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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아시안 증오범죄의 4가지 문맥

16일 저녁 애틀랜타의 스파 3곳에서 연쇄 총격이 발생했다. 그날 경찰의 현장보고서에서 증오범죄 혐의는 ‘없음’으로 표시됐다.

용의자인 백인 남성은 중국계 스파 1곳과 한인 스파 2곳을 연쇄적으로 덮쳤다. 모두 8명이 죽었다. 그중 7명은 여성, 6명은 아시안, 4명은 한인이었다. 한인 희생자의 총상 부위는 3명이 머리, 1명이 가슴이었다.

희생자가 특정 인종과 성별에 집중됐고 총상도 특정 부위에 집중됐지만, 증오범죄 혐의는 ‘없음’이었다. 희생자 6명이 흑인이었다면 히스패닉이었다면 백인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증오범죄 혐의없음이었을까. “그(용의자)에게는 나쁜 하루였다”는 체로키 카운티 셰리프국 제이 베이커 공보관 발언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희생자의 인종과 성별, 총상 부위 같은 팩트는 ‘성적 유혹을 없애기 위해 총격 범행을 저질렀다’는 용의자의 진술보다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경찰은 아직 혐의를 바꾸지 않고 있다. 증오범죄로 볼 팩트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 때로 팩트보다 더 분명하게 진실을 드러내는 문맥으로 보자. 아시안 증오범죄의 문맥에서 보면 애틀랜타 사건은 변곡점이다.



최근의 아시안 증오범죄는 코로나19가확산하면서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인사들의 혐오 발언이 증오감정을 부추겼다. 경제활동이 일부 재개되고 활동량이 늘면서 증오감정은 행동으로 변했다. 침을 뱉고 욕을 하고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애틀랜타 사건은 공격 행위지만 총기 사용과 연쇄 발생에서 보듯 폭력의 강도가 순식간에 극단으로 치달았다. 사건 발생 시기도 전국적으로 일제히 경제활동이 풀린 시기와 맞물렸다. 문맥은 말한다. 활동 규제가 더 풀리면 유사한 극단적 양상이 잦아질 수 있다고.

그래서 시끄럽게 떠들어야 한다. 조용히 있으면 더 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아시안 공격은 개인적 일탈이 아니며 인종증오 범죄라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범죄의 확산을 제어하고 미래의 참극을 막을 수 있다.

두 번째 문맥은 미국 사회에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는 아시안의 이미지다. 과묵하고 잘 참고 소극적이고 순종적이라는 바로 그 이미지다. 폭력적이지 않고 집단으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며 정치적 압박에 능숙하지 않은 인종이라는 이미지는 결정적인 순간에 신경을 덜 써도 된다는 착각을 갖게 할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아시안 커뮤니티는 전국 규모로 정치인과 연예인, 일반인 모두 가장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만큼 아시안은 변했지만 대통령도 경찰도 여전히 선언적 대응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더 시끄럽게 떠들어야 한다. 실질적 대책과 변화를 끌어내려면 시끄러워야 한다.

세 번째 문맥은 아시안은 미국인이라는 인식이 타인종보다 약하다는 점이다. 알고 지내던 한인 2세는 이렇게 한탄한 적이 있다. “우리 세대에 아시안이 미국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걸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인식 과정을 거치기 전에 본능적으로 미국인으로 받아들여져야 아시안의 일이 ‘우리의 일’이 되고 함께 분노하고 대응한다. 이런 시기는 지인의 한탄보다 일찍 오겠지만 더 시끄럽게 떠들어야 더 앞당겨질 것이다.

네 번째 문맥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다. 미·중 갈등은 예단할 수 없지만 적어도 진정 국면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갈등이 깊어지고 힘겨루기로 번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고 그럴수록 아시안은 코로나19보다 더 길고 부정적인 영향에 노출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시끄럽게 떠들어야 한다.

아시안 증오범죄를 둘러싼 네 개의 문맥 모두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대응책을 내놓아야 하는 책임자들은 모두 아직 말뿐 행동은 없다. 그래서 떠들어야 한다. 한인 공격과 아시안 공격도 유대인이나 흑인 공격처럼 보편적 인권침해라고.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안유회 사회부장·국장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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