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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미국' 산산조각 냈다, 트럼프 탄핵 위기는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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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입력 2021/01/18 13:02 수정 2021/01/18 13:33

미국, 1차대전부터 현대 대테러전까지
60만 이상 목숨 잃으며 전쟁 치러
전비 7400조원 쓰며 국제사회 영향력
군국주의·나치즘·파시즘·공산주의 눌러
유럽 동맹 만들려 마셜 플랜 143조원
북미·유럽 묶어 가치동맹 나토 체제로
냉전에서도

드디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1월 20일이 되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고 조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4일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세실 공항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시대는 미국 국내는 물론 국제 정치에서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로이터=연합뉴스






임기가 딱 하루가 남았지만, 미국과 전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눈을 떼려야 뗄 수 없다. 그 막강한 권력으로 무슨 일을 벌이고 무엇을 파괴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측이 불가능하고 능력이나 가치관을 짐작할 수 없는 건 트럼프가 임기 내내 보여준 특징이다. 이는 결코 지도자의 덕목은 아니다.





오는 20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릴 미국 워싱턴 연방의사당의 서측 계단에서 18일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지금까지 없었던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내에 남긴 상처는 끝이 없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인물이다. 분열과 분노, 증오를 부추기고 헌법과 법체계에 도전한 것으로도 모자라 명백한 선거 결과를 거부하고 음모론을 들이댔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와 절차를 훼손하는 자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세계적 브랜드인 ‘미국’과 ‘민주주의 체제’가 트럼프에게 도전받고 조롱당했다. 지난 6일 지지자들의 연방의사당 난입을 선동한 혐의로 13일 연방하원의 탄핵안 가결에 이어 연방상원의 탄핵 심리를 남겨둔 건 그야말로 자업자득이다.



지난 2017년 5월 25일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 정상들을 세워둔 채 군사비 지출을 늘리지 않는다고 대놓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이 나토에서 해왔던 집단방위 공약 재확인도 하지 하지 않았다. 사진에 나타난 정상들의 표정에 어둡다. AP=연합뉴스






국내 물론 국제질서와 미국 가치도 훼손
트럼프가 무너뜨린 건 미국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는 미국이 20세기에 만든 국제질서도 붕괴시키려고 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은 트럼프의 말과 행동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과정에서 ‘미국’이라는 국제정치의 메가 브랜드를 추락 위기로 몰아갔다.
트럼프가 떠나도 그의 임기 중 국제사회가 겪은 고통은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이는 쉽게 복원되기도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CNN은 “(트럼프가) 쓰레기통에 처박은 유럽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앞으로 수십 년이 걸릴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했다. 트럼프가 대부분 유럽국가인 나토 동맹국들을 채무자로 모욕하고, 유럽과 함께했던 이란 핵 합의(JCPOA), 세계와 손잡았던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후폭풍이다. 이제 트럼프가 벌인 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청구서가 날아올 차례다.
트럼프가 임기 중 추락 직전까지 몰아간 ‘미국’ 브랜드의 가치가 어떤지는 측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한 세기 남짓한 시간 동안 그 브랜드를 구축하고 글로벌 일극 패권 국가로 부상하는 데 어떤 비용을 들였는지를 살피면서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트럼프가 흔들어놓은 미국의 패권과 국제질서는 도대체 어떻게 형성됐는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을 결정하면서 19세기 이래 전통적으로 취해왔던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미국을 국제질서의 추죽국가로 바꾼 우드로 윌슨 대통령. 사진=미 의회 도서관





