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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럼프와 펠로시의 악연

예상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내란선동’ 혐의를 적용한 민주당의 탄핵안이 13일 연방하원에서 가결됐다. 지난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 이후 일주일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이로써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임기 중 두 차례나 탄핵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어쩌면 상황변화가 없는 한 그의 정치생명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탄핵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을 부추기고,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함으로써 민주주의와 헌법을 훼손했다고 적시했다. 트럼프가 신의 한 수라고 믿었던 지지자들의 의사당 앞 시위가 자충수가 된 것이다.

게다가 그가 지난 11월 대선 이후 두 달 넘게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불복 주장을 이어온 것에 대한 ‘괘씸죄’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간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아닌 게 아니라 펠로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모두 주도했다.



지난해 2월 4일 신년 국정연설회장에서 일어난 해프닝은 두 정치인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트럼프는 악수를 외면하고 돌아섰으며, 이에 대해 펠로시는 국정연설 도중 그의 원고를 찢어버리는 등 기 싸움을 한 것이다. 펠로시는 이후 대선과정에서도 주요 고비마다 트럼프의 발목을 잡았다. 악연 가운데서도 악연이다.

그러면 펠로시가 트럼프 탄핵으로 얻는 것은 무엇일까? 이번 탄핵 추진은 트럼프의 남은 기간 군사력 동원 등 최후의 카드를 원천봉쇄하고, 오는 2024년 대선 재출마를 저지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상원의 가결은 현재 구도상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오히려 바이든 새 행정부의 걸림돌이 되는 무리수라는 지적도 있다.

뒤늦은 감은 있으나 순조롭고 질서 있는정권 이양을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임기를 고작 일주일 남겨두고 탄핵해 워싱턴 정가를 또 다른 소용돌이에 몰아넣고 있다는 비난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탄핵투표 결과를 보면 당파적 표결을 면치 못했다. 민주당 의원 전원에다, 비록 공화당 의원 10명이 찬성표를 던졌으나 의미 있는 숫자라고 볼 수는 없다.

하원에서 가결된 트럼프 탄핵안은 즉각 상원의 탄핵재판으로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연방상원은 빠르면 오는 19일에나 개회될 것으로 보여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만료 전에 강제 축출되는 사태는 확률이 지극히 낮다.

탄핵 심판이 열린다 해도 문제다. 탄핵에 찬성하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현재까지 4명 정도이고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종 유죄평결에 필요한 공화당 상원의원 17명이 가세할지는 여전히 의문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내분을 노린 수순이라면 모를까.

바이든 행정부로서도 트럼프 탄핵이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상원 탄핵재판이 진행될 경우 바이든 초대 각료들의 상원 인준이나 국민 1인당 2000달러 현금지원을 포함한 3차 코로나 구호 패키지, 바이든 케어와 이민개혁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민주당은 당초 트럼프 탄핵안을 즉각 상원에 보내지 않고 새 행정부 출범 100일 후에나 송부하는 것을 고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취임 초반부터 탄핵정국 소용돌이에 휘말려 아무 일도 못 하는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다.

또한 탄핵정국으로 바이든의 취임식 주제인 ‘하나 된 미국(America United)’이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가 자충수를 뒀다면, 펠로시는 무리수를 둔 감이 없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번 탄핵과정에서 주가를 높인 정치인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꼽을 수 있다.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 개인의 감정에 치우친 분위기인 미국 정계에서 합리적이고 분별력 있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는 트럼프의 반대와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와중에서도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를 인정하는 뚝심을 발휘했고, 한편으론 하원의 대통령 직무 박탈을 위한 수정헌법 25조 발동 촉구 결의안에도 반대를 표명하며 ‘트럼프 방어’에 나섰다. 국가의 명운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치 게임을 벌이려는 하원의 도전에 굴하지 않았다. 시중(時中)을 택한 것이다. 주역에서 말하는 시중은 때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알맞게 행동하는 것이다. 결코 소신을 바꾸거나 이익을 탐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때와 그 상황에 맞는 최선의 행동을 실천하라는 뜻이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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