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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훈정 칼럼]화투의 철학

담요 한장 깔 공간만 있으면 초상집이든, 공항의 대합실이든 가리지 않고 온 대한민국 국민이 다 한다는 고스톱.
친정아버지는 워낙에 잡기에 능하신지라 이 고스톱마저 거의 달인의 경지에 오르셨건만, 함께 사는 신랑은 겨우 짝이나 맞출 정도다 보니 가족이 모이는 자리에서, 특히나 어린아이가 있기에 교육상 화투놀이는 자제의 대상이었다.
내심 이것이 섭섭했던 아버지. 지난 가을 한국 방문 중에 혼자서 친정 나들이를 하였고, 낮잠 한번 늘어지게 자주고 담요앞에 앉았다.
선수는 친정 부모님과 나... 시집을 가고, 나름의 가정을 꾸린 후 이렇게 단촐하게, 오붓하게 셋이서만 있는게 얼마만인가.

자기 패뿐만 아니라 남의 패, 심지어는 몇수앞을 내다보시는 아버지와 달리 엄마와 나는 무조건 눈에 보이는 짝맞추기에도 힘겨워했으니, 결과야 뭐 뻔하지 않을까라고 예상해보지만, 그럼에도 일방적인 아버지의 승리로는 끝나지 않기에 오늘도 화투패는 돌아가나보다.
겨우 고스톱의 규칙 정도만 알기에 심오한 화투의 철학을 이야기 할 수 없겠지만 승부가 꼭 들어온 패의 좋음에 100퍼센트 영향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흥미로왔다.
특히 요즘은 사주명리 공부를 하고 있으니 좋은 여덟 글자든, 흉한 것이든 내 삶속에서 변화를 하는 모양새가 화투판과 그리 달라보이지 않았달까.


화려한 광이나, 점수를 많이 딸 수 있는 패를 많이 가지고 있어도 화투는 뒤가 붙어야 이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치 인생의 거창한 교훈이라도 주려는 듯 심지어 피만 있어도 이길수 있는 게임이 화투중 고스톱이고, 그런 이유로 한국인들은 고스톱에 열광한다고.

성격, 외모, 학벌, 재산 등등으로 소총 삼아 우리는 오늘도 생활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개중에는 화려한 요소 모두를 갖고 시작할 수 있고, 또 다른이들은 남들이 부러워할 요소 하나 없이 삶의 한복판에 던져질 수도 있다.
많이 가지고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 유리한 출발을 보장하지만 이는 엠씨 스퀘어처럼 인생의 값은 변수각각에 똑같이 반응하지 않는다.
어떤것은 제곱에 비례하며, 또 다른 어떤 것은 루트값이요, 심지어 반비례하기도 한다구. 규칙은 시대에 따라 우선순위가 바뀌기도 한다.
예전엔 선천적으로 타고 난 신분이나 사회적 지위와 권위같은 것에 비중이 실렸다면 지금은 창의력이나 감성지수, 인간관계 같은 눈에 잘 안보이는 것이 더 중요해졌달까?

안정적인 출발은 그저 시작일뿐이다. 충분히 뒤엎을 수 있기에 그 게임이 매력적이고 판이 끝날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잘 나간다 건방 떨 필요 없으며 조금 뒤쳐진다 기죽을 필요없다.
골프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고 화투는 담요를 접을 때에서야 비로소 그 때인것이다.
그럼 인생은? 후후.. 그것은 당신 마음이지요. 해피뉴이어 2021


황훈정 작가 / 전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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