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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비읍 오 미음

입춘이 지나고 봄이 오는 느낌이 물씬 납니다. 날씨도 조금씩 따뜻해지고 있습니다만, 무엇보다도 나무에 움트는 기운이 느껴집니다. 움이 트고, 싹이 돋고, 꽃이 피는 봄이 되면 조금 더 웃을 일이 많아지기 바랍니다.

봄이라는 말을 풀어 읽으면 비읍, 오, 미음이 됩니다. 저는 봄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봄의 느낌을 잘 담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이렇게 비읍과 오와 미음을 따로 읽어보면 더 봄의 느낌이 다가옵니다. 물론 음이라고 하는 게 느낌이 고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언어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소리와 의미의 관계는 필연적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관계가 없어 보이는 말이 많아서 자의적(恣意的)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리와 느낌이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말의 경우는 대표적으로 모음의 경우에 소리와 느낌의 관계가 뚜렷합니다. 소리를 흉내 내는 말이나 모양을 흉내 내는 말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깡총깡총’과 ‘껑충껑충’의 차이는 느낌이 확 옵니다. ‘아’는 밝은 모음이고, ‘어’는 어두운 모음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는 밝은 모음이고 ‘우’는 어두운 모음입니다. 모든 단어에서 소리와 느낌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경향이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럼 봄이라는 말 속에 들어있는 자음과 모음의 느낌은 어떨까요? 각각 느낌을 살펴볼까요? 비읍은 입술소리입니다. 아기가 말을 배울 때 처음 내는 소리가 입술소리이기도 합니다. 입술소리에는 미음이나 비읍, 쌍비읍, 피읖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세계의 언어를 보면 엄마 아빠에 해당하는 단어에 입술소리가 제일 많이 쓰입니다. 우리말에서도 엄마, 아빠에 입술소리가 쓰이고 있습니다. 아가들은 입술을 이용해서 소리를 내는데, 부모는 아이가 소리 내는 것을 보고 엄마 아빠라고 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는 아마도 그게 굳어져서 엄마 아빠를 가리키는 말로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비읍의 글자를 보면 위로 올라가는 모습입니다. 기운이 올라갑니다. 아이들에게 비읍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면 ‘불’을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이 위로 올라가는 모습과 비읍 글자가 닮았나 봅니다. 불과 관련된 단어에도 비읍이 한 가득입니다. 붉다, 밝다, 빛, 반짝, 번개 등이 보이네요. 그래서 그런지 비읍에는 따뜻한 느낌이 있습니다. 볼 빨간 아이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또한 비읍은 미음에서 밖으로 나가는 느낌도 있습니다. 밖이라는 단어에도 비읍이 보입니다. 봄이 비읍으로 시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울 동안 갇혀있던 것이 밖으로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밖이라는 단어에도 비읍이 보입니다. 봄은 따뜻함으로 나아가는 계절입니다.

오는 땅 위에 하늘이 있는 모습의 글자입니다. 달리 말하면 해가 뜨는 모습의 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밝은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말에서 오가 들어가는 말 중에는 밝고 따뜻한 느낌의 말이 많고, 올라가는 느낌의 말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말이 바로 봄입니다. 싹이 돋고, 꽃이 피어납니다. 미음 받침은 울림소리입니다. 계속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열기를 입안에 담고 있습니다. 왠지 안전한 느낌입니다. 따뜻한 느낌도 있습니다. 엄마라는 말이 이런 느낌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모두 받침에 미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이야기하는 봄이라는 말의 받침이 미음입니다. 봄이 되면 안전하고, 따뜻함이 계속되었으면 합니다.

글자와 소리의 느낌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닙니다. 우연의 요소도 많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연이라기에는 우리의 느낌과 삶을 담고 있어서 놀라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을 찾는 과정도 즐거움이 됩니다. 봄이 옵니다. 모두 밝고, 따뜻하고, 안전한 세상이 되기 기원하며 비읍 오 미음의 이야기를 찾아보았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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