1차대전 계기 고립주의->국제질서 주축
실제로 미국은 20세기 초까지 사실상 고립 국가였다. 제임스 먼로 대통령(1758~1831년, 재임 1817~25년) 시절인 1823년 ‘미국은 유럽의 일에 개입하지 않고 유럽도 아메리카 대륙에 간섭하지 말라’는 먼로주의 외교를 제창한 이래 미국은 오랫동안 고립주의 외교를 펼쳤다. 당시는 영국이 글로벌 패권 국가였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100년 남짓한 기간에 국력을 키우고 전 세계의 일에 개입을 늘리고 늘리다 소련이 무너지면서 결국 글로벌 유일 패권 국가가 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특히 유럽을 민주주의 동맹으로 이끄는 데 공을 들였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에서 독일 제국과 그 동맹이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오스만 튀르크 제국이라는 다민족 전제군주 국가를 무너뜨렸다. 1917년 미국의 참전을 결정하고 전후 베르사유 회담에 참여했던 우드로 윌슨 대통령(1856~1924년, 재임 1913년~1921년)은 ‘민족자결주의’ 원칙을 내세웠다. 승전한 연합군은 다민족 국가였던 이 두 제국을 해체하고 ‘개념적’ 민족 개념에 맞춰 갈기갈기 찢고 분할했다. 그렇게 만든 국경선이 현재 발칸을 포함한 중유럽·동유럽과 중동·북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에 남아있다. 1차대전 참전으로 미국은 본격적으로 국제사회의 행위자로 나섰다.



제2차 대전에서 군국주의와 나치즘, 파시즘을 격파한 미국은 영국, 소련과 함께 전후 질서의 새 판을 짰다. 사진은 얄타회담에 모인 연합국 지도자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지도자.. 사진=미국 국립 문서보관소






2차대전서 군국주의·나치즘·파시즘 격파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은 1941년 3월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1882~1945년, 재임 1933~1945년)이 서명한 렌드·리스법(무기대여법)에 따라 1945년 종전 때까지 무기·식량·연료·물자를 연합국에 제공했다. 당시 가격으로 영국에 314억 달러, 소련에 113억 달러, 자유 프랑스에 32억 달러, 중화민국에 16억 달러, 다른 연합국에 26억 달러 등 모두 501억 달러를 제공했다. 2019년 가치로 5750억 달러에 이르는 거액이다. 미국이 2차대전에서 지출한 전체 전비의 17%에 이른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공격 뒤 선전포고 문서에 서명하는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사진=미국 국립문서보관소





미국은 1937년 3월 루스벨트의 이른바 ‘격리 연설’을 통해 “미국은 세계의 무법적 상황의 유행에 맞서 자가격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루스벨트는 1941년 9월 11일 미 해군 구축함 그리어 함이 대서양에서 독일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받는 일이 발생하자 ‘보이는 즉시 사격하라’는 명령을 내려 실질적인 교전에 들어갔다.
이어 그해 12월 7일 일본 해군이 진주만을 공격하자 일본에 선전포고를 했으며, 일본과 동맹인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총통이 11일 미국에 선전포고를 하자 몇 시간 뒤 미국도 독일에 선전포고하고 공식적인 전쟁에 들어갔다.
2차대전에 참전한 미국은 1611만 명의 병력을 동원해 전쟁의 핵심이 됐다. 미국은 2차대전에 참전한 결과 독일의 나치즘과 이탈리아의 파시즘, 그리고 군국주의 무너뜨리고 전후 새로운 세계를 구축했다.

마셜 플랜 143조원 쏟아 유럽을 동맹으로
미국은 전후에 소련 중심의 공산권에 맞서며 냉전을 치렀다. 미국은 2차대전 종전 뒤인 1948년 4월 3일 해리 트루먼 대통령(1884~1972, 재임 1945~1953년)이 서명해 발효한 해외원조법으로 마셜 플랜을 가동했다. 4년 동안 서유럽에 130억 달러(2016년 가격으로 1300억 달러(약 143조원)를 쏟았다. 마셜 플랜은 대규모 경제원조로 서유럽의 전후복구와 부흥을 돕는 프로젝트다. 서유럽은 이를 바탕으로 공산권보다 경제적 우위를 유지하며 냉전에서 소련 몰락을 이끌 수 있었다. 미국이 서유럽을 동맹으로 삼기 위해 들어간 초기 비용으로 볼 수 있다.



