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기댄 자, 술로 망하다
언아더 라운드(Another Round)
이들은 알코올 측정기를 들고 다니면서 농도가 떨어지면 알코올을 다시 채워 넣는다. 체내의 알코올 농도를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한 ‘실험’ 중이므로.
실제로 이들은 술의 도움으로 지루한 삶에서 헤어나 다소간 자유와 행복을 맛본다. 건조한 성격으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던 마틴(미켈슨)의 교실에도 웃음꽃이 피어나고 학생들과의 친밀감도 증대된다.
이들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자신들의 실험이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보다 강도 높은 실험에 들어간다. 이들의 삶은 곧 알코올에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그간 애써 무시했던 마틴과 아내와의 거리감이 표면으로 올라온다. 술에 취한 이들의 격한 행위는 아내와 자녀들을 민망하게 한다.
술에 취해 아내에게 상처를 주고 그녀를 떠나게 했던 마틴은 아내에게 용서를 빌고 재결합을 요구한다. 아니카의 마음은 이미 마틴을 떠난 지 오래다. 어쩌면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는 그들에게 자유를 허락했지만, 또한 그들이 행한 행동에 대하여 책임을 요구한다. 영화는 덴마크 소시민들의 일상을 통해, 사람들은 역경을 이겨낼 수 있어도 술을 이길 수는 없다는 불변의 진리를 전한다.
알코올을 실험한 자들이 알코올에 무너지는 스토리 안에서 빈터베르 감독은 인생사의 또 다른 진리를 말하고자 한다. 그가 인용하는 구절은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죽음에 이르는 병이란 다름 아닌 절망이다. 절망은 자기 소외다. 단순히 육체적인 죽음이 아니라 생명의 상실을 의미한다.
영화는 댄서 출신의 배우 매즈 미켈슨의 춤으로 막을 내린다. 그 춤은 다행히도 밝은 미래를 향하는 춤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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