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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랑과 집착의 차이

어떤 영화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엄마에게 ‘맘충’이라고 하는 장면을 보았다. 맘충? 엄마 벌레? 충격적인 단어였다. 물론 그런 말을 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는 생각은 든다. 비행기에서 아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다른 사람들의 불편함은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이의 재롱에 박수치는 엄마, 식당에서 아이가 제멋대로 하게 놔두고 누가 뭐라고 하면 싸울 기세로 반응하는 젊은 엄마들을 보면 맘충이란 단어가 생겨날 만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엄마를 맘충이라 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엄마라는 이름은 위대하다. 군대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는 훈련병들은 엄마라는 말 한마디에 울음을 터뜨린다.

동양 신학자들 중에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란 기도문을 ‘하늘에 계신 우리 어머니’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이다. 가톨릭교회 신자들이 예수님보다 성모님을 더 가까이하는 것도 이런 모성애에 근거한 것이다.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종교는 모성애를 신성시한다. 어머니의 사랑은 신성하고 지고하기 때문이다.

자식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털어낼 필요가 있다. 자식에 대한 지나친 감정의 원인은 무엇인가? 분리불안이다. 아이가 없으면 불안해하는 엄마. 이런 엄마들은 아이가 늘 아이로 남아있기를 원한다. 엄마가 자식이 아이로 그냥 머물러 있기를 원할 때, 아이가 엄마의 잃어버린 자기애적 욕구를 채워주기 때문이다.



전화 상담을 하신 할머니, “우리 애가 걱정이에요.” “애가 몇 살인데요?” “지금 쉰 살이에요.” 쉰 살에 자식까지 있는 아들을 애라고 하면서 걱정하는 어머니. 분리불안의 전형적인 예시다. 이러한 엄마들이 집착을 놓지 못하고 오히려 진화하면 그야말로 맘충이라 불리는 엄마가 된다.

맘충이라고 불리면서까지 아이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지 못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분리불안은 엄마와 자식 간에 병적인 친밀감을 만든다. 엄마가 자식에게 ‘너 때문에 내가 잠을 잘 수가 없다’라고 하면 아이들은 지겨워하면서도 거역하지 못하고 엄마 말을 듣는다. 그러면서 자기가 없어진다. 이런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늘 엄마의 눈치를 본다. 그래서 부부싸움을 하고서 엄마에게 자기 부인의 일을 고자질하는 덜떨어진 아들들이 적지 않다. 사업을 해도 성공하지 못하고 말아먹는다.

어린나무는 성장하면서 다른 나무들과 거리를 두어야 잘 자라는데, 엄마라는 큰 나무 옆에 있으면 엄마보다 작은 사람밖에 안 된다. 엄마는 사랑이라 하지만 사랑과 집착이 식별이 안 될 때 아이들은 성숙한 어른이 되지 못하고 덩치만 큰 덜떨어진 사람이 된다. 이런 사람들이 자기감정 조절을 못 해서 무책임하게 여러 가지 사고들을 치는 것이다.

몇 년 전 유럽 투어 중 비가 내리는데 어린아이들이 선생님과 산보를 하는 것을 보았다. 비가 오는데 모자도 없이 우비만 입은 아이들은 징징대는 놈 하나 없이, 징징대는 엄마도 한 사람 없이 선생님을 따라서 비를 맞으며 걷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걱정했더니 저 아이들은 감기를 모른다는 대답을 들었다. 가을만 되어도 강아지처럼 둘둘 싸여 입혀지는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저 아이들과 경쟁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사자는 새끼들을 절벽으로 떨어뜨리고 올라온 놈만 키운다는데, 그렇게까지는 못해도 강아지처럼 키워서는 미래가 없다.

참 부자들은 자식에게 가업을 물려주기 위해서 가장 밑바닥의 일부터 시킨다고 한다. 재벌 2세 중에 흥청망청 살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자들은 대개가 어설프게 고생 시늉만 한 아이들이다. 부모를 믿고 철부지 망나니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망나니들은 나중에 부모가 상속을 안 해 준다고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 폭행조차 불사하는 인간말종이 되기도 한다.

엄마로부터 제때 분리된 아이들은 믿음직한 어른이 된다. 그러나 엄마 품을 못 떠나는 아이들은 평생 남의 등골을 빼먹는 루저로 살아야 한다. 엄마냐 맘충이냐, 선택해야 한다.


홍성남 /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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