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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귀하다

세상에서 제일 귀한 것은 무언가요? 나에게 가장 귀하고 소중한 것은 무언가요? 쉽게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동시에 떠오를 수도 있을 겁니다. 가족이 귀하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친구가 소중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무엇보다 건강이 귀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소중하고 귀한 것을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낍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는 귀하다는 말을 떠올리면 귀찮다는 말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왜냐하면 귀찮다는 귀하지 않다는 말이 줄어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귀찮은 것은 귀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귀한 것을 귀하지 않게 여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귀찮다는 말 속에서도 참으로 귀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더 생각할 기회를 갖습니다. 우리가 귀찮다고 말하는 것 중에는 진정으로 귀한 것도 많습니다. 움직이는 게 귀찮고, 가족이 귀찮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귀한 게 내 몸이고 가족이 아닐까요?

귀함을 이야기할 때 물질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겁니다. 값비싼 보석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죠. 귀하다는 말이 값어치가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당연히 보석 생각이 날 겁니다. 보석을 생각해 보면 귀하다는 말에는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보석이 귀한 이유는 우선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많다면 귀하다고 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귀하다라는 말에는 드물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희귀할수록 더 귀해집니다. 내가 갖기가 어려워집니다. 또 다른 의미는 갖고 싶어야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희귀하다고 하더라도 내가 갖고 싶지 않다면 귀한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보석은 매우 드물고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기에 귀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귀한 것을 생각할 때는 드물고 갖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합니다. 본인이 생각할 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건 자기 자신일 겁니다. 물론 다른 것도 하나만 있는 것일 수 있지만 내가 없으면 세상이 없어지는 것이니까요. 나를 귀하게 생각하는 것이 나다움의 시작입니다. 그게 아름다운 것이겠죠. 그런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공부하고 기도하고 수련을 해야 할 겁니다. 어렵다면 포기하는 게 아니라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할 게 많은 것은 좋은 겁니다. 공부해서 그 어렵던 삶의 문제가 깨달음으로 다가올 때 기쁨의 눈물이 날 겁니다. 저도 늘 이런 문제가 괴롭습니다.



나의 문제도 힘이 들지만 가까운 이들의 고통도 아픕니다. 내가 귀하다는 것을 사무치게 알아야 남이 귀하다는 것도 사무치게 다가옵니다. 남이 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은 나를 참으로 귀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런 단계를 거쳐서 내가 귀하고 남도 귀한 단계를 만나게 됩니다. 내가 귀하다는 생각이 진정으로 드는가요? 남도 나처럼 귀하다는 생각이 드나요?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닌가요?

오늘도 참 귀한 하루입니다. 어제가 그랬고 내일이 그렇듯이 말입니다. 어떤 사람은 오늘을 선물이라고 합니다. 영어에서 현재와 선물이라는 단어는 ‘present’로 철자법이 같습니다. 기묘한 일치입니다. 종종은 말의 기발한 연결 속에서 행복과 깨달음을 느끼게 됩니다. 사는 게 귀하다는 것을 깨닫는 하루가 되기 바랍니다. 정말 선물이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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