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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피멍 든 사람을 봤다면…

모니카 류/카이저병원 방사선 암 전문의

내 오피스가 있는 건물의 입구는 항상 분주하다. 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하거나 암 치료 상담을 위해 방문한 환자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고 응접실에 시름없어 보이는 환자들이 앉아 있고 요즘은 독감 예방 주사를 놓기 위한 팀도 한 자리 하고 있어 더욱 더 분주하게 보인다.

이런 출입구 벽에 포스터가 붙어있다.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쓰여진 것이었다. 이런 것이 미술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에 있었다면 예술적이라 하겠으나 병원에서는 흔히 쓰는 색상이 아니어 내 눈을 끈 것 같다.

가까이 다가가서 읽어 보니 아프고 슬픈 이야기들이 쓰여 있었다. 내가 일하는 카이저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세 여성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끝에는 "우리는 이것을 막아야 하고 이러한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청하는 것을 두려워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또 어제는 이메일을 받았다. 카이저 병원이 가정 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모델 기관으로 선정되어 특별상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사회복지 단체가 아닌 병원의 위치에서 이런 상을 받았다는 것은 조금 의아할 수 있다. 병원은 아픈 사람 고치기에 바빠 사회 복지나 문제 예방은 사실 이차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10월은 '가정 폭력 예방의 달'이다.

가정내의 폭력과 그 희생자들. 여자 네 명 가운데 한 명이 남자 아홉 명 가운데 한 명이 일평생 가정 폭력의 희생자라는 통계가 있다고 한다. 이 통계를 적용하여 보면 카이저 회원들 중 가정 폭력의 희생자가 매달 1만2500 명이나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세 여인 중의 한 여인의 이야기는 이렇다. 카이저 병원에서 일하기 전에 군인인 남편과 군기지에서 살았는데 남편은 화를 잘내고 죽인다고 협박하는 것이 예사였으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손찌검을 했다고 한다. 얼굴에 멍이 들어 일을 못 간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그러한 삶을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옆집 사람의 신고로 응급차에 실려 군병원으로 옮겨져 입원한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입원 기간 중 소셜워커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정신 치료를 권유했단다. 남편은 감옥으로 보내졌고 법원은 남편에게 접근 금지령을 내렸다. 그녀 자신이 도움을 청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숨은 곳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희생자들은 찾아내기도 보호하기도 힘들다. 대부분은 여성이고 아이들이다.

우리는 어린시절에 체벌을 받거나 육체적 폭력을 목격한 아이들의 지능이 일반 가정의 아이들보다 낮다는 것을 의학 보고서를 통해 알고 있다. 남의 가정일이라고 또 내 일이 아니니 참견해서는 안된다고 교육해온 미국이지만 이십 여 년 전부터 가정 폭력을 한 가정의 사사로운 일이라고 보지 않게 되었다.

이혼의 사유가 되는 그런 사사로운 개인의 일이 아니고 사회의 문제이자 범죄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가해자는 검거되고 피해자는 보호소로 옮겨진다.

인간의 복합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천진한 어린이들에게 손찌검하는 그 손을 막아 보자. 폭력을 가해 자신의 아픔을 푸는 사람을 찾아 치료하자. 피해자는 보호하고 그 나름대로의 다른 치료를 받도록 도와 주자.

좋은 부모가 되어 아이들에게 이유 없이 손찌검을 하지 말고 사랑의 엄함으로 교육시켜 좋은 사랑을 나누는 성인이 되도록 하자. 이상한 곳에 피멍이 든 주위의 사람들을 무심코 보고 지나지 말고 신경을 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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