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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서] 손가락 부러졌냐고

카카오톡 쓰기를 완전히 거부하던 한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나의 둘째다. 이 분, 스마트폰 자체를 거부하다 일 때문에 할 수 없이 쓰고는 있지만, 카톡은 왠지 하기 싫다고 했었다. 이 아들에게서 얼마 전 카톡으로 문자가 왔다. Did it. Finally. 체념한 듯 ‘헉’ 하는 표현의 이모지와 함께 보내온 이 짧은 두 문장. 최근 잉글우드 병원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한인 의사들 네트워크에 조인하느라 할 수 없이 설치했다고 한다. 가족 카톡방이 소원이었던 나는 오우 예이, 신속히 두 아들, 며느리들과 가족 단톡방을 만들고, 아들들에게는 기념으로 ‘슬기로운 남편생활’과 ‘요하’ 두 이모티콘 세트를 쏘아 주었다.

작년에 칼럼으로 쓴 적도 있지만 난 이모티콘을 즐겨 사용한다. 커뮤니케이션에서 7-38-55 법칙이 있다. 대화 시 정작 내용은 7%에 불과하고, 38%는 목소리, 절반이 넘는 55%는 시각적인 바디랭귀지를 통해서 메시지가 전달된다는 법칙이다. 이것이 문자보다는 어조가 전달되는 전화가 낫고, 전화보다는 만나서 상대를 보며 하는 대화가 가장 좋은 이유이다. 하지만 만나기가 쉽지 않고 전화도 방해될까 조심스러우니, 카카오톡 같은 문자 앱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이럴 때, 문자 내용에 담긴 나의 감정을 보충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모티콘이다.

지난 토요일 모처럼 한가한 오전을 맞이했다. 카톡 친구 명단을 훑어볼 여유가 다 있었으니. 보다 보니 팬데믹을 겪으면서 만나지 못하고 소식도 잘 전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하나하나 열어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친구들, 제자들, 친척들, 기타 지인들…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갔다. 겨우 리스트의 삼 분의 일을 커버했을 뿐인데.

오가는 문자를 통해 듣게 되는 소식은 미안함, 기쁨, 감사, 안타까움 등이 되어 돌아온다. 연락 못 드렸던 어르신들이 반가워 하실 때 미안함, 제자들의 결혼과 출산, 취업 소식 들을 때 기쁨, 어려운 일이 있었지만 잘 이겨낸 소식에 감사, 그리고 연락 없는 동안 공황장애, 우울증, 투병, 이혼, 실직, 수술 등 힘든 일을 겪고 있었던 분들에 대한 안타까움까지, 많은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특히 연로하신 분들의 건강하신 소식엔 너무 기뻐, 곧 만나 식사하자고 약속드렸다. 작년 팬데믹 기간에 뉴욕에서 한인 1세로는 거의 최초 교사이셨던 김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었다. 평소 쨍쨍하시던 목소리가 많이 약해져 계셨다. 상황이 좀 좋아지면 뵙고 식사하자고 했었는데 두 주 전 부고를 받았다. 이민 초창기 친했던 뉴욕의 한 사모는, 적조하던 중 작년에 암 투병 소식을 들었었다. 한 번 만나야지 벼르다 코로나가 또 심해지는 바람에 못 만났는데, 지난달 세상을 떠났다. 좀 더 자주 연락하고, 만나고 살 걸, 많은 후회가 밀려왔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모티콘 중에 ‘손가락 부러졌냐고’라는 것이 있다. 아직 한 번도 써 본 적은 없다. 손가락이 부러진 것도 아닌데 왜 문자를 씹느냐, 아니면 연락을 안 하느냐 이런 이모티콘이다. 이제 백신 2차까지 맞은 사람도 많이 늘어 가면서 만남이 조금씩 쉬워지고 있다. 오늘도 리스트의 나머지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안부를 묻는다. 손가락 부러진 것도 아니니까. 연락할까 말까 할 땐 연락하고, 만날까 말까 할 땐 만나려고 노력하는 요즘이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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