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펫팸] 반려동물이 하는 말 알아듣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그들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한 마리의 개, 고양이와 함께했다면 대충은 그들의 짖는 소리, 야옹 소리의 미묘한 차이는 구분할 수 있다. 똑같은 ‘멍멍’ 소리에도 주인이 귀가해서 반갑다고 짖을 때와 낯선 사람을 만나 경계할 때의 짖음은 확연히 구분된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야옹’ 소리에는 여러 가지 뜻이 내포되어 있다. 배고파서 사료를 원할 때나 닫힌 주인 방 앞에서 문 열어달라고 할 때, 낯선 사람의 만짐에 기분 나쁨을 표현할 때도 모두 ‘야옹’이라는 언어를 쓰지만, 소리의 높고 낮음이 다르고 가냘픔과 둔탁함이 다르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왜 그들이 짖고 우는지’ 도대체 모를 때가 있다.

물론 예전부터 그들의 언어를 사람의 언어로 번역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포털에 ‘강아지 말 번역기’ ‘고양이 언어 통역기’ 등으로 검색을 하면 다양한 기계와 앱이 소개된다. 사용자 후기를 읽어보면 아직은 번역기와 통역기는 갈 길이 멀다. 그런데 얼마 전 아마존에서 알렉사를 연구했던 엔지니어가 고양이 말 통역 앱을 하나 선보였다. 이 앱의 가장 큰 특징은 고양이 울음소리를 9가지 의미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Feed me, Let me in or out, I am angry, Hello there, I am hunting, I am in pain, I am resting, Mommy!, I am in love’ 등이다. 고양이들은 각자 유니크한 발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앱의 기존 데이터에 의존한 일반화된 통역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앱의 경우 ‘머신러닝’ 기능을 이용해서 내 고양이의 울음소리와 그들이 원하는 바를 계속 입력해줌으로써 내 고양이의 특화된 번역을 만들어갈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단점은 고양이를 강제로 울게 할 수도 없고 울음소리가 들릴 때 발 빠르게앱을 작동시켜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여튼 개발자가 현재의 앱은프로토타입이지만목끈 형태로 발전시켜 고양이 울음소리를 ‘동시통역’ 하고 싶다고 하니 한번 기대해보자.

반려동물은 짖는 소리와 울음소리만으로는 사람의 언어만큼 다양한 뜻을 전달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그들은 눈·코·입·귀·발·꼬리·온몸을 이용해서 그들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에 관련해서는 다양한 서적이 나와 있으니 한번 정독해 보면 나의 반려동물이 행동으로 전하는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 예로, 고양이가 ‘천천히 눈을 깜박이며 마주 볼 때’는 적의가 없다는 신뢰의 대상에게 보내는 신호라고 한다. 또한 고양이가 ‘몸을 뒤로 젖히고 배가 위를 보고 있는 행동’을 할 때는 기분이 좋은 것이 아니라 공격 또는 방어의 의미라 하니 조심해야 할 듯하다.

반려동물을 오랜 기간 키우면 반려동물과 보호자는 어느 정도 서로의 말과 뜻을 이해하게 된다. 말없이 밥그릇 앞에 앉아있으면 ‘Feed me’, 장난감을 물고 와서 빤히 쳐다보면 ‘Play with me’, 문 앞에목끈을 가지고 와서 앉아있으면 ‘Take me for a walk’이다. 반려동물도 보호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사람 언어의 톤을 느껴서 부드러운 톤일 때는 다가가고 성난 톤일 때는 슬금슬금 피한다. 그래도 뭔가 번역기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번역기 앱처럼 우리의 뇌를 ‘머신러닝’ 시키자. 그들의 짖는 소리와 울음소리를 그들이 원하는 행동과 잘 매치시켜 반복해서 잘 기억한다면 어느 앱못지않을 것이다. 오늘부터 우리의 안테나를 내 반려동물의 소리 주파수에 맞춰보자.

정소영 / 종교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