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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기의 시카고 에세이]파친코(Pachinko)–상

“파친코"는 미국의 유명 기업 애플이 1조원에 가까운 제작비를 쏟아 부으며 한국인을 주제로 작년 가을부터 8부작으로 나눠 영화 제작에 들어간 재미교포의 대하 소설의 제목이다. 넷플릭스에서 가끔 한국 인기 드라마가 소개되고 있기는 하지만 “파친코”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미국 영화를 보면 당연히 미국인 배우와 영어가 기본이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미국인이 미국에서 제작을 하더라도 한국 배우와 한국어가 기본인 영화를 미국인이 당연히 보아야 한다는, 주객이 전도된 혁신적인 구상이다. 최근 발표된 아카데미 영화상 6개 부문에 올라간 “미나리”와 맥락을 같이 하나, “파친코”는 무엇보다 4년 전 문학 작품으로 등장하여 전 세계에 문화적인 충격을 주었다. 작품 속에도 수많은 한국어가 들어가 미국의 많은 독자로부터 왜 한국어가 소설에 많냐는 질문에 작가는 “세계적인 문학 작품을 보면 라틴어와 불어가 들어가 있는데 이제는 미국인도 지성인이라면 한국어쯤은 알아야 한다”고 당당히 핀잔을 준다.

아마 세상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반드시 한국적 시각에서 안 보고는 못배길 거라는 대단한 각오를 내비치고 있는데, 이민진 작가의 말마따나 전 세계인을 한국인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이유와 의지가 강력하다. 이 소설은 그 동안 메말랐던 인성(人性)을 어쩌면 고전(古典)에서 갈망하던 원전(原典)을 찿아내듯 한국인을 통한 새로운 정체성(情軆性)을 느낄 수 있으나 그에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면서도 서사적인 전개에 흠뻑 몰두할 것이다.

“파친코”는 뉴욕 타임스와 BBC에 2017년도 베스트 셀러로 선정 되었으며, 특히 버락 오바마가 강력히 추천하는 작품이다. 펄벅의 "대지"를 능가하는, 오사카에 살고 있는 재일교포의 대하 드라마를 읽고 그가 울지 않았으면 흑인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가 2004년 보스톤에서 존 케리 대통령 후보 찬조 연설로 전 미국민의 심금을 울리며 정계에 혜성과 같이 등장해 결국 상상도 못했던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것 역시 “파친코”의 감동적 저변과 같이 한다.



또한 일본에서 미국 대사를 역임한 케네디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 케네디는 최근 북 페스티벌에서 드라마 속의 조선인 야쿠자 “고한수”를 만날 생각을 하니 “처녀처럼 가슴이 벌써 울렁거린다”고 많은 청중들 앞에서 고백하여 이 책이 얼마나 미국의 지적 감성을 울렸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의 선두인 애플이 이제는 4차 문화 혁명에 앞장선 격이다

이 책을 최근에 어렵게 구하여 보았다. 시카고에는 책방이 하나 있었는데 그나마 근래에 문을 닫았다. 아마 나도 그 집의 분명 몇번째 단골이었을 텐데 너무 아쉬웠으며 자연히 책을 멀리 하게 되었고 이곳의 문인 클럽에도 몇 번 나갔으나 지력(知力)이 다해 중도탈락하고 말았다. 다행히 LA에 온라인 책방이 있어 주문하였더니 한참 만에 엉뚱하게 뉴욕에서 배달이 왔다. 1, 2권 합쳐 770페이지 정도인데 안구건조증이 오는지 힘들었다. 문장 대부분은 섬세하지만 간결하게 전개되면서도 마무리는 단호하여 어쩐지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헤밍웨이" 필체다웠으며, 번역의 힘이 있었는지 그러나 경상도 사투리가 있는 1권의 많은 부분은 감칠맛이 대단했다.


한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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