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가 딱 하루가 남았지만, 미국과 전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눈을 떼려야 뗄 수 없다. 그 막강한 권력으로 무슨 일을 벌이고 무엇을 파괴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측이 불가능하고 능력이나 가치관을 짐작할 수 없는 건 트럼프가 임기 내내 보여준 특징이다. 이는 결코 지도자의 덕목은 아니다.


트럼프가 떠나도 그의 임기 중 국제사회가 겪은 고통은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이는 쉽게 복원되기도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CNN은 “(트럼프가) 쓰레기통에 처박은 유럽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앞으로 수십 년이 걸릴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했다. 트럼프가 대부분 유럽국가인 나토 동맹국들을 채무자로 모욕하고, 유럽과 함께했던 이란 핵 합의(JCPOA), 세계와 손잡았던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후폭풍이다. 이제 트럼프가 벌인 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청구서가 날아올 차례다.
트럼프가 임기 중 추락 직전까지 몰아간 ‘미국’ 브랜드의 가치가 어떤지는 측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한 세기 남짓한 시간 동안 그 브랜드를 구축하고 글로벌 일극 패권 국가로 부상하는 데 어떤 비용을 들였는지를 살피면서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트럼프가 흔들어놓은 미국의 패권과 국제질서는 도대체 어떻게 형성됐는가.

이 과정에서 미국은 특히 유럽을 민주주의 동맹으로 이끄는 데 공을 들였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에서 독일 제국과 그 동맹이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오스만 튀르크 제국이라는 다민족 전제군주 국가를 무너뜨렸다. 1917년 미국의 참전을 결정하고 전후 베르사유 회담에 참여했던 우드로 윌슨 대통령(1856~1924년, 재임 1913년~1921년)은 ‘민족자결주의’ 원칙을 내세웠다. 승전한 연합군은 다민족 국가였던 이 두 제국을 해체하고 ‘개념적’ 민족 개념에 맞춰 갈기갈기 찢고 분할했다. 그렇게 만든 국경선이 현재 발칸을 포함한 중유럽·동유럽과 중동·북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에 남아있다. 1차대전 참전으로 미국은 본격적으로 국제사회의 행위자로 나섰다.


미국은 1937년 3월 루스벨트의 이른바 ‘격리 연설’을 통해 “미국은 세계의 무법적 상황의 유행에 맞서 자가격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루스벨트는 1941년 9월 11일 미 해군 구축함 그리어 함이 대서양에서 독일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받는 일이 발생하자 ‘보이는 즉시 사격하라’는 명령을 내려 실질적인 교전에 들어갔다.
이어 그해 12월 7일 일본 해군이 진주만을 공격하자 일본에 선전포고를 했으며, 일본과 동맹인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총통이 11일 미국에 선전포고를 하자 몇 시간 뒤 미국도 독일에 선전포고하고 공식적인 전쟁에 들어갔다.
2차대전에 참전한 미국은 1611만 명의 병력을 동원해 전쟁의 핵심이 됐다. 미국은 2차대전에 참전한 결과 독일의 나치즘과 이탈리아의 파시즘, 그리고 군국주의 무너뜨리고 전후 새로운 세계를 구축했다.

냉전은 차갑지만은 않았다. 열전으로도 진행돼 막대한 희생을 치렀다. 한국전쟁(1950~1953년)과 베트남전(1955~1975년)이 그것이다. 미국은 대한민국을 지켰지만, 베트남에선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냉전은 1991년 12월 소련의 붕괴로 막을 내렸다. 냉전에서 승리하고 소련을 무너뜨린 미국은 글로벌 유일 패권 국가로 자리 잡았다. 적을 잃어버린 나토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가치 동맹으로 존속했다. 나토 체제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도 유용한 역할을 했다.

미국 보훈부(VA)와 미 의회 조사국(CRS)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이 패권을 확보하고 미국이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을 계산해봤다.
먼저 인적 손실이다. 미국 보훈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전사자는 1차대전(미국 참전 기간 1917~1918년)에서 11만 6516명, 2차대전(1941~1946년)에서 40만 5399명, 한국전쟁(1950~1953년)에서 3만 6574명, 베트남전(1964~1973년)에서 5만 8220명, 걸프전(1990~1991년)에서 2586명, 아프가니스탄전(2001~2014)에서 2349명, 이라크전(2003~2010년)에서 4418명 등으로 합치면 60만 명에 이른다. 2차대전 중 소련이나 중국처럼 1000만 명 이상의 희생을 본 국가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진주만 공격을 제외하면 한결같이 미국 영토가 직접 공격받지 많은 상태에서 참전한 전쟁이다. 미국은 국토방위가 아닌 전제군주정·나치즘·파시즘·군국주의·공산주의·테러세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60만 명의 군인이 희생된 셈이다.

2020년 명목 금액 기준 국제통화기금(IMF) 추정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미국이 20조8072억 달러, 중국이 14조8607억 달러, 일본이 4조9105억 달러, 독일이 3조7805억 달러, 영국이 2조6382억 달러다. 가치 추산 시기가 조금 다르지만, 이 통계와 비교하면 미국이 패권 국가가 되기까지 지출한 전쟁 비용이 얼마나 큰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참고로 한국의 2020년 GDP는 1조5867억 달러다.


트럼프는 전임 오바마 시절에 서유럽이 주도하고 러시아·중국까지 함께 약속한 이란핵협정(JCPOA)도 갖가지 이유를 달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국익보다 감정에 치우친 일부 지지자들의 시각과 요구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이 협정에서 탈퇴하며 트럼프는 동맹인 서유럽과 더욱 멀어져갔다.


CNN은 트럼프 집권 시절 유럽을 ‘쓰레기통에 처박혔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간은 유럽에 ‘자유롭고 독립적인 길’ 걸을 기회이기도 했다. 미국과의 동맹 체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관계를 설정할 모티브가 될 수 있었다.
이를 막고 유럽을 미국의 동맹으로 묶어두는 일이 바이든의 책무가 됐다. 자칫 트럼프가 전임 오바마의 정책을 폐기하는 ABO(Anything But Obama·오바마 빼고 무엇이든) 정책을 펴며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했듯이, 바이든은 트럼프 정책을 되돌리는 ABT(Anything But Trump·트럼프 빼고 무엇이든) 전략을 선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과정에서 유럽과의 관계 재설정이 바이든 외교의 1순위로 부상할 수 있다. 한국·일본·인도·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이스라엘·이란 등 중동에 대해서도 고루 신경을 쓰려 하겠지만, 자칫 최우선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CNN의 전망처럼 중요한 동맹인 유럽과의 관계 회복에 수십 년이 걸리는 건 바이든에게 악몽이기 때문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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