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J네트워크] 바이러스 이기려면 ‘생태계 지원군’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전 세계에서 7000만 명 이상이 감염됐고, 16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곳곳에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일부에서 “인류가 핵전쟁이 아니라 바이러스로 인해 멸망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는데, 요즘 같아서는 엄살이나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인류와 바이러스가 전면전은 지구 생태계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다. 바이러스가 지배하던 행성 지구를 인류가 장악했고, 바이러스가 재탈환에 나선 형국이다.

뉴욕타임스 과학 기자이자 저술가인 칼 짐머의 책 제목처럼 지구는 ‘바이러스 행성’이다. 학자들은 지구 바닷속에 10의 30승(乘)개 정도의 바이러스가 존재한다고 추정한다. 또 세균을 공격하는 바이러스, 즉 박테리오파지의 숫자도 지구 전체로 10의 31승이나 된다. 이 바이러스가 동물·식물·미생물을 공격해 숫자를 조절하면서 지구 생태계를 유지해왔다. 보이지 않는 지배자인 셈이다.



여기에 인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길게 잡아야 250만 년 전, 현생 인류로 따지면 20만 년 전에 출현했지만 엄청난 힘을 키웠다. ‘지구 환경변화(Global Environmental Change)’ 저널에 최근 발표된 오스트리아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건물·도로·자동차 등 인공물의 무게는 2015년 기준으로 9610억 톤으로 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 무게를 초과했다. 지난 10월 미국 콜로라도대학 연구팀은 ‘네이처 지구 환경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오늘날 지구 포유류 생물량(biomass)의 96%는 사람과 가축이, 조류의 70%는 가금류가 차지한다. 인류는 1950년 이후 지구 생태계를 급격히 변화시킨 끝에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라는 새로운 지질 시대를 열었다고 선언할 정도다.

인류는 코로나19 등으로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는 오랜 세월 행성을 지배해온 바이러스가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침입종’인 인류를 제어하기 위해 투입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보다는 인류 스스로 불러온 재앙일 가능성이 높다. 야생 동물 서식지를 파괴하고 야생동물을 밀렵·밀거래한 탓에 박쥐에 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번졌고, 갯벌을 간척해 농지로 바꾼 탓에 AI 바이러스를 가진 철새가 서식지를 잃고 사람 사는 곳으로 다가왔다. 아프리카에 숨어있던 돼지열병 바이러스를 전 세계에 퍼뜨린 것도 결국은 사람이다.

인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박쥐를 없애면 코로나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고, 멧돼지를 몰아내고 철새를 다 쫓으면 AI나 ASF를 뿌리 뽑을 수 있을까. 쉽지 않다. 박쥐를 몰아내도 다른 동물이 다른 바이러스를 옮길 것이기 때문이다.

종 희석(Species Dilution) 이론에 따르면 생태계에 다양한 생물종(숙주)이 공존하면 바이러스가 희석되고 매개 곤충을 거쳐 인류에게 전달되는 것도 줄어든다고 한다. 생물 다양성이 줄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사람에게로 옮아온다는 것이다.

지난 7월 프린스턴 대학 연구팀은 ‘사이언스’에 기고한 글에서 코로나19로 2020년 전 세계는 최소 5조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을 방지하기 위한 생태계에 보호에 들어가는 비용은 180억~270억 달러면 된다. 피해액의 0.5%만 생태계 보호에 투자하면 코로나19와 같은 고통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바이러스 위기를 극복하려면 지구 생태계라는 지원군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2050 탄소 중립’ 선언은 하나의 청신호다.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기후변화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 자연 생태계와 화해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다만 탄소 중립 선언을 일회성 이벤트로 삼아 한껏 생색만 내고 책임은 다음 정권에 넘기는 ‘온실가스 폭탄 돌리기’가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강찬수 / 한국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