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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터키와 아르메니아

[LA중앙일보] 발행 2009/10/15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09/10/14 20:04

이종호/J-퍼블리싱 본부장

터키는 우리에겐 비교적 친근한 나라다. 6.25때는 약 1만 5000명의 병사를 보내 한국을 도왔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축구로도 인연이 깊다. 2002 월드컵 땐 3.4위전에서 우리를 제친 나라가 터키다. 이후 이을용 등 한국 선수들이 터키 리그에 진출해 뛰기도 했었다.

역사적으로 돌궐(突厥)-투르크-터키라는 이름에서 친밀감을 찾으려는 사람도 있다.

터키가 성경의 주요 무대였다는 점 역시 한국인들에게 특히 기독교인들에겐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노아의 방주가 닿았다는 아라랏산 아브라함이 머물렀던 하란 바울의 고향 다소 에베소.안디옥.버가모.빌라델비아 등을 포함한 소아시아 일곱 교회 등이 모두 터키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터키 동쪽의 작은 나라 아르메니아는 낯설고 생소하다. 1991년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했으니 나라가 세워진 게 20년도 채 못 된다. 그전까지는 거의 1000년 이상을 페르시아.동로마제국.아랍.셀주크투르크.몽골.오스만투르크 등의 지배를 받았다.

현재 전세계 아르메니아인들은 1000만명 정도다. 남한의 4분의 1 정도 크기인 본토에는 300만 명이 산다. 나머지는 19세기 말 오스만 제국의 탄압을 피해 이란.이스라엘.남아프리카 등지로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이다.

미국에도 140여만 명의 아르메니아인들이 있다. 1970년대 이란 회교혁명이 발생하면서 이란에 거주하던 아르메니아인들이 1차로 대거 이주해 왔다. 1990년대 소련이 붕괴되면서 또 다시 대규모 미국 유입이 이루어졌다. 이들이 가장 많이 몰려 사는 곳은 LA 인근 글렌데일이다.

그들은 유대인 못지않게 악착같고 수지타산에 밝다고 겪어 본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이들 두 나라는 거의 100년을 원수로 지내 왔다. 직접적인 원인은 1915~18년 1차 대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오스만투르크 제국은 독립을 요구하는 자국내 아르메니아인들을 시리아 사막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그 와중에 무려 150만명이 인종청소라는 이름으로 학살 당했다는 게 아르메니아의 주장이다. 하지만 터키는 전쟁 중 발생한 단순충돌 사건이었을 뿐 고의적 학살은 없었다고 맞선다. 타협이 될 리가 없다.

그런 두 나라가 이번에 어렵사리 화해의 물꼬를 텄다. 지난 10일 스위스에서 국교 정상화에 극적으로 서명한 것이다. 물론 대학살을 규명하기 위한 공동 조사단을 꾸리는 데도 합의했다.

양국의 화해에는 서로의 이해가 작용했을 것이다. 아르메니아와의 관계 회복을 통해 EU 가입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동시에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게 터키의 계산이다. 아르메니아 역시 긴장 완화와 교역 확대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해 보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경위야 어떻든 화해 협력을 통해 상생의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것은 바람직한 외교적 진전이다.

세계의 분쟁 지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공존을 위한 대화 또한 꾸준히 모색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그렇고 일본과 중국이 또 그렇다. 최근 새 일본 총리의 등장으로 뻑뻑했던 한일관계도 크게 부드러워지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다. 대화를 원한다면서도 연일 미사일을 쏘아 대는 그들의 이중행보는 우리를 지치게 하고 안타깝게 한다. 그 속내를 속속들이 알 길은 없다. 다만 세계는 지금 점점 더 화해의 길로 공존 공생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만은 북한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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