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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한국 대학들의 '기부금 사냥'

이종호/J-퍼블리싱 본부장

요즘은 한국의 대학들도 기부금이 화두다. 기부금 모금에서 밀리면 대학 경쟁력도 끝이라는 인식 아래 총장부터 발 벗고 뛰고 있다. 경영마인드를 갖춘 CEO형 총장은 그래서 대세가 됐다.

이번에 총리가 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CEO형 총장이었다. 그는 2002년 취임 직후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을 만나 폭탄주 7잔을 마셔 가며 설득해 70억원의 지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재임중 그는 830억원이 넘는 돈을 모금했다.

CEO형 총장의 원조는 송자 전 연세대 총장이었다. 그는 1992년부터 4년 동안 1500억원을 모아 기부금 총장으로 불렸다.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은 2003년부터 2년간 2500억원이 넘는 발전기금을 모았다.

요즘은 KAIST의 서남표 총장이 돋보인다. 그는 취임 3년 만에 100배가 넘는 모금액을 기록했다. KAIST의 2005년 기부 총액은 7억여원에 불과했으나 2008년엔 647억원까지 끌어 올린 것이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한해 한국의 291개 사립대가 모금한 기부금 총액은 5119억원이었다. 이중 1.2.3위는 연세대-인하대-고려대 순이었고 한푼의 기부금도 모으지 못한 대학도 많았다.

불황으로 인해 기업의 기부금은 줄었지만 개인 기부는 오히려 늘었다는 것도 특징이다. 김밥 할머니들 같이 평생 모은 돈을 순수한 마음으로 대학에 내 놓는 기부자들이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대학들의 모금 활동은 해외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동포 밀집지역에 분교나 단기 대학원을 개설해 동문 네트워크를 확대함으로써 기부자의 저변을 넓혀 보겠다는 것이다. 총장들의 부쩍 잦아진 미국 나들이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미 고려대는 2010년 9월부터 LA에 한국학 관련 대학원을 개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대학교도 LA에 미주센터를 출범시킨 데 이어 분교 설립에도 부쩍 속도를 내고 있고 연세대는 LA 어학당을 LA 캠퍼스로 확대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한다.

부산에 있는 동서대학교는 작년부터 풀러튼에 국제화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한인사회 저명 인사들을 대거 객원교수로 위촉하는 등 미주 지역과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그 밖에 외국어대나 경남대처럼 미주 지역 상공인들과 손잡고 단기 최고 경영자과정(EMBA)을 개설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한국 대학들이 앞다퉈 미국에 오는 것이 동포들로서도 나쁘지는 않은 일이다. 유수 대학의 동문이 될 기회가 생길 뿐 아니라 한국어로 공부하며 재충전의 기회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달 정도의 단기 과정만으로 누구에게나 동문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것은 뻔한 장사 속이라는 지적도 있다.

과정을 이수한 당사자들로서도 진짜 동문들과의 융화 문제도 찜찜하거니와 기부금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올무에 걸린 것 같이 느껴져 부담스럽다고들 한다. 실제로 요즘 일부 대학의 원우회에선 동포들을 상대로 은근히 학교 발전기금 약정을 권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지 않아도 갖가지 명목의 기금모금 행사들이 사흘이 멀다하고 열리는 동포사회다. 안면과 체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저런 후원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들은 이제 한국의 대학까지 리스트에 올려야하는 상황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기부는 아름다운 것이다. 순수하고 자발적일 때 특히 그렇다. 그러나 강요와 체면 때문이라면 왠지 음습해 보인다. 일부 대학들의 무리수로 인해 김밥 할머니같은 순수한 마음들이 상처 입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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