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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족적(足跡)을 남기다

매일 새벽마다 아침 산책을 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일과는 아침 산책으로 시작한다. 아침 공기는 상쾌하다. 맑고 차다. 가슴 깊이 들어 마시고 내 품으면 온 몸이 새 공기로 순환된 기분이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명상과 운동의 시간으로 약 한 시간 정도 걸으면 내 발 보폭으로 7000보 정도 걷는다.

이제까지 내가 남겨온 발자국들이 이렇게 생겼었구나 생각해 본다. 모든 살아있는 동물들은 움직인다. 움직일 때마다 흔적을 남긴다. 두 발 가진 동물은 두 발의 흔적을 네 발의 동물은 네 발의 흔적을 남긴다. 이 지구상에 살다간 모든 사람들은 각각 자기의 흔적을 남기고 떠난다.

수년 전 유럽의 라인강 크루즈를 할 때 독일의 서북쪽에 있는 유서깊은 조그만 지방도시 트라이어에서 큰 성당을 방문했다. 규모와 웅장함이 대단했다. 그 성당은 로마의 콘스탄틴 대제와 그의 어머니 핼레나가 세웠다는 거 였다. 또한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갔더니 여기저기 유명한 성지마다 교회가 세워져 있는데 거의 다가 콘스탄틴 대제와 그의 어머니가 세웠다고 했다. 그들의 족적은 과히 세계적이었다. 우리 조상 가운데 가장 빛나는 큰 족적은 남긴 이는 세종대왕일 것이다. 백성을 사랑하여 제정한 한글은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에 우뚝 서도록 한 그의 큰 족적이다.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어 해전에서 승리함으로 임진왜란에서 민족을 구원한 것도 그렇다.

반면 세기말에 나라가 풍전등화 같은 어려운 운명에 처했을 때 왕조를 바로 세우지 못한 대원군, 고종, 민비, 이완용 등은 민족 패망의 족적을 남겼다. 세계정세의 흐름을 깨닫지 못하고 아집에 사로잡히고 가족 싸움하다 그렇게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내 친구 이 사무엘 목사 부부는 대학생선교회 세계본부장 일을 40년간 섬긴 후 은퇴하고 아프리카 짐바뵈로 가서 자비량으로 한글과 한국문화를 가르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그들의 발자취는 작지만 현지 젊은이들의 가슴에 빛을 심고 있다. 앞으로도 쉽게 끝날 것 같이 않을 팬데믹 시대를 살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미국과 세계를 바라본다.

새로운 삶을 위해 미국으로 이민 온 우리 1세뿐 아니라 이 땅에서 영원히 살아갈 후손들이 잘 살 수 있는 좋은 나라가 되면 좋겠다. 지난 4년 간 미국의 대통령으로 일 해왔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미국만을 위한다(America First)고 하면서 국내외적으로 많은 적을 만들었다. 큐어넌 등 음모론자들이 퍼뜨리는 가짜 뉴스들을 자기 유익을 위해 이용하며 복음주의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드려 미국 백성을 분열시켰다. 하원에서 두 번이나 탄핵을 당했으니 그가 미국 대통령으로 남긴 족적이 무엇인가? 찬란한 민주국가 미국의 역사 가운데 그의 발자취는 어떻게 평가 될까 궁금하다.

남은 날이 많지 않는 내가 남긴 내 발자국은 어떤가. 모양이 좋은가, 삐뚤어 졌는가. 우리가 남기는 족적은 무엇인가? 날마다 되새겨 가며 살아야 한다. 내 발자국을 자주 뒤돌아보며 교정해 가야 한다. 올바른 족적을 남기기 위해 힘써야 한다. 오늘 아침도 집을 나서기 전 마음을 가다듬으며 신발 끈을 동여맨다.


김바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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