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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참지 말고 행복하자

[LA중앙일보] 발행 2009/08/12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09/08/11 20:10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미스터 B는 67세의 백인 남성이다. 1년 전에 나를 찾아 왔다. 오게 된 이유를 물으니 "제 아내가 저의 분노 감정이 너무나 크다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럼 본인의 생각은 어떠냐는 나의 질문에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저는 평소에 별로 화를 내지 않습니다. 저와 아내는 30여년을 같이 살았어도 여전히 사랑합니다. 아이들은 다 커서 독립했고 저는 집에서 쉬다가 요즈음에는 시간제 일자리를 찾아서 하루에 반나절은 일을 합니다.

그런데 집에서 못질을 하다가 실수를 하여서 장도리로 내 손을 치는 경우 너무나 화가 나서 마구 소리를 지릅니다. 간혹은 집에서 기르는 개가 발에 걸려서 제가 넘어지면 그토록 화가 날 수가 없습니다. 그 뿐입니다."

"그런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납니까?"

"아내는 집을 잃은 불쌍한 개들을 볼 때마다 집에 데려오다 보니 세 마리나 되었지요. 그 것들이 모두 집안에 있으니 걸핏하면 발에 걸릴 수 밖에요."

미스터 B는 일생동안 엔지니어로 일해온 모범 남편이다. 술이나 담배는 안하지만 음식에서 욕구 충족을 하는듯 아랫배가 많이 나온 당뇨병 환자이다. 당뇨병은 악물 치료로 잘 안정되어 있어서 전혀 화낼 정도가 아니란다.

"그 전에도 화를 많이 내셨나요? 아니면 갑자기 생긴 일인가요?"

"지난 14년간 특히 은퇴 후에 심해진 것 같아요."

"속이 상하거나 우울해지면 어떻게 푸시나요?"

"예전에는 모터 홈을 몰고 나가서 여행을 했었는데 이제는 그 것도 할 수가 없어요. 개들을 모두 데리고 다니려니 힘들어서요."

"그럼 혼자서 갔다 오시면 어떨까요?"

여기까지 이야기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몇 번이나 한숨만 쉬는 환자를 참을성있게 기다려야 했다.

"아니 아내는 집에 놓아 두고요?"

"두 분이 좋아하시는 분야가 다르니 사모님은 개들과 함께 집에서 쉬시는 것을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감정이 풍부한 대부분의 인간은 다른 포유동물들처럼 '변화'에 민감하다. 주인이 바뀌고 주거가 달라지면 밤새 울고 서성대는 개나 고양이들처럼 어린아이들은 환경이 바뀌면 불안해진다. 어른들도 감정적 면에서는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다. 단지 감정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어른들은 성숙해져서 '참아내기'를 잘 할 뿐이다.

그러나 갑자기 들어닥친 은퇴는 이런 방어기제(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심리적 행동)를 부수어뜨린 셈이다. 자신의 일이 그에게는 돈을 버는 것 이상으로 큰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그는 감정이 조절된 성숙한 가장이었고 전문직 종사자였다.

다음 번에 만났을 때에 그는 많이 부드러워 보였다. 부인과의 합의하에 혼자서 모터홈을 몰고 바닷가로 여행을 떠났었단다. 그리고서는 본인이 그토록 원했지만 부인이 만류했던 오토바이를 끄집어 내어서 하루종일 신나게 타고 달렸었다.

"앞으로도 자주 여행을 할 계획입니다. 아내에게도 같이 동행하고 싶으면 개의 살 곳을 다시 찾아주라고 말했지요. 이제부터는 하기 싫은 못질을 하면서 화를 내는 대신에 제가 늘 하고 싶던 것들을 찾아서 하렵니다."

바뀐 환경에 맞추어 드디어 적응 방법을 찾아낸 노인은 어린애같은 미소를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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