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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불평등한 백신 분배

류 모니카 /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종양 방사선학 전문의

정돈되지 못한 생각들로 점철됐던 2020년이었다. 나 자신은 그랬다 하더라도 세상은 어땠나? 재택 근무, 원거리 수업, 비대면 회의 등이 우리가 접했던 뉴노멀이었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가족 이외에는 거리와 시간을 두고 만나야 한다. 아쉽게도 손주들과 만남이 그랬다. 편안히 충분한 시간을 함께하기가 어렵다.

두 주 전 겨울 방학이 되어 여행을 떠나면서 아이들이 잠깐 우리를 보러 왔다. 눈사람 모양의 생강 쿠키를 만들어 가지고 왔는데 눈사람 쿠키도 흰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다시금 긴 시간을 함께하면 안 된다고 서로 서로를 상기시켰다.

11살이 된 큰 손녀에게 올해 원격으로 했던 반 학기 학교생활이 어떠했는지 물었다. 손녀는 “친구들을 줌으로만 보아서 그리웠지만 솔리튜드(solitude)가 나쁘지는 않았다” 라고 답했다.

손녀는 '로운리(lonely)'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솔리튜드'나 '로운리' 두 단어 모두 외로운 마음을 내포하고 있다. '솔리튜드'라는 단어는 합성어로 '솔로(혼자)'라는 말과 '튜드(태도)' 즉 '애티튜드'의 준말이 합쳐진 것이다. 아이는 실상 외로웠으나 그 느낌과 뜻을 마음속으로 정리하며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주위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다. '1인 1가구' 가정이 미국에는 약 3500만이나 된다. 총가구 수의 28%에 달하는 사람들의 가정에는 아이들이나 배우자가 없다는 뜻이다. 1960년대 보다 5배나 늘어난 숫자이다. 이들이 혼자 살고는 있지만 모두 외롭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혼자이므로 지금처럼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이들이 적합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간을 놓치지 않고 병원에 도착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 연락망이 있지 않은 한 글로벌 인구 8100만 명이 감염되고 이중 2%(약 180만 명)가 사망한 세기적인 혹독한 병을 쉽게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백신을 성공적으로 만들고 이를 분배하기 시작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해 우선순위를 정부가 정해서 발표했다. 왠지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찜찜하다. 독거인의 카테고리는 따로 없다. 그뿐만 아니라 우선순위를 무시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의 백신 '새치기' 행위도 있는 모양이다. 실제 새치기가 있었던 곳은 LA 인근이라고 보도됐다. 베벌리힐스의 일부 주민이 거금을 주고 백신을 사기 위해 주치의의 의견을 타진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빈부의 차이에 따라 백신 공급의 우선순위가 정해진다면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백신을 만드는 회사가 적다 보니 수량에 제한이 있다. 미국의 화이자, 모더나,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들은 막대한 자금 보조를 받아 백신을 개발했다. 이제 백신 보급이 문제이다. 일찌감치 외교능력을 발휘해서 제약회사들과 제휴를 했다거나, 거금을 들여서 이미 사 놓은 국가들이 우선적으로 가져가고 있다. 스스로 생산할 능력이 없는 나라, 자금이 없는 나라, 국가 행정처리가 미숙한 나라들은 백신 확보에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그런 나라의 국민에게 백신 혜택은 지금 당장은 어렵다.

인간의 생명이 달린 문제인 백신 보급에도 불평등은 존재한다. 세월이 흘러 지금을 뒤돌아볼 때, 팬데믹에 대처했던 우리 세대가 현명하고 공평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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