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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병가' 남용의 후유증

[LA중앙일보] 발행 2009/08/19 미주판 23면 기사입력 2009/08/18 20:54

모니카 류/카이저병원 방사선 암 전문의

나에게 보내진 유방암 환자의 이야기다.

유방암 부분 절제 수술을 하고 항암 약물 치료를 끝낸 후 나에게 의뢰되어 온 이 중년 여성 환자는 어떤 기관에서 사무직 일을 하는 여성이다. 이런 경우 방사선 치료는 보통 4주에서 7주 걸리고 그것도 매일 통근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환자는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그저 하루 이틀이면 될 것이라 상상하고 온 이 환자는 근심이 태산이다. 암 센터로 통근 치료를 받는데 소모되는 시간은 매일 세 시간은 될 것이다. 병가를 얻을 수 있게 의사 진료서를 써 주겠다고 제의하였다.

그래도 이 환자는 난감해 하였다.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병가를 유방암에 걸리기 전에 이미 많이 썼고 약물치료 때도 일을 하다가 틈틈히 치료를 받은 것이 아니고 몇 개월간을 아예 일하지 않고 쉬었다고 한다.

미국이 경제 침체로 힘들어 하고 많은 시민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큰 기업체가 또 정부가 앓고 있다. 대공황이 있었을 때 미국인들은 근면과 불편함에 익숙해 있었고 견딜 수 있었지만 지금의 우리들은 넘쳐나는 물질안에서 편안히 살아왔기 때문에 대공황 때보다 공황의 정도는 낮아도 고통은 더 심할 지도 모른다.

이 악순환을 가져온 사회 문제 중의 하나는 우리 즉 정치인 공무원 교사 교수 큰 기관들의 구성원 사회 구석구석의 구성원들이 만든 병든 노동 윤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의료기관에서 집계한 통계에 의하면 의사들의 병가는 1년에 평균 나흘이었고 의사 이외 모든 종업원들의 평균 병가는 17일이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서 그 기관에서 낭비하는 돈은 일 년에 몇 천만 불이 된다는 것이다. 자영업자가 일년에 아프다고 쉬는 날은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비슷한 예로 지난 달 동부 매사추세츠 주의 어느 시장이 공무원들의 잦은 병가의 원인을 알고 싶었다. 시장은 비밀리에 공무원들을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공문으로 그럴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렸다고 한다. 눈에 띄게 병가를 자주 갔던 그것도 연휴를 전후해서 또는 주일의 앞뒤 금요일 일요일을 자주 쉬던 다섯 명의 소방관들의 비행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그 중 한 명은 아프다고 일을 안 나간 날 집에서 눈을 치우는 힘든 노동도 하고 샤핑도 갔다고 한다. 이들은 병가를 휴가로 썼다고 보도되었다. 세금을 내는 시민들을 기만했다고 볼 수 있는 파렴치한 모습을 드러낸 어글리 아메리칸 공무원의 모습이었다.

나는 미국이 참 좋은 나라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 훨씬 많은 나라이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가지 법은 공황을 겪은 뒤 뉴딜 정책을 제시했던 FDR(프랭클린 델라노 루즈벨트) 때 많이 만들어졌고 그 후 여러번 개조되어 왔다.

그 예 중의 하나가 최저임금에 대한 법이고 또 다른 예는 아플 때 회사에서 일한 것으로 쳐서 임금을 지불하도록 병가를 허락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의도는 좋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법을 악용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요즘 이 병폐를 막기 위해 정부나 큰 기관에서는 모아진 병가를 은퇴할 때 돈으로 보상하거나 휴가로 쓰는 방법 또 은퇴까지 기다리지 않고 매년 돈으로 지불하는 방법을 연구중에 있다. 좋은 생각 같다.

비 올 때를 생각하지 못했던 나의 환자는 수입 없이 또 두 달 정도를 지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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