈다. 법무부는 "문건이 그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작성을 지시하고 감독 책임을 지는 검찰총장의 직무상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징계 사유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었다"며 "다만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엄격히 적용돼 무죄 판결도 다수 선고되는 등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견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법무부는 유사한 판사 사찰 문건이 더 있을 가능성 때문에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무부는 "현재까지 확보된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 이외에도 유사한 판사 사찰 문건이 더 있을 수 있는 등 신속한 강제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며 "그 심각성을 감안할 때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와는 별도로 강제 수사권을 발동해 진상을 규명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 수사 의뢰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 삭제 의혹에 대해서는 "보고서의 일부가 누군가에 의해 삭제된 사실이 없다"며 "파견 검사가 사찰 문건에 관해 최종적으로 작성한 법리검토 보고서는 감찰기록에 그대로 편철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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