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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코로나를 이겨낸 딸

지난 며칠은 지옥이었다. 떨어져 사는 딸이 메시지로 ‘코로나 양성’을 알려왔다. 글을 읽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의 일로만 생각했는데 우리 딸이 걸리다니.

애써 별일 아닌 듯 담담하게 답을 보냈다. “걱정마. 아는 분 아들도 코로나 걸렸었는데 다 나아서 지금은 괜찮아. 너도 곧 나을 거야.”

시간이 멈춰지는 듯했다. ‘왜 하필 내 딸에게…’ 원망도 했다. 차라리 옆에서 볼 수 있다면 덜 괴로울 것 같았다. 딸의 집으로 가려고 했지만 딸은 위험하다며 근처도 못 오게 했다.

딸은 두통과 설사에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이 아파서 침대에만 누워 있다고 했다.



딸은 전화도 받지 않고 메시지조차도 가끔씩 확인했다. 그래도 읽었다는 표시만 있어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갖가지 나쁜 상상이 떠오르며 나를 괴롭혔다.

정신을 가다듬고 면역에 좋다는 비타민에, 게장과 닭죽, 설사약까지 챙겨서 딸의 집 문 앞에 내려놓고는 딸이 가져가는 것을 보려고 멀찌감치 차에서 기다렸다. 조금 지나 부스스한 머리에 찡그린 얼굴로 딸이 나와 버겁게 음식 박스를 들고 갔다.

병이 옮을까 봐 힘든 딸을 바라만 보는 나의 비겁함을 생각하며 집으로 오는 길에 ‘내가 엄마가 맞나’를 수없이 자문했다. 그렇게 초조하고 더딘 시간이 흘러 갔다.

메시지도 하지 말라고 하던 딸이 먼저 소식을 보내왔다. 그러면서 “엄마 오이지 좀 그만 보내. 나 오이지 싫어”하며 반찬 투정을 했다. 딸이 반찬 투정을 하는 걸 보니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창문을 열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우리 딸이 코로나를 이겼어요”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나는 천국으로 돌아왔다.


레이 김·가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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