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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떠난 사람들, 남은 사람들

성민희 / 수필가
성민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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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1/02/23 미주판 15면 입력 2021/02/22 19:00 수정 2021/02/22 17:48

의사의 판단은 정확했다. 이번 주를 넘기지 못 할 거라는 말과 함께 임종예배를 드린다는 기별이 왔다. 아직도 60대 초에 머무른 나이 덕분일까. 유방암이 폐로 전이되어 죽음을 대면했는데도 하얀 얼굴에 불그스레 볼연지를 한 모습이 참 곱다. 샤핑을 가자고 손을 끌면 하이힐을 신고 따라 나설 듯 밝은 표정이다.

이제 곧 만나게 될 그분과 어떤 교감이 있었기에 저토록 평안한가. 침대 헤드보드에 등을 기대고 한 사람 한 사람 껴안으며 안녕을 한다. 영원한 이별이다. 내 손을 꼭 잡고는 멋도 많이 부리고 재미있게 살라고 한다.

옆에서 훌쩍이는 그녀 딸의 어깨를 안아주며 말했다. 모두가 가는 길. 너 엄마는 조금 일찍 가신다고 생각하자. 그동안 고생했는데 이제 하나님 품에서 편안할 거라는 마음으로 보내드리자.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퍼요. 그래. 그래. 그립다는 거. 그거 참 슬픈 거지.

오늘은 친구 어머니의 임종예배를 드렸다. 의사의 진단에 따라 보내드리기로 했다. 이 예배를 끝으로 산소호흡기는 제거되고 어머니는 영원히 가신다. 구순을 넘긴 여린 몸이 폐렴과 싸우느라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오랜 세월을 견뎌온 몸이 녹아내린 듯 하얀 시트에 파묻혔다.

친구는 어머니의 귀에 대고 있는 힘을 다해 말했다. “엄마, 무서워하지 마. 엄마 혼자 가시는 게 아니야. 예수님이 마중 나오실 거야.” 어머니의 뺨에 얼굴을 갖다 대는 친구의 어깨가 들썩였다. 울 엄마는 참 무서움을 많이 타는데… 가느다란 말소리가 흐느낌에 묻혔다.

두 사람이 떠났다. 꽃망울 몽실몽실 부끄럽던 장미가 환하게 꽃잎을 피우더니, 어느새 꽃잎파리 바람인 듯 한 잎 두 잎 날리고는 떠났다. 허공에 덩그라니 잔상만 남기고 갔다. 행여 외로울 땐 가슴 밑바닥에서 어른거리는 안개로만, 암만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을 그리움으로만 존재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녀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입던 옷도 신발도 웃음소리도 냉장고 여닫는 소리도 모두 그대로 있는데 그녀만 사라졌다.

그런데도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해가 뜨고 해가 진다. 함께 옛날을 추억하고 나누던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는데도. 곁에서 없어졌는데도. 우리는 어제처럼, 오늘도 밥을 먹고 웃고 즐기고 잠을 잔다.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 죽음은 영원한 쉼표,/ 남은 자들에겐/ 끝없는 물음표,/ 그리고 의미 하나,/ 땅 위에 떨어집니다/ 어떻게 사느냐는/ 따옴표 하나,/ 이제 내게 남겨진 일이란/ 부끄러움 없이 당신을 해후할/ 느낌표만 남았습니다.’ -김소엽의 시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

그렇다. 남은 자는 느낌표 그것 하나 소중히 품고 산다. 죽음은 삶과의 이별인 동시에 새 생명으로 태어나는 축제의 순간이 아닌가. 언젠가 다시 만난다는 믿음으로 위로 받을 일이다. 이제 안녕이란 말은 하지 않겠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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