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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이를 악물고

이를 악무는 것은 고통을 참거나 분노를 참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방어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체언어 중에서 주먹을 쥐는 행위와 이를 악무는 행위는 공격이나 방어의 양쪽을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적이 나타나면 공격을 위해서 주먹을 쥐고 내 이빨과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를 악무는 것이겠죠. 그래서 주먹을 쥐는 행위를 무언가 열심히 하려는 태도로 보고, 이를 악물고 어떤 일을 하는 것에는 결심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를 악물고 지금의 고통을 참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간절한 마음도 느껴집니다.

이를 악무는 장면을 떠올리면 학교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문제지요. 어릴 때 학교는 종종 폭력의 현장이었습니다. 폭력의 대상자가 학생이고 폭력을 가하는 사람이 선생님인 경우가 있었던 것은 매우 씁쓸한 기억입니다. 교실에서도 종종 들을 수 있었던 말이 ‘이 꽉 물어’라는 말이었습니다. 뺨을 때리는데 이빨이 다칠 수도 있다는 위협이었습니다. 도대체 교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대화인가 싶습니다. 때리고 맞는 모습이 기분 나쁜 영상으로 지나갑니다. 이를 악무는 것이 방어라는 것을 알게 하는 장면입니다. 이를 악무는 것이 분노를 참는 장면이라는 것을 체험으로 알게 하는 장면입니다. 정말 답답한 모습입니다.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를 악물기도 합니다. 아마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긴장하고 있거나 무엇에 분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위일 겁니다. 의도치 않게 이를 악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자신의 감정을 돌아봐야 합니다. 무언가에 억눌려있는 심리를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악무는 것이 버릇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도 긴장과 분노가 몸에 남아서 지신을 괴롭히는 것일 겁니다. 나를 지키려 했던 행동이 내게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떨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이를 악물기도 합니다. 이것은 지나친 걱정과 긴장을 의미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자면서까지 이를 악물고 있습니다. 무의식의 세계에서도 긴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진땀도 함께 흘립니다. 자면서 이를 악무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고통이 되기도 합니다. 이를 악무는 것이 두통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참으로 놀랍습니다. 오랫동안 두통으로 고생하던 사람이 치과 병원에 가서 완치되었다는 말은 신기하기도 합니다. 구강내과의 진료를 받고 오랜 두통이 해결된 것입니다.



두통의 원인이 이를 악무는 데 있었다는 설명에 또 한 번 놀랍니다. 실제로 이를 악무는 힘은 엄청나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를 계속 물고 있으니 머리가 아플 수밖에요. 먹기 위해서 이를 다무는 것이 아니고 공격하기 위해서, 나를 방어하기 위해서 이를 악무는 것에는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고통이 따르게 됩니다. 병원에서는 이를 악물어 머리가 아픈 사람은 잘 때 입에 보조 장치를 끼게 합니다. 잘 때는 의식적으로 입을 벌릴 수 없기 때문이겠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를 악물고 있다면 잠깐 입을 벌려보면 어떨까요?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바보 같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긴장을 풀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바보라는 말을 듣는 사람은 긴장이 적습니다. 때로는 바보처럼 살 필요도 있습니다. 물론 늘 입을 벌리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이를 악물어 피곤해진 내 정신에 바람을 넣어주는 것이죠. 숨을 쉬게 해 주는 겁니다. 입을 벌리고 살짝 미소를 띠는 것도 좋겠네요. 긴장이 달아납니다. 노래를 불러도 좋겠네요. 이를 악물어 긴장된 몸과 마음에 바람이 지나가게 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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