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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과 미국 대학의 연구문화 차이

강남순 / 텍사스 크리스쳔 대학교·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2020년 11월 전 세계가 미국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나라의 선거에 세계가 집중하는 경우는 없다. 한 포스트 식민주의 이론가는 “이 세계의 그 누구도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무시할 ‘사치’를 누리지 못한다”라고 한다. ‘신제국(Neo-empire)’으로서의 미국은 정치, 경제, 문화, 교육, 과학, 예술,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이 세계에 중심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대선을 지켜보면서 많은 이들이 ‘트럼프’로 대변되는 미국은 곧 몰락할 것이라고 예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은 쉽게 몰락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단면을 보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4000여 개가 넘는 대학과 그 대학에 연계된 각종 연구소를 심층 조명해 볼 것을 나는 권한다.

2020년 7월 한국 교육부 종합감사 발표에서 서울 소재 소위 일류 대학에서의 비리가 밝혀졌다. 교수들이 법인카드를 가지고 유흥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불공정한 전임교원 채용을 하고, 자녀의 성적을 조작하고, 또한 연구비를 사적으로 운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교육부 감사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비리 문제는 특정한 소수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대학이 지닌 총체적 문제들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최근 서울 소재 S 대학의 한 교수가 자신의 SNS에 “살아남은 자의 유서”를 올렸다. 그동안 대학 내에서 자신보다 직급 높은 교수로부터 받은 갑질, 각종 비리, 반인권, 반민주적 행태 등을 고발했다.

영국과학 저널 네이처는 2016년 6월 1일자에 ‘왜 한국은 세계 최대의 연구개발 투자국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이 글의 핵심은 한국이 연구개발에서는 세계 최대의 투자국임에도 불구하고,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왜 나오지 못하는가에 대한 분석이다.



나의 눈에 먼저 띄는 것은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이다. 시험 위주의 교육 방식과 선생에게 복종을 강조하는 위계적인 문화는, 연구에 필요한 창의성과 비판적 토론을 억누르는 분위기를 고착시킨다.

202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벨상을 받은 나라는 388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이다. 영국은 두 번째로 134명의 수상자를 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대학과 연구소에서 탈위계적인 수평적 관계구조, 과감한 탈관습적 태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치열한 비판적 토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미국의 대학과 연구소들이 지닌 창의성 개발에 중요한 토대를 이루고 있기에 가능한 업적이다.

미국 대학은 어떤가. 한국 대학에서는 중요한 관계 설정 요소인 선배·후배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 문화의 토대는 나이와 직급에 상관없는 평등성이다. ‘갑질 문화’가 들어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수 간에 그리고 교수와 학생 간에 비판적 문제 제기와 심층 토론이 가능한 이유는 탈위계주의가 대학 문화의 기저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한국식 음주문화는 상상할 수도 없으며, 공과 사의 엄격한 분리로 인해 연구비나 법인카드의 남용, 또는 직권에 의한 권력 남용과 각종 임용 비리가 거의 들어서기 어렵다.

네이처는 한국이 노벨상을 받고자 하는 큰 희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과 각종 기관으로부터의 연구비 확보로 대학의 명성을 높이는 것보다 대학 구성원들의 의식과 대학문화 내부를 근원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갑질과 위계적 관계구조가 사라지고, 공과 사의 구분이 분명해져야 한다. 교수, 연구원, 직원, 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 간의 평등과 존엄성이 뿌리내리는 곳, 그리고 새로운 창의적 도전과 질문을 통한 치열한 토론이 가능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대학이 지금보다 나은 세계를 위한 지식을 생산하고, 실험하고, 가르치고, 배우고, 확산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문화의 후진성을 넘어서기 위해서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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