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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끝나지 않은 꿈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유명한 ‘나에게는 꿈이 있다(I Have a Dream)’연설은 토마스 제퍼슨의 ‘독립선언문’,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선언문’과 함께 미국 역사의 획을 긋는 연설로 꼽힌다.

이 연설을 기점으로 인권운동이 집약적 폭발력을 얻으며 1964년의 인권법(Civil Rights Act) 통과에 기여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연설의 첫 부분은 100년 전(1863년) 해방된 흑인들이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현실 고발로 시작된다.
흑백분리주의와 차별, 경찰 가혹 행위 등 사회적 불의를 열거하면서도 폭력적 항거가 아닌 인류애를 촉구한다. 자녀들이 피부색이 아닌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우받는 것에 대한 ‘꿈’을 피력하며 억압과 핍박을 견디다 못해 들고 일어난 수많은 군중에게 미시시피, 알라바마, 조지아, 루이지애나, 북부 도시의 게토로 돌아가라고 역설했다.
1963년 8월 28일 워싱턴DC의 링컨 메모리얼 앞에 운집한 수십만 명, 그보다 더 많았을 라디오 청취자와 TV 시청자에게 신념을 다해 외친 ‘자유와 정의’는 어떻게 되었을까?

2013년 8월 28일 개최된 50주년 기념행사의 주인공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 이날 행사엔 닥터 킹의 가족들도 다수 참여해 감격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50여 년 전만 해도 같은 식당, 같은 호텔, 같은 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던 사람들 중에서 대통령이 배출된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7년 후 군중은 다시 링컨 메모리얼 앞에 모였다. 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중요하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경찰 가혹 행위, 체계적 사회 불평등 해소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고 다수의 기념물에 페인트로 낙서를 남겼다.
작년 5월 전국적으로 불일 듯 일어난 약탈과 방화, 기물 파손은 경제적 피해는 물론 사회 분위기에도 커다란 상흔을 남겼다.

흑백분리주의가 폐지되고 인종, 피부색, 성별, 종교, 출신국, 성 정체성을 막론하고 차별이 법으로 금지된지 오래다. ‘누구’든지 ‘어떤 꿈’이든 추구할 수 있다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으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사회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사람들은 제각각 속한 그룹별로 다른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뿌리 깊은 체계적 차별 타파와 평등을 주장하는 흑인이 있는 반면, 언제까지 정부가 제공하는 것에 의지한 채 노력 없는 대가를 바랄 것인가라는 자숙의 목소리를 높이는 흑인도 있다.

‘제도적’ 평등의 폐해는 이중 삼중의 복잡한 잣대를 초래했다. 대학은 학생의 인종적 다양성과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성적이 좋은 아시안 학생보다 흑인 학생을 뽑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고, 기업은 기회균등 고용(Equal Opportunity Employer)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여성 임원 수를 유지해야 한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불법체류자들은 쫓겨나지 않고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보장만이라도 얻고 싶어 하고, 피땀 흘려 낸 세금이 나의 노후를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는 현실을 맞닥뜨린 사람들은 그들의 존재가 껄끄럽다.
성 정체성에 대한 자유와 유동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남성, 여성, 전환자를 넘어 범성애자, 무성애자, 양성애자 등 다양한 개념을 만들어내고 있고, 이에 대한 교육을 저학년부터 시작하고자 애쓰고 있다. 차별 금지와 인권이라는 무기를 서로에게 들이대고 있는 형국이다.

닥터 킹이 역설한 자유와 정의는 독립선언문에 명시된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창조됐다(All Men are Created Equal)’는 신념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대혼란의 시기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생명의 존엄에 대한 평등을 사회적 지위와 성취에 대한 평등으로 해석하는 집단 이기심을 아낌없이 발휘한다.
삶, 자유, 행복을 추구함에 있어 나의 권리를 위해 너의 권리를 희생하라는 궤변과 태도에 대한 일침이 절실하다.
아메리칸 드림이 위대한 인류애의 꿈이 될지 각자의 동상이몽이 될지 우리는 어쩌면 선택의 기로에 있는지도 모른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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