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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예쁘다는 말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인데, 연이어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옵니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정 내의 폭력이나 아동 학대도 늘어나고 있다니 문제입니다. 특히 아동 학대는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답답한 이야기이고, 미안한 이야기입니다. 입양한 아이를 학대한 최근의 사건은 인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정도로 화가 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닙니다. 옛날이야기에도 아이에 대한 학대와 차별이 자주 등장합니다. 콩쥐 팥쥐의 이야기나 신데렐라의 이야기는 모두 이런 상황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생각은 비슷한 듯합니다. 교육과 학대는 분명히 다른 말인데 마치 같은 단어인 양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체벌이 교육과 학대의 경계를 어렵게 합니다. 체벌은 아주 판단하기 어려운 문화입니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변하는 문화이기도 합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이 시대의 문화입니다. 아이는 예뻐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우리말에서 ‘예쁘다’라는 말은 감정이 담뿍 담긴 말입니다. 예쁜 게 꼭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아름다운 것은 보통 공동의 기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움은 기준에 맞아야 한다는 느낌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아름다움과 상관없이 예쁘다는 말은 쉽게 나옵니다. 예쁜 것과 귀여운 것도 다릅니다. 작다고 해서 무조건 예쁜 것도 아닙니다. 예쁜 것에는 보호하고 싶은 마음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쥐면 터질세라, 불면 날아갈세라 걱정하는 마음이 예뻐하는 마음에서는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표현이 아이에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예쁘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예쁘다는 말을 보면 저는 항상 가엾다는 말을 같이 떠올립니다. 그것은 옛말에서 예쁘다는 말이 가엾다는 의미로도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가엾다는 말이 불쌍하다는 말과 동의어로 쓰이기도 하는데 느낌은 어떻게든지 도와주고 싶다는 느낌을 보여줍니다. 훈민정음에서 백성을 ‘어엿비’ 여긴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어엿비 여기는 것이 바로 현재 우리가 쓰는 예쁘다는 말의 옛말입니다. 가엾게 생각한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예쁜 것은 가여운 것이고, 불쌍하게 생각해서 도와주어야 하기도 합니다.



생활 속에서 가엾다는 말을 자주 쓰는 분으로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할머니가 손주를 보고 가엾다는 말을 할 때도 있는데 단순히 불쌍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아기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할 때 할머니는 가여워합니다. 아기는 자기가 가고 싶은 데로 가지 못하고, 먹고 싶은 대로 먹지 못합니다. 때로는 손이나 발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합니다. 그 모습은 달리 말하면 예쁜 모습입이다. 얼마나 예쁠까요. 아가가 하나하나 배워가는 모습은. 이때 할머니는 “아이고, 가엾어라”라는 표현을 합니다. 애틋하게 지켜보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참사랑을 느낍니다.

예쁜 아가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조심스럽습니다. 행여나 다치지나 않을까 조바심을 일으킵니다. 노파심(老婆心)도 일어날 겁니다. 노파심이라는 단어에 할머니를 뜻하는 노파가 들어있어 흥미롭습니다. 아가의 모습을 보면서 혹여 다치지나 않을까 돌보는 마음에서 저는 예쁘다의 뜻을 찾습니다. 예쁘다면 보호해야 합니다. 지켜봐야 합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도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아가는 더디더라도 한 발 한 발 스스로 발을 떼어놓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 말을 배워갑니다. 침대에서 종종 떨어지기도 하지만 마침내 뒤로 한 발을 내리고 땅에 닿습니다. 어른은 잘 지켜보고 다치지 않게 돌봐주어야 합니다. 그런 모습을 가엾게 바라보고 마음껏 예뻐해 주어야 합니다. 그게 예뻐하는 것입니다. 세상의 아가들이 듬뿍 예쁨을 받고 자라나기 바랍니다. 많은 사람의 돌봄이 필요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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