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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골프와 교회

[LA중앙일보] 발행 2009/09/17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09/09/16 20:06

이종호/J-퍼블리싱 본부장

골프 예찬론자와 기독교인들은 닮은 데가 많다. 골프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이 좋은 것을 왜 안 하느냐고. 이렇게 재미난 것을 왜 안 배우느냐고.

전도에 열심인 기독교인들도 말한다. 이 좋은 말씀을 왜 안 듣느냐고. 이렇게 기쁘고 즐거운 세계에 왜 동참하지 않느냐고.

그래서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들이려 한다. 아무런 보상이 없어도 내 돈 내 시간 들여가면서 얼마든지 기쁜 마음으로 전도사가 된다. 별천지의 감격을 혼자만 누리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그 덕인가. 기독교가 놀랄 만큼 급성장한 것 이상으로 골프 인구도 늘었다. 이제 한국은 골프와 심각하게 '열애중'이다. 아파트는 골프 연습장이 있어야 값이 오르고 주말 도로는 골프장을 찾는 인파로 몸살을 앓는다.

그래도 한국에서 골프는 여전히 귀족 스포츠다. 보통 사람들에게 골프를 친다는 것은 신분상승과 동의어다. 하지만 골프는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운동인 동시에 가장 지탄받는 운동이다. 환경 파괴 호화 사치라는 태생적 한계가 그 이유다.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툭하면 골프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에 비하면 미국에서 골프는 확실히 대중 스포츠다. 적어도 한인들에겐 그렇다. 골프와 열애 중인 것도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한인들 모임이면 무엇이든 골프만 같다 붙이면 장사가 된다. 사람들이 꼬인다. 동창회나 협회.단체들의 골프대회가 철마다 끊이지 않는 것도 그래서이다.

그 대열에 이제는 교회나 종교단체들까지 동참하고 나섰다. 장학기금 마련 선교기금 마련 이웃돕기 성금마련 같은 갖가지 명목의 골프대회가 잇따라 열린다. 어차피 치는 골프 좋은 일까지 하겠다니 귀한 일이다. 그러나 언뜻 삐딱한 생각도 스친다. 골프면 골프 그것 하나로 마음껏 운동하면 됐지 굳이 또 그런 명분까지 붙여야 하나 싶어서이다.

동창회도 하고 협회도 하고 한인 단체라면 어디든 한 번쯤은 하는 것이 골프대회다. 그리고 이왕 치는 골프 좋은 일도 한 번 하자고 해서 유행처럼 번진 것이 기금마련이다. 거기엔 생색도 내고 '골프유희'라는 따가운 시선에 대한 면죄부를 받겠다는 심리도 은연중 깔려 있다. 그런 것을 똑같이 따라 한다는 발상의 진부함이 흔쾌하지가 않은 것이다.

한 때 세상이 교회를 따르던 때가 있었다. 교회가 진취적이고 진보적인 생각들을 가졌을 때다. 그러나 지금은 거꾸로다. 세상은 분초를 다투어 변하고 발전하는데 교회는 늘 제자리걸음이다.

전통에 매이고 제도와 관습에 짓눌려 가장 고답적인 조직이 돼버린 곳이 교회다. 그래서 기껏 아이디어라고 내는 것도 세상 따라 하기이고 무슨 일을 하나 해도 세상과 똑같이 생색이 나야 하는 것이 많다.

지난 여름 한인타운의 한 작은 교회가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두달간 서머스쿨을 열어 주었다. 100명도 안 되는 교인들이 감당키엔 버거울 만큼 많은 아이들이 몰렸지만 전 교인이 합심하여 그 일을 해 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일을 하면서도 전혀 생색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맡겨진 자녀나 그 부모들에게 신앙을 강요하지도 않았고 교회 출석을 권유하지도 않았다.

교회가 하는 일은 이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예수는 가르쳤다. 그리고 그 일의 상급은 이 땅에 있지 않고 하늘에 있다고 했다. 세상이 기독교에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신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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