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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제이시의 비극'을 깨자

[LA중앙일보] 발행 2009/09/25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09/09/24 20:50

모니카 류 / 카이저병원 방사선 암 전문의

지난 석 주 동안을 어수선한 마음으로 지냈다. 나의 생각은 삼 주 전에 보도되었던 제이시 듀가드라는 여인에 대한 기사에 자주 머물렀다. 열 한 살 때 방과 후 학교 앞에서 유괴되었던 제이시라는 아이가 18년의 긴 세월 후 29세의 여인이 된 후에야 구조된 일이다.

자물쇠가 문 밖에 달려 있어 문을 안에서 열고 나올 수 없는 상자같은 방에서 살며 두 딸을 낳았다고 한다. 큰 딸이 지금 15살이라 하니 제이시가 14살 때 낳았다는 말이 된다.

또한 미디어는 유괴범의 아내라는 여자가 괴한을 동조한 것이냐 아니면 그녀 또한 제이시와 다름 없는 피해자냐에 대한 전문인들의 의견을 보도하였다. 이와 함께 '스톡홀름 신드롬'이라는 말이 자꾸만 오르내렸다.

이 '스톡홀름 신드롬'의 뜻은 한국 속어로는 '병주고 약 준다'는 말과 그 뜻이 비슷하다. 1973년 8월 스웨덴의 스톡홀름에 있었던 은행 강도 사건에서 유래된 것이다. 네 명의 은행원들이 무장 강도들에 의해 닷새 이상 잡혀있었던 사건이었다.

경찰은 이들을 성공적으로 구해내었지만 놀랍게도 이들을 구출하던 과정에서 피해자들인 은행원들이 경찰에게 비협조적이었고 그 후 법정에 증인으로 섰을 때 괴한들을 두둔했다고 한다. 그 중의 한 사람은 괴한들의 법정 투쟁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까지 했다고 한다. 이러한 피해자들의 태도에 세상은 놀랐다.

그 후 이런 미묘한 피해자의 반응과 피해자-가해자와의 관계를 정신과 의사이며 범죄 연구가였던 베제롯이라는 사람이 정돈하여 '스톡홀름 신드롬'이라는 이름을 붙여 발표하였다.

그의 논리를 쉽게 써보면 이렇다. 인간의 본성은 불행이나 고통을 오랜 기간 참기 어려워 본능적으로 그 감정을 잊고 싶어한다. 한편 외부와 격리된 상태에서 가해지는 끊임없는 공포와 생명에 대한 위협은 희망과 용기를 말살시킨다. 결국에는 '깨달아 아는 삶의 기본적인 능력'까지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 가끔 가해자가 보여주는 아주 작은 친절에 감사하게 되고 가해자가 자신을 핍박하는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믿게 되거나 또는 그의 불행했던 과거를 동정하고 나아가서는 가해자가 하는 일에 동조하게 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스톡홀름 신드롬'에 나오는 시나리오는 바로 '병 주고 약 주는 관계'라는 표현 안에 잘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

갱단이 건재하는 학교 교주가 다스리는 사이비 종교 집단이 건재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아동과 배우자를 학대하는 가정이나 근친상간이 일어나고 있는 집안에 감추어져 있는 은밀하고도 치밀한 체계적인 범죄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범죄까지 가지 않더라도 '병주고 약주는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마음이 약하고 열등감이 많고 수동적이어서 누군가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과 이들을 악용하는 소위 말하는 '두목'들의 관계이다. 이런 관계가 부모와 자식간에 부부간에 친구간에 형성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희망과 용기를 잃게 될 때 우리 '영(靈)'의 마술적인 힘은 눈이 녹듯이 사라지게 된다.

스스로 결정을 내릴 능력도 싸울 힘도 없게 되고 열악한 환경을 탈출할 용기는 더 더욱 없게 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밝은 환경 안에서 숨쉬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주위에 희망을 베풀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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