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변호사는 이른바 '정인이 사건'의 변호인입니다. 지난해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정인이가 숨진 사건이죠. 올 1월 TV 프로그램을 통해 이 문제가 재조명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자연스레 양부모를 변호하는 이도 비난의 대상이 됐습니다. "제 이름 검색하면 악마냐고 묻던데요?" 정 변호사의 자조 섞인 말에 착잡한 심정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그래도 밀실팀은 그에게 물어봤습니다. 정인이 사건을 진짜 돈 때문에 맡은 거냐고. 많고 많은 사건 중에 왜 하필 모든 국민이 분노하고 슬퍼하는 일을 맡았느냐고.
![정인이 사건을 변호하는 변호사들에 분노한 누리꾼. [게시글 화면 캡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3/07/9c06f26f-dd6f-4ad6-91aa-3b2982a68ee7.jpg)
정 변호사도 비슷한 반응을 겪었습니다. 온라인 세상에는 '정씨가 수임료로 3억 원을 받았다' '성공보수가 억 단위다' 등의 추측이 난무합니다.
하지만 그는 "내가 통상적으로 받는 변호사 수임료 기준 말고 추가로 받은 것도 없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준의 10분의 1도 안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돈에 별 관심이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돈 때문에 수임하는 변호사는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죠.

성공보수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도 있습니다. 민사소송이 아닌 형사소송에서 변호사는 성공보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대법원이 2015년 ‘형사소송에서의 성공보수는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죠. 돈과 재판의 결과를 결부시키게 되면, 인권과 사회정의를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그런데도 정 변호사는 "돈을 받고 영혼을 팔았다"는 비난과 함께 ‘신상털이’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흉악범으로 알려진 피의자를 변호하는 변호사들 자신이 흉악범으로 몰리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는 하죠.

2017년 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도 그중 하나죠. 그의 변호를 맡았던 김윤호(43) 변호사에게도 높은 수임료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습니다.
하지만 김 변호사가 사건을 맡겠다고 법원에 선임계를 제출했을 당시엔 수임료 책정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사건에 관계된 증거들을 열람해보고 맡을지 말지를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증거 열람을 위해선 선임계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냈는데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고 말합니다.
국선 변호인이 아닌 사선 변호인을 선임했다는 사실에 여론이 악화하자 결국 이씨 가족은 김 변호사에게 손을 떼 달라고 부탁합니다. 나흘 만에 김 변호사가 사임계를 제출한 이유죠.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의 비난 앞에선 견디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정 변호사는 "제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욕을 많이 먹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김 변호사도 "함께 일하고 있는 변호사들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이 들어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으로서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마음을 굳게 먹고 의도적으로 (주변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했다"고 입을 모읍니다.

"중학교 동창이 살인을 저질러 변호를 맡았어요. 동창의 어머님이 '내가 기사를 봤을 때는 얘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걔가 내 아들일 줄 몰랐다'고 하셨어요. 그 말이 맞아요. 흉악범이라도 누군가의 가족일 수 있고 당사자일 수도 있는 일인 거죠."
정인이 사건을 맡았을 땐 이 정도로 관심받을지 몰랐던 정 변호사가 "다시 돌아가더라도 사건을 맡을 것 같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김 변호사도 "내가 어떤 일을 겪게 됐을 때 억울함이나 하소연, 아니면 나의 변명이라도 할 수 있는 상대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그들을 변호해야 하니까요.
![누군가를 법적으로 변호할 권리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3/07/0aabad17-92a4-4796-9e0a-c9a83123755b.jpg)
김 변호사는 "어떤 경우라도 특정 사건을 새롭게 다시 쓰거나 다른 사람에게 누명 씌울 수 있는 그런 큰 능력이 변호사들에겐 없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정 변호사는 "거짓말을 돕는 건 싫다. 어느 변호사든 결국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합니다.
밀실팀이 만난 '흉악범' 변호사들은 "누군가의 변호를 맡는다는 건 그 사람이 무조건 무죄일 거라고 생각해서, 또는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서 변호를 맡는 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피의자의 입이 돼 준다는 본분에 충실할 뿐이라는 거죠.
머리와 가슴 사이, 변호사들은 어디에 무게를 둬야 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백희연·박건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영상=이진영 인턴, 백경민
韓 구경도 못한 모더나, 36개국 접종…싱가포르 골라 맞는다
정세균 “11월 집단면역 가능하다 확신…수급 우려 안해도”
뉴욕 아시안 여성 염산 테러 당해
"알몸 원산폭격, 수치심에 눈물" 대구FC 가혹행위 영상 공개
“저소득층 월 1000불”…가세티, 10억불 구조기금 발표
[예영준의 시시각각] 노무현 정부는 대북전단 막지 않았다
테슬라 충돌 후 화재로 2명 사망…운전석엔 아무도 없었다
美상원 민주 원내대표 '아시안 증오범죄 방지법 반대 용납 못해'
잉글우드 아시안 교회서 사이버 인종공격
3년 간 남의 집 앞마당에 커피 컵 투척…잡고 보니 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