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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노년 외로움 걱정된다고? 아내와 이웃부터 챙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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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입력 2021/04/07 17:02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72)


미국 시카고의 한 가구점 점원이 비를 맞고 있는 노파를 가게로 모셨다. 알고보니 그 노파는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유명 가구회사의 회장의 어머니였고, 이 점원은 후일 그 가구회사의 사장이 됐다. [사진 pixabay]


에피소드 #1
시카고의 어느 비 오는 오후였다. 한 가구점 점원이 바닥의 물기를 걸레질하며 밖을 내다보노라니 현관문 차양 아래서 비를 긋고 있는 노파가 보였다. 점점 세차지는 빗줄기로 몸이 젖어 한기에 떨고 있는 노인이 측은해 점원은 문을 열고 “할머니 안으로 들어와서 비 좀 피하세요” 라고 말했다. “아니에요 젊은이. 내 몸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가게 지저분하게 하면 어쩌라고” 라며 극구 사양하는 할머니를 점원은 거의 강제로 가게 안으로 모셨다. 한참이 지난 후 어느 신사가 가게 안을 두리번거렸다. “아이고 여기 계셨네요. 죄송합니다. 비 올 줄 모르고 가게 앞에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해서요.” 그간의 얘기를 들은 신사는 점원에게 감사하다는 짧은 말을 남기고 노파를 모시고 가게를 떠났다. 얼마 후 그 가구점 앞에 고급 승용차가 멎더니 기사가 점원을 찾아 어디론가 가자고, 자신의 회장님이 모시고 오라고 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그 회장은 얼마 전 비를 피했던 노파의 아들이었고, 그는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유명 가구회사의 회장이었다. 그 점원은 후일 그 가구회사의 사장이 된다.

에피소드 #2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업이 부진했던 작년, 나는 경제적 난관에 처해 있었다. 어느 날, 제주를 방문한 옛 직장 동료였던 변호사가 내 그림을 사겠다고 한다. 사실 유명한 전업작가도 아니고, 해녀라는 주제나 표현기법이나 일반인이 선호해 구입할 그림은 아니었기에 괜찮다며 사양했다. 내 사양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림을 구입했고 서울로 올라가자마자 내 통장에 거액(?)의 그림 값을 보내왔다. 오래전 같은 회사에 그가 경력직원으로 입사해 외롭고 어색했던 시절, 내가 베푼 배려와 격려가 큰 힘이 됐었다는 얘기와 함께.


인생 후반부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를 가지려면 인생 전반부에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바로 상대방이 어려울 때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베푸는 것이다. [사진 pxhere]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라는 문구를 홍보 문구로 사용한 한 회사가 있었다.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가 참 친구이며 그런 친구 한 명 정도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을 가진 적이 있었다.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없어도 정승댁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표현이 있다. 현역시절 잘 나갈 때 찾던 지인과 후배가 많았지만 퇴직 후 인생 후반부에는 찾는 이도, 찾아갈 이도 별로 없는 현실을 보면 딱 맞는 얘기다.

우리는 흔히 ‘어려울 때’를 경제적 빈궁 상황으로만 여기곤 한다. 그런데 인생 후반부 어려울 때란 경제적 빈궁보다는 자존감의 결핍과 외로움에 따른 경우가 더 많고 그 어려움의 도는 인생 전반부에 가졌던 다른 요인의 크기보다 더하다. 상대적 결핍이라고 할까? 그렇다면 인생 후반부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를 가지려면 인생 전반부에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바로 상대방이 어려울 때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베풂을 줘야 한다. 위의 가구점 점원의 사례나 나의 사례나 상대방이 필요할 때 먼저 도움의 손을 내밀었기에 후에 도움을 받게 된 것이 아닐까?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렇다면 돌이켜 보아 남에게 별로 베푼 일도 없었고 인생 후반부에 별로 도움받을 필요도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예외일까? 아니다. 그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인생 후반부의 어려움이란 전반부의 어려움과는 사뭇 다른 양태의 어려움이고, 비록 현재는 도움의 필요성이 없는 것 같지만 내일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공기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비유를 들어 가까이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간과한다고 얘기한다. 단적인 예가 인생 동반자에 대한 배려와 베풂을 등한시하는 것이다. 그 결과 오랜 세월을 동고동락했음에도 성격이 안 맞아 헤어지는 일이 벌어진다. 배우자에 대한 배려와 사랑의 결핍은 인생 후반부를 어렵게 하는 최대의 적이다. 배우자에 대한 그런 자세는 황혼이혼이니 졸혼이니 하는 형태로, 어려울 때 힘이 되기는커녕 어려움을 가중하는 현실로 자신을 찾아온다.

최근 발표된 통계수치가 우리네 인생 후반부의 암울함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이혼율은 줄어들고 있는데 유독 혼인 지속기간 20년 이상이 전체 이혼의 31.2%에 달하고, 그 숫자도 10년 전보다 1.3배 늘었으며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12% 이상 증가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나이 들어 함께 가도 외롭고 힘든 시기, 평생을 함께했던 반려자와의 헤어짐은 상상을 초월한 어려움에 닥치게 한다.

인생 후반부의 어려움은 경제적 빈궁보다는 버려진다는 느낌, 나 홀로라는 외로움, 자존감이 떨어지는 데서 오는 자괴감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인생 후반부 힘이 되는 친구의 존재는 그 어느 가치보다 우선돼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내가 먼저 베푸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 있으세요? 곰곰히 생각해도 없을 것 같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먼저 배려하고 베풀라. 그것도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그리고 이웃으로 사회로 그 배려와 베풂의 지평을 넓혀보자. 그런데 또 희한한 것은 이웃에 대한 배려와 베풂은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가 생기는 것보다 어려움이 별로 안 생긴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는 마력을 지녔다.

푸르메재단기획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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