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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오바마의 '선한 싸움'

이종호/J 퍼블리싱 본부장

최근 심장 질환으로 응급실로 실려 갔던 지인의 얘기다. 이것저것 검사를 받고 사흘 만에 퇴원을 했는데 비용이 3만달러나 나왔다. 보험이 없던 그는 긴 협상 끝에 결국 1만 달러만 현금으로 지불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수술한 것도 아닌 데 그렇게 많이 나온 병원비도 그렇지만 흥정에 의해 또 그렇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 어떤 이는 아기를 낳았는데 얼마간 인큐베이터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로 20만 달러가 넘는 비용이 나왔다는 말도 들었다. 이런 놀랄 만한 의료비 사례들은 미국서 살다 보면 흔히 듣는 이야기다.

현재 미국의 연간 의료비 총액은 2조 달러가 넘는다. 그런데도 무보험자는 부지기수이고 진료의 질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최근 10년간 의료보험료는 두 배 이상 늘었고 과거 병력으로 인해 아예 보험 가입을 거부당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미국도 한국처럼 전국민의료보험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논거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필요는 공감하면서도 제도 마련이 쉽지는 않다. 정치권은 물론 보험회사.제약회사.의료업계의 이해가 난마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저마다 의료개혁을 얘기했지만 누구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카터가 못했고 클린턴도 못했다. 그것을 지금 오바마 대통령이 하겠다고 나섰다.



오바마 의료개혁안 골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의료비를 부담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낮추고 모든 국민이 양질의 의료혜택을 누리도록 하겠다는 것(affordable accessible health coverage for all)이다.

이를 위해 공공보험을 만들어 민간보험과 경쟁시킴으로써 민간보험의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의 낭비적 요소를 제거해 연방정부의 만성적인 재정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다.

지금 오바마 대통령은 타운 홀 미팅을 통해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가 않다. 반대자들의 우려는 향후 10년간 개혁에 소요될 9500억 달러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개혁의 과실을 불법체류자들에게까지 나눠 줄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도 공감대를 넓혀 가고 있다.

한인들의 이해도 엇갈린다. 보험 없는 한인들은 거의 두 명 중 한 명 꼴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에게 의료개혁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자영업자들은 당장 늘어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종업원에게 의무적으로 의료보험을 제공하거나 아니면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변화에 대한 거부감은 누구나 있다. 지금 가진 것을 잃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내가 손해를 볼 지도 모른다는 이기심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사람인 것은 오직 인간만이 이타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모든 종교가 가르치는 덕목 또한 나를 희생하는 이웃사랑이다. 오바마의 의료개혁은 이런 정신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회보장번호를 도입하려 할 때 반대파들은 국민들에게 개목걸이를 채우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케네디 대통령이 메디케어를 도입하려 때 반대파들은 사회주의로 가려하느냐며 대들었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로 인해 수천만 명의 고령자.장애인.약자들이 혜택을 받았다.

정치란 가난하고 서러운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잘 사는 소수를 위한 정치라면 이미 정치가 아니다. 이번 의료개혁안이 성공하면 4500만명 이상의 무보험자와 서민들이 새로 보험을 갖거나 더 나은 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오바마 대통령은 충분히 명분있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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