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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미나리, 보편성의 바다

‘미나리’가 오스카를 향해 가고 있다. 한인이 주연만 해도 화제가 되던 때를 생각하면 한인 감독과 출연진이 만든 한인 이야기가 독립영화임에도 주류사회에서 수상 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놀랍다. 특히 인종적 벽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는 연기 부문에서 영화배우조합(SAG)의 앙상블상과 여우조연상(윤여정),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후보에 올랐다. 젊음을 숭배하는 할리우드에서 70대 한국 배우인 윤여정이 후보에 오르다니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미나리’의 성취는 돌발적인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더구나 이 파천황의 기세는 놀랍게도 한국과 미국에서 화답하듯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기생충’이 나오자 미국에서는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와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응답했다.

그 힘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 보편성일 것이다. 이제 한국인이 만드는 작품은 우리의 특수성만 내세우며 주목해달라, 이해해달라 조르지 않는다. 한국적이되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의 경지에 올랐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글 대사가 대부분인 한인 이민 가정의 이야기를 두고 “올해 본 가장 미국적인 영화”라는 찬사를 들을 수 없다. 미국의 본질인 이민이라는 핵심을 잡아냈기에 가능했다.

‘파친코’는 한인 중에서도 소수인 재일 한국인을 다루지만,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는 한 행사에서 ‘파친코’ 책 소개를 자청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여기 온 진짜 이유는 (주인공인) 한수가 가상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지만 여기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입니다.” 이 정도 매혹은 보편성으로만 가능하다. 한국도 한인사회도 문화의 수준이 여기까지 왔다.



보편성을 얻었다 해도 방탄소년단 정도의 인기는 시대를 끌어안고 그 아픔을 어루만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확고한 규범은 사라지고 미래는 불확실하며 무한 경쟁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방탄은 교사며 부모일지도 모른다.

팝 역사상 방탄 같은 범생이 스타는 없었다. 그들은 스스로 모범생이 되어 팬들에게 모범생이 되라고 속삭인다. 그들은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라며 팬들에게 속삭인다. ‘너부터 사랑해.’ 그러니 많은 아미들이 “방탄이 나를 살렸다”고 고백하고 부모들이 자식을 따라 아미가 된다. 부모가 할 일을 대신하는 가수를 전 세계 어느 부모가 싫어하겠는가.

비틀스가 1964년 2월 7일 뉴욕에 도착한 이후 케네디 암살로 깊은 슬픔에 잠긴 미국에 다시 웃음을 찾아주고 냉전과 사회갈등, 세대충돌에 시달리는 전 세계에 젊음의 활력과 사랑을 전파한 것처럼 방탄은 전 세계에 나를 찾아가자고 힘을 북돋는 시대의 가수다.

성공한 작품은 모두 시대에 닿아있다. ‘기생충’은 빈부 격차와 계층 문제를, ‘파친코’는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심리와 그 가혹한 결말 같은 이 시대의 깊은 고민을 잡아낸다. ‘미나리’에는 이동성이 인류 역사상 최고도에 이른 이 시대의 특징이 깔려있다.

1990년대 한 장면이 생각난다. 신촌 김덕수 사물놀이패 연습실 건물 건너편엔 한국서 가장 큰 레코드 가게가 있었다. 그 광활한 가게의 사방 벽은 늘 가수 한 명이나 그룹의 브로마이드가 차지했다. 아마 음반이 가장 잘 팔리는 가수였을 것이다. 당시 벽은 늘 ‘뉴 키즈 온 더 블록’ 차지였으나 어느 날 거짓말처럼 ‘서태지와 아이들’이 벽을 도배했다. 아마 그때가 한국에서 팝과 한국 대중음악이 썰물과 밀물로 바뀌는 시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 대중문화는 한국을 넘쳐 아시아로 흘러갔고 한류의 이름을 얻었다. 이제는 아예 한류라는 이름까지 버리고 보편성의 바다로 나가고 있다.


안유회 사회부장·국장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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