2018년 11월 1일 나토 훈련에 참가한 노르웨이군의 전차. EPA=연합뉴스






나토 창설, 소련에 대응해 냉전 승리
1949년 4월 4일 트루먼 대통령의 제창으로 공산권으로부터 북미와 유럽의 자유 세계를 지키는 집단방위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창설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소련권과 군비경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냉전은 차갑지만은 않았다. 열전으로도 진행돼 막대한 희생을 치렀다. 한국전쟁(1950~1953년)과 베트남전(1955~1975년)이 그것이다. 미국은 대한민국을 지켰지만, 베트남에선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냉전은 1991년 12월 소련의 붕괴로 막을 내렸다. 냉전에서 승리하고 소련을 무너뜨린 미국은 글로벌 유일 패권 국가로 자리 잡았다. 적을 잃어버린 나토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가치 동맹으로 존속했다. 나토 체제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도 유용한 역할을 했다.



오는 20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릴 미국 워싱턴 연방의사당의 서측 계단에서 18일 미국 육군 군악대가 팡파레 리허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0년간 미국 군인 희생 60만 이상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미국이 치른 대가는 엄청났다. 군사적 희생, 전비 지출, 경제원조, 소프트파워 유지와 수출 등에 막대한 희생과 자원을 투입했다. 대략 계산해도 패권확보 과정서 전사자 60만 명 이상, 전비 6조7249억 달러 이상, 마셜 플랜 1300억 달러를 비롯한 숱한 원조와 지원 자금이 들었다.
미국 보훈부(VA)와 미 의회 조사국(CRS)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이 패권을 확보하고 미국이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을 계산해봤다.
먼저 인적 손실이다. 미국 보훈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전사자는 1차대전(미국 참전 기간 1917~1918년)에서 11만 6516명, 2차대전(1941~1946년)에서 40만 5399명, 한국전쟁(1950~1953년)에서 3만 6574명, 베트남전(1964~1973년)에서 5만 8220명, 걸프전(1990~1991년)에서 2586명, 아프가니스탄전(2001~2014)에서 2349명, 이라크전(2003~2010년)에서 4418명 등으로 합치면 60만 명에 이른다. 2차대전 중 소련이나 중국처럼 1000만 명 이상의 희생을 본 국가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진주만 공격을 제외하면 한결같이 미국 영토가 직접 공격받지 많은 상태에서 참전한 전쟁이다. 미국은 국토방위가 아닌 전제군주정·나치즘·파시즘·군국주의·공산주의·테러세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60만 명의 군인이 희생된 셈이다.



지난 18일 미국 워싱턴 연방의사당 위로 경찰 헬기가 날고 있다. 연방의회는 미국의 패권국가로 성장하는 동안 전비와 국제원조 자금을 풍부하게 제공했다. AP=연합뉴스






미, 유일 패권국 되기까지 전비 7400조 원
미국이 이들 전쟁에 들인 전비도 그야말로 천문학적이다. 미 의회 조사국(CRS) 자료에 따르면 당시 가격으로 1차대전에서 200억 달러(2011년 가격 기준 3340억 달러), 2차대전에서 2960억 달러(4조1040억 달러), 한국전쟁에서 300억 달러(3410억 달러), 베트남전에서 1100억 달러(7380억 달러)를 들였다. 걸프전에선 610억 달러(1020억 달러), 이라크전에선 7150억 달러(7840억 달러), 아프가니스탄에선 2970억 달러(3210억 달러)를 각각 전비로 지출했다. 미국은 1차대전 이후 참전한 전쟁에서 2011년 가치 기준 6조 7240억 달러(약 7400조원)의 전비를 쏟아부었다.
2020년 명목 금액 기준 국제통화기금(IMF) 추정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미국이 20조8072억 달러, 중국이 14조8607억 달러, 일본이 4조9105억 달러, 독일이 3조7805억 달러, 영국이 2조6382억 달러다. 가치 추산 시기가 조금 다르지만, 이 통계와 비교하면 미국이 패권 국가가 되기까지 지출한 전쟁 비용이 얼마나 큰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참고로 한국의 2020년 GDP는 1조5867억 달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3월 8일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철강 노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와 10%의 고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관세 부과 대상에는 미국의 동맹국인 캐나다와 유럽국가들이 포함됐다. UPI=연합뉴스





