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장르에 담은 중남미 민중의 한
라 요로나(La Llorona)
과테말라 독재정권의 차별적 인종주의와 이념 대립으로 내전이 한창이던 60년대, 이에 저항하던 많은 수의 민중들이 군부에 의해 살해당한다. 30년 후, 대량 학살을 지휘했던 퇴역 장군 엔리케에 대한 형사 소송이 제기되지만, 무죄를 선고받는다.
아마도 학살 현장에서 두 자녀를 잃은 듯 보이는 알마가 엔리케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온다. 엔리케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여인의 울부짖는 소리가 그를 괴롭힌다.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날마다 엔리케의 저택 앞에서 법의 공정을 외치는 시위를 벌인다. 엔리케의 아내 카르멘은 성추행을 일삼던 남편의 과거로 인하여 아직도 분노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알마와 카르멘의 과거가 묘하게 얽혀 있다. 과연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들을 누가 달래줄 것인가.
중남미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전설 속 여인 요로나의 실체는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군부의 학살에 자신들의 가족을 잃은 억울한 민중들의 마음이 요로나일 터이다. 그들은 매일 밤 엔리케를 찾아와 그를 괴롭히며 저주의 미스터리를 이어 나간다.
전설과 역사를 리얼리즘으로 스크린에 재현한 하이로 부스타만테 감독은 엔리케의 저택으로 촬영의 동선을 제한하고 지나친 폭력이나 강도 높은 시각 효과도 생략했다. 화려한 기술을 동원하지 않았음에도 공포 분위기는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호러 영화’라는 할리우드 장르의 문법을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학살을 자행한 권력과 그 권력을 비호하는 사법부의 부당성을 비판하는 민중성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
과테말라와 같은 비주류 라틴 문화권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 호러영화 전문 스트리밍 사이트 슈더(Shudder)에서 상영되고 있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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