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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완치율, 한국보다 미국이 훨씬 낮은 이유는

미국 건강 불평등의 현실
4월은 ‘소수자 건강의 달’

소수계 외면한 의료정책
동포들에겐 맞지 않는 기준
한국인 발병률 세계 1위에도
정기 위암 선별검사 없어
의료인·커뮤니티 협력
조기 검사 필요성 알려야


4월은 미국의 National Minority Health Month(소수자 건강의 달)이다. 1915년에 개정된 National Negro Health Week에서 유래하는 ‘소수자 건강의 달’은 미국의 오랜 구조적 보건 불평등 및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하여 소수인종에게서 발생하는 건강, 의료교육, 질병 예방 등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2년 국회에서 제정되었다.(H. Con. Res. 388) 건강 상태를 결정하는 데는 사회, 경제, 정치적 요인들이 작용한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소수인종은 건강에 대한 공평한 기회를 갖지 못했다. 보건 형평성을 실현하려면 모든 사람이 최대한 건강에 대한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사회적 조건이 구비되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소수민족은 히스패닉,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시안 그리고 미국 원주민을 포함하며 현재 미국 인구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계 인구는 대략 6%로 한인 동포들은 여기 포함된다. 그러나 불과 20~25년 후면, 현재의 소수인종이 55%로 증가함에 따라, 비 히스패닉 백인은 전체인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건강 불균형 문제는 자연히 줄어들겠지만, 현재 우리가 당면한 이슈들은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백인 위주 시스템 아시안과 엇박



인종과 문화의 차이에 따라 질환도 다르다 보니, 미국 백인 위주의 헬스케어시스템은 우리 동포들에게 맞지 않을 때가 많다. 우선 위암 선별검사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위암은 세계적으로 사망률 3위의 암질환이다. 발생빈도로는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위암은 35세를 전후해 급격히 증가하며 60~70대 후반까지 지속한다.

한국의 위암 발병률은 세계 1위다. 인구 10만명당 50~60여 명의 위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한인 동포의 경우, 위암 발병률은 10만명당 40명으로 한국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미국의 위암 발병률인 10만명당 6명에 비하면 자그마치 7배다.

또한 한국과 미국의 위암 생존율도 큰 격차를 보인다. 한국은 5년 생존율이 70% 이상이지만, 미국의 위암 생존율은 30% 정도밖에 안 된다. 이유인즉, 한국은 40세 이상부터 2년마다 위암 선별 검사를 하기 때문에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생존율도 높은 편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위암 선별검사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증세가 발견된 후에야 검사를 받게 된다. 이런 경우 위암이 발견되면 암이 3~4기로 진전된 상태인 경우가 많으므로 수술을 받더라도 생존율이 낮기 마련이다. 미국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볼 때, 발병률이 낮은 질환에 대비해 국가적 선별검사를 시행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정책은 위암 발병률이 높은 우리 한인 동포들에게는 부적절하다.

가이드라인 없어 외면 받는 위암

미국에는 위암은 적지만, 대장암은 많다. 현재 45~50세 이상부터 대장암 선별검사(대장 내시경)를 국가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미국의 대장암 발병률은 얼마나 될까? 2018년 통계로 볼 때, 미국의 대장암 발병률은 인구 10만명당 35명꼴이다. 대장내시경 스크리닝이 보급되면서 대장암의 발병률은 물론 사망률 또한 크게 떨어졌다. 그렇다면 위암 발병률이 10만명당 40명이 넘는 코리안 아메리칸을 위해서는 대장암 선별검사와 유사한 위암 선별검사가 시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65세 되는 정 씨는 8년 만에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아무 병력이 없는 그는 가끔 식사 후 배가 좀 더부룩 해지는 것 외에는 별다른 증세가 없었다. 수십 년간 한국의 대기업에서 근무해왔던 정 씨는 57세에 회사를 그만둘 때까지 2년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왔다고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에서 조그만 사업을 시작한 후로는 건강보험이 없었고 65세가 되어 메디케어가 나오자 대장내시경 검사와 위내시경 검사를 받게 되었다. 내시경 검사를 해 본 결과, 위 아랫부분에서 1.5cm 정도의 조그마한 궤양이 발견되었다. 조직검사를 해 본 결과 선암으로 진단되었다. 다행히 복부 CT 검사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결국 내시경 점막 절제술로 위암을 제거할 수 있게 되었고, 위점막 하층까지만 암이 침범한 조기 위암으로 최종 판정되었다. 정 씨의 경우는 그나마 약간의 증세가 있어 내시경 검진을 받게 되었고 또 그로 인해 조기암 진단을 받게 되었지만, ‘아무 증세도 없으니 내시경이 필요 없다’ 아니면 ‘아직 미국에는 위암 스크리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라는 의사의 처방을 받고 암을 제거할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지 의문이다.

건강 불평등 규명, 적극 알려야

사실 그렇다. 미국에는 40~50대 이상부터 코리안 아메리칸에게 위내시경 스크리닝 검사를 받게 할 수 있는 정책은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이건 소수민족이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손 놓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국가의 건강 불평등문제는 중대한 사회문제로 정부가 즉각적으로 적절하게 대응해야만 하는 주요 현안이기 때문이다.

건강 불평등 해결을 위해서는 다방면의 활동이 필요하다. 대응 활동의 첫 단계는 건강 불평등을 규명하고 사회에 알리는 일이다. 소수민족의 건강 불균형의 원인 규명은 중요한 사회 문화적인 이슈로 다루어져야 한다. 이는 올바른 의료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중대한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즉 미주 한인사회에 위암 스크리닝 검진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고 나아가 미국 보건당국에 위암 발병률이 높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조기 위암 스크리닝 검사의 필요성을 알리는 일이다. 조기 위암 근거로 현재 미주 한인들의 높은 위암 발병률과 미국에서의 낮은 생존율을 발표하고 궁극적으로 위암 위험요인이 높은 소수인종에게는 위내시경 스크리닝 검사가 시행될 수 있도록 적절한 의료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건강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강한 팀워크가 필요하다. 의료인은 물론 커뮤니티 및 사회단체와의 협력도 끌어내어 국가 차원의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정기적 내시경 검사가 최선

잊지 말자. 위암에는 뚜렷한 증세가 없다. 배 주위의 거북함, 통증, 식욕 부진, 체중 감소, 소화 불량, 궤양으로 인한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러한 증세가 보였을 때는 이미 암이 많이 진전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결과가 보여준 바와 같이, 위암의 높은 발병률과 사망률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다. 아직 국가적 위암 선별 검사가 실시되지 않는 미국의 경우, 조기 위암 발견에 대한 인식제고는 예방 차원에서 더욱 절실하다.

#현철수 박사=조지타운대병원내과, 예일대병원위장, 간내과 전문의 수료. 스토니부룩의대, 코넬의대 위장, 간내과 임상교수,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 재미한인의사협회 회장 역임.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와 바이러스 간염 센터를 창설,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켐페인과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현철수 박사 / 위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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