역사 맥락 대신 지지자 살핀 트럼프
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역사적 맥락과 희생·비용을 무시하고 당장 자신을 찍어주는 유권자들의 불평에만 귀를 기울였다. 일련의 나토정상회의서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군사비로 지출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지키라고 회원국 겁박하며 집단안보 약속의 재확인을 거부했다. 그런 트럼프는 더는 글로벌 리더가 아닌 채권 추심자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남겼다. 서유럽은 물론 전 세계와 공동으로 약속한 파리기후협정을 비과학적인 기후변화 음모론을 앞세워 탈퇴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협정이라 그랬다는 일부의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렸다. 글로벌 패권 국가 대통령의 입에서 ‘기후변화가 거짓말’이라는 황당한 말이 나오면서 글로벌 과학기술을 선도해온 미국의 이미지는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2018년 6월 9일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 배격 입장이 담긴 공동성명을 거부하고 버티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다른 나라 정상들이 설득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전임 오바마 시절에 서유럽이 주도하고 러시아·중국까지 함께 약속한 이란핵협정(JCPOA)도 갖가지 이유를 달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국익보다 감정에 치우친 일부 지지자들의 시각과 요구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이 협정에서 탈퇴하며 트럼프는 동맹인 서유럽과 더욱 멀어져갔다.



2017s년 5월 26일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다른 정상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달리 이날 트럼프는 혼자 골프 카트를 타고 별도로 이동했다. 사진=마크롱 대통령 트위터






G7 볼멘 트럼프 때문에 '고난의 행군'
프랑스의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 대통령(1926~2020년, 재임 1974~1981년)의 제안으로 1975년 G6로 시작한 주요 7개국(G7)도 트럼프가 뒤흔들었다. 2017년 이탈리아 시칠리아 정상회의에선 기후협약에 대한 반대로 혼자 골프 카트를 타고 다녔다. 2018년에는 다른 회원국 정상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자유무역에 관한 입장을 담은 공동성명을 거부하고 혼자 회담장을 떠났다. 국제사회에서 트럼프는 줄곧 혼자였고, 그런 트럼프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한없이 떨어뜨렸다. 트럼프 시대 G&은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을 해야 했다. 이 시대 국제관계는 ‘난맥’이란 표현이 가장 어울릴 것이다. G7이 이렇게 되면서 서방의 견제를 받아온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만 웃게 됐다.




20일 취임식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뒤 트럼프 시대에 소원해진 유럽과의 관계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AFP=연합뉴스





유럽과 관계 회복이 바이든의 책무
20일이 되면 이제 공은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미국 연방상원 외교위원장 출신인 바이든은 미국의 가장 큰 동맹이었다가 트럼프에 절망했던 서유럽을 다시 미국의 친구로 복원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바이든은 그 가치를 누구보다 절감할 인물이다. 바이든의 외교는 트럼프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브랜드·역할·신뢰를 재설정하는 데 무게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
CNN은 트럼프 집권 시절 유럽을 ‘쓰레기통에 처박혔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간은 유럽에 ‘자유롭고 독립적인 길’ 걸을 기회이기도 했다. 미국과의 동맹 체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관계를 설정할 모티브가 될 수 있었다.
이를 막고 유럽을 미국의 동맹으로 묶어두는 일이 바이든의 책무가 됐다. 자칫 트럼프가 전임 오바마의 정책을 폐기하는 ABO(Anything But Obama·오바마 빼고 무엇이든) 정책을 펴며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했듯이, 바이든은 트럼프 정책을 되돌리는 ABT(Anything But Trump·트럼프 빼고 무엇이든) 전략을 선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과정에서 유럽과의 관계 재설정이 바이든 외교의 1순위로 부상할 수 있다. 한국·일본·인도·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이스라엘·이란 등 중동에 대해서도 고루 신경을 쓰려 하겠지만, 자칫 최우선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CNN의 전망처럼 중요한 동맹인 유럽과의 관계 회복에 수십 년이 걸리는 건 바이든에게 악몽이기 때문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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