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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 따라도 개혁” 문 대통령, 검찰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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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입력 2020/11/30 07:18 수정 2020/11/30 13:37

“소속 집단 이익 아닌 선공후사를”
윤석열 감찰·징계위 앞두고 발언
검사들의 집단행동 겨냥한 듯
야당 “대통령, 검찰 백기투항 종용”

여권 고위 관계자 “정 총리 발언에
문 대통령, 고민 많습니다고 답해”
총리실 일각 “윤 총장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한 뒤 마스크를 쓰고 있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를 강조해 검찰을 향한 우회 경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로 위기를 넘어,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진통이 따르고 어려움을 겪더라도, 개혁과 혁신으로 낡은 것과 과감히 결별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윤석열 직무배제’ 이후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날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나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은 “공직자들의 마음가짐부터 더욱 가다듬어야 할 때”라면서 “과거의 관행이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급변하는 세계적 조류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개혁 대상으로 검찰을 지목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날 ‘선공후사’ ‘관행’ ‘낙오’ 등의 발언은 추 장관의 검찰총장 직무배제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검찰을 향한 우회 경고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또 “어느덧 (한국이) G7(주요 7개국) 국가들을 바짝 뒤쫓는 나라가 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께서도 느끼고 계실 것”이라며 “혼란스럽게 보이지만 대한민국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국민들께서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검찰 개혁이라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공교롭게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윤 총장 거취를 좌우할 운명의 한 주 첫날에 나왔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가 윤 총장 직무배제 처분 효력 정지 여부 심문을 했고,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윤 총장 감찰 타당성 논의(12월 1일),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윤 총장 징계 여부와 수위 결정(2일)이 이어진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는 “이미 대통령의 입장이 나와야 할 시기는 놓치고 절차를 통한 윤 총장의 거취를 결정하는 수순에까지 돌입하게 된 상황”이라며 “특히 이날 발언이 향후 법원의 판단과 감찰위·징계위의 결정 직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방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오랜 침묵 끝에 나온 메시지는 결국 검찰을 향해 스스로 정권 앞에 굴복하고 백기투항하라는 종용”이라며 “윤 총장의 직무배제 집행정지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기에 더욱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관련 절차들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당 조수진 의원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오랜 침묵 끝에 유체이탈식 발언만 내놨다”고 꼬집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슬슬 본색을 드러내죠? 이게 탁현민(청와대 의전비서관)의 화장에 감추어져 있던 그(문 대통령)의 민낯입니다”라고 썼다.

“정세균, 문 대통령 만나 추미애·윤석열 동반퇴진 건의”




직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검찰총장의 복귀 여부를 판단할 법원의 심문이 30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됐다. 윤 총장 측 법률 대리인인 이완규(오른쪽)·이석웅 변호사가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앞서 정세균 총리와 주례회동을 갖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및 윤 총장의 징계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정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두 사람의 갈등으로 정국 운영에 큰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윤 총장의 자진 사퇴가 바람직하지만, 물러나지 않는다면 추 장관과의 동반 사퇴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저도 고민이 많습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총리실 일각에선 “정 총리가 얘기한 건 윤 총장이지, 절대 동반 사퇴가 아니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처럼 전언이 엇갈리는 걸 두고 여권에선 “청와대에서 추 장관까지 함께 물러나게 할 의사가 없다는 걸 확인한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법정으로 향하는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우상조 기자





‘추·윤 갈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리전은 이날도 이어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란(檢亂)으로 불리는 검사들의 집단행동은 여러 번 있었는데, 검찰의 반성과 쇄신보다는 조직과 권력을 지키려는 몸부림으로 국민의 기억에 남아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추 장관과 민주당 일각에서 윤 총장을 꼭 내쳐야겠다고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간 지 74시간 만인 이날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과 면담이 이뤄졌다. 윤 총장 직무배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묻는 이들 의원의 질의서가 문 대통령에게 전달됐느냐는 질문에 최 수석은 “전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성민·김기정·이병준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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