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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전임 대통령의 품격

오는 20일 미국민은 또 한 명의 전임 대통령을 맞는다. 이전 퇴임자와는 많이 다른 대통령이다. 제45대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이다. 지난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점거로 연방하원에서 탄핵소추가 통과됐지만 ‘트럼프 전임 대통령’의 기록은 역사에 남는다.

직업에 우열은 없어도 서열 구분이 확실한 정치 분야에서 미국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위치다. 그런 만큼 책무도 막중하다. 국가의 장래를 책임져야 하고 국운을 가를 힘들고 외로운 결단도 대통령의 몫이다.

그런 대통령직을 거친 후에 주어지는 자리가 ‘전임’이다. 정치인으로 정점을 경험했다. 더 이상 올라갈 곳도 없다. 현직의 책임과 의무는 사라지고 명예와 존경만 남는 자리다. 또한 전임 대통령이라는 빛나는 후광은 퇴임 후 활동에서 권위와 특권이 된다.

미국 역사에는 재임 시절보다 퇴임 후 활동으로 존경받는 대통령들이 많다. 39대 지미 카터 대통령은 주 이란 미대사관 인질구출 실패 등으로 재임 중 특별한 업적이 없다. 하지만 퇴임 후 비영리 기구 ‘카터 재단’을 설립해 질병 퇴치, 빈곤층 지원, 집짓기 운동, 국제 분쟁 해결 등의 활동을 했다. 모두가 ‘전임’의 타이틀로 했던 업적이다. 카터 전임 대통령은 이런 활동은 ‘대통령 자격’으로 할 수는 없었고 백악관을 떠났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재임 중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퇴임 후 동구권 외교에 일조하고 제3세계 평화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대공황 시절 허버트 후버 대통령도 경제 실패로 뉴딜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 패해 단임에 그쳤다. 하지만 퇴임 후 차기 행정부에 협력해 뛰어난 업적을 이뤘고 해외식량 원조사업에도 성과를 냈다.

조지 H W 부시도 전임 대통령이 가야할 길을 보여주었다. 퇴임 후 빌 클린턴 전임 대통령과 함께 2005년 동남아 쓰나미 피해 복구를 위한 모금활동에 참여했다. 민주당의 클린턴은 1992년 선거에서 부시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겨주었지만 정파를 초월한 두 전임 대통령의 우정은 깊은 감동을 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토록 떠나기 싫었던 백악관을 뒤로 하고 ‘전임’ 대통령이 된다. 벌써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에 대한 예상이 나오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크게 4가지 시나리오를 보도했다. 첫째는 4년 후 대통령 재출마다.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7150만 표가 기반이다. 미국 역사에서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4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대통령에 재임했다. 재출마를 원천 봉쇄하라면 현재 탄핵절차 외에 별도의 상원표결이 필요한데 가능성은 적다. 사업자로 복귀하는 것도 예상되고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활동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트럼프가 74세의 고령인 점을 고려해 은퇴를 예상하는 분석도 있다. 여러 가능성 중에서 확실한 것은 퇴임 후 무엇을 하든 전임 대통령의 자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부정을 주장하며 결과에 불복종하면서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도둑 맞은 대통령직을 다시 찾겠다는 욕심도 버리지 않았다. 그에게 현직이 아닌 전임 대통령은 또다른 ‘패배자(loser)’일 뿐이다.

1980년 대통령 선거에서 지미 카터는 3548만표를 얻는데 그쳐 상대후보였던 로널드 레이건에 패했다. 당시 지미 카터는 “4160만 명의 국민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겸허하게 선거 결과를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미국 현대사에게 가장 존경받는 전임 대통령의 길로 갔다.

트럼프도 전임 대통령이 된다. 현직에서는 없었던 대통령의 품격을 백악관을 떠난 후에라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그것만이 미국 민주주의에 남긴 오점을 조금이라도 지우는 길이 될 것이다.


김완신 논설실장 kim.wanshi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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