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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2PM 재범'과 닫힌 사회

김석하/탐사보도부 데스크

#. 직장인이 근무 중 친구와 인터넷을 하면서 회사와 사장 욕을 실컷하고 "몇 년만 꾹 참고 일하다 창업자금만 마련되면 나간다"고 쓴 글이 직장 전체에 공개되고 모든 사람이 다 본 상황이다.

요즘 가정사와 개인사가 답답하고 짜증나서 '그냥 별 생각없이' 한 말인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회사나 사장으로서는 '뒷통수'를 얻어 맞은 기분일테고 곧바로 '죽일 놈'이 된다.

동료로서는 "회사에 불만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라며 이해하지만 내심은 '재수없게 걸린 놈'으로 본다. 다행히 사장이 "나도 사원일 때 그런 적 있다"며 봐줬다. 그의 불만은 충성심으로 대체됐다.

#. 한국서 인기 정상의 댄스그룹 '2PM'의 리더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려 온 '재범(박재범)'이 어제 미국으로 돌아왔다. '재범의 귀향'이 요즘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가 '한국을 조롱하고 비하했다'는 이유다. 시애틀에서 태어나 17세까지 살다가 워낙 춤을 잘 춰 한국의 대형기획사에 발탁됐던 재범은 4년 전인 2005년 개인 홈페이지격인 마이스페이스에서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한국인은 이상하다. 한국인이 싫다. 미국으로 가고 싶다'라고 말했었다.

그 기록이 며칠 전 언론에 들춰진 것이다. 인터넷이 발칵 뒤집혔고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무수한 글의 요지는 "우리는 너를 사랑했는데 너는 우리를 욕 보이고 돈벌이로만 이용했다. 꽤심하다"로 간추려 진다.

재범은 "당시 17살 고등학생으로 처음 한국에 와서 말과 문화도 잘 모르고 사람들은 차갑게 쳐다보고… 연습생으로 외롭고 힘든 나날을 보내는 내 처지를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창피하고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비난은 이어졌고 그는 팀을 탈퇴했다.

#. 재범이 귀향한 날인 8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버지니아 주 한 고교에서 학생들과 만나 인터넷상에 무엇을 올리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페이스북(마이스페이스와 비슷한 웹사이트)에 게시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여러분이 무엇을 하든 그것이 나중에 다시 나올 수 있다"며 청년기에 올린 충동적인 글이나 사진 등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한국은 인터넷 강국을 자처하고 소위 '네티즌 수사대'가 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사회의 관용은 인터넷 그물망에 의해 철저히 파괴된다. 다행히 빠져나가도 그물에 스친 상처는 매우 깊다.

#. 재범을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은 그를 '먹튀(먹고 튄다)'로 단죄한 상황이다. 한국에서 돈만 벌고 미국으로 갈 것이라는 비난이다. 재범이 남긴 글에 그런 내용이 있다보니 부인하기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타향에서 고생하고 있는 10대 청소년의 시각에서 달리 생각하면 '금의환향' 하겠다는 말일 수도 있다.

'고향'이 한국이 아닌 미국이다 보니 욕을 먹을 뿐이다. 재범은 문제의 글을 쓴 1년 후 미국에 있는 친구 웹사이트에 "나 완전 한국인 다 됐어" "난 내가 한국인이란게 전혀 부끄럽지 않아" "대한민국!" 이라는 글을 남겼다.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거액의 계약을 맺은 뒤 부진하면서 '먹튀' 논란에 싸였을 때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 한국사람은 '너무나' 한국을 사랑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한국을 사랑하는 것은 남에게 한국을 진짜로 좋아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재범은 그 기회의 문 앞에 서 있다. 문을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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