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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형제와 효도

“형제가 어떻게 되세요?” 이런 질문이 예전에는 매우 자연스러운데 요즘은 “혹시 형제가 있나요?”라고 질문을 하게 됩니다. 외동이어서 형제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겠죠. 형제는 두 사람 이상이 있어야 성립되는 말입니다. 자매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남매도 마찬가지죠. 보통은 형제라고 하면 자매와 남매까지 포함됩니다. 형제가 어떻게 되는지 묻는 것은 남자로서 형과 동생의 관계를 묻는 것만은 아닌 겁니다. 남자가 대표로 사용되고 있는 예입니다.

형제(兄弟)는 둘 이상의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분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굳이 보자면 형(兄)은 따로 쓸 수가 있지만 제(弟)만 따로 쓰지는 않습니다. 자매(姉妹)나 남매(男妹)도 마찬가지죠. 그래서일까요? 형제는 둘 이상의 사람이 합쳐진 말이지만 하나같은 느낌도 듭니다. 우리 형제라고 하면 분리할 수 없는 강렬한 느낌이 있습니다. 외동아들이나 외동딸이 많은 오늘날이지만 여전히 형제는 끈끈함이 느껴집니다.

부모에게 자식은 늘 걱정거리입니다. 자식이 아프면 내가 아픈 느낌입니다. 아니 그대로 내가 아픈 겁니다.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던 아이가 혹시라도 아프면 부모는 더 아픕니다. 그래서 우리말 표현에도 있듯이 쥐면 터질세라, 불면 날아갈세라 아끼고 또 아낍니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다른 사람도 아닌 형제간의 다툼으로 상처를 입는다면 그것만큼 부모에게 슬픈 일은 없습니다. 형제애가 효도에서 중요한 이유입니다.

형제는 부모에서 시작된 가장 가까운 사이입니다. 때로는 부모의 사랑 앞에서 경쟁자가 되기도 하죠.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서로를 이기기 위한 경쟁은 아닙니다. 서로 부모에게 잘 보이고,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한 경쟁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형제의 경쟁은 아름다워야 합니다. 형제 중 누구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형제가 사이가 나쁜 게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분명히 틀린 말입니다. 형제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사이가 나쁜 형제는 잘못된 사이인 거죠. 형제간에 우애가 좋으면 사회에서도 잘 살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형제가 사회의 시작인 셈입니다.



부모가 가장 기쁜 순간은 형제가 아름다운 경쟁을 하는 겁니다. 누가 지더라도 서운하지 않습니다. 형제가 사이좋은 집안만큼 행복한 가정은 없을 겁니다. 부부간에 사이가 좋고, 부모와 자식 간에 정이 따뜻하고, 형제가 서로를 위한다면 그게 바로 행복입니다. 그런데 종종은 이런 당연한 이치가 쉽지 않습니다. 형제간에는 서운한 일이 있더라도 되갚아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맞는 말입니다. 마치 원수라도 되는 듯 갚아준다면 형제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며칠 전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둘째 아들에게 큰아들이 저녁 식사를 직접 마련해 주었습니다.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뿌듯했습니다. 맛있게 먹는 둘째 아들의 모습에서도 기쁨이 가득합니다. 아내도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저도 행복이 이런 거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저도 전화를 들어 오랜만에 동생에게 전화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동생과 나눈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부모님께서도 형제들의 이야기에 기뻐하십니다. 부모님께서는 늘 형제간에 사이좋은 게 가장 효도라고 하셨는데 완전히 이해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효도가 참 쉽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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