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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복한 자폐아'

[LA중앙일보] 발행 2009/10/28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09/10/27 21:12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 아이는 태권도장에 가서 숙제를 해야만 집중이 된대요. 사부께서 일찍 도장문을 열어주시는 덕분에 도움을 받고 있지요!”

교양이 많고 유난히 아들 걱정이 많은 백인 어머니의 말씀이다. 잭은 13세의 금발 소년으로 근육이 많이 발달되어 있다. 놀랍게도 이미 태권도 검은 띠를 딴 무인(?)이다.

그리고 이런 운동의 기회가 없었다면 그는 자신을 실패자로 여겼을 거다. 세 살 때 자폐증과 유사한 아스퍼거스 증후군(Asperger’s Syndrome) 진단을 받았다. 언어나 행동 양식에는 별 이상이 없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나 대화 능력에 큰 결함이 있는 병이다. 울타리 안에 자신을 가두어 놓았으니 누구와도 사귀기가 힘들다. 지능에는 별 문제가 없고 언어 자체의 능력도 있으니 얼핏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춘기에 들어서며 많은 문제가 생긴다. 또래들에 비해서 말이나 행동이 약간 다르니 왕따당하기 쉽다.

잭은 어린 시절에는 공룡 얘기만 하다가 이 즈음에는 일본 만화가 주요 화제이다. 마치 다른 사람이 말을 걸면 대답을 못할까 봐서 미리 준비한 듯 독백하듯 대화한다. 주고 받는 식의 대화는 감당이 안되니 자신이 잘 알고 흥미있는 것들을 쏟아놓는다.

비슷한 증세의 또 다른 환자 S는 스쿠버 다이빙 만이 대화 주제이다. 스쿠버 다이빙 학교를 경영하는 부모님의 영향일 게다. 부모님과 함께 바다에 나가는 것이 행복이다. S에게는 친구가 없다. 마치 잭이 학교 이외의 거의 모든 시간을 태권도 도장에서 보내듯이…. 잭은 어린 학생들을 잘 돌본다. 사범의 보조자 역할을 즐긴다. 언어의 대화는 힘들지만 무도의 단련이 그와 주위 사람들과의 촉매 역할을 하나보다. 마치 소년 S가 깊은 바닷물 속에서 평화를 맛보듯이….

환자 잭이나 S처럼 본인을 자랑스레 여기고 즐거움을 주는 분야를 찾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님과 본인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이다. 우선 정상아가 아니라고 느끼는 순간에 전문가를 찾아보고 빨리 진단을 받았다. 깊은 슬픔과 절망을 추스리면서 도움의 길을 찾아갔다. 장애 아동을 보호하고 조기 치료해야 하는 연방법 혜택으로 세 살부터 특수 프리스쿨에 보냈다. 친구를 무서워하지 않고 필요할 때 줄을 서는 것은 후에 학교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학교 공부에 뒤떨어진다고 낙망하지 않았다. 특수 교육반(special education class)에 전입시킨 덕에 다른 장애 아동들과의 경쟁이라 스트레스가 적었다. 보통반에서 열등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면서 아이가 좋아하고 재능이 보이면 응원했다. 어느 아이는 마라톤을, 어느 아이는 피아노를, 잭은 태권도를 찾아내었다. 그러면서 숱한 노력과 실패의 고개들을 넘어서야 했다. 아이들이 못하는 것만 찾아내어 야단치는 것이 부모의 의무, 도리라고 여기는 분들이 태반인 이 세상에서 말이다.

학업 성적이나 공부 능력은 전두엽의 성장에 맞추어서 25세까지도 발달된다. 그러나 아이 자신이 본인에 대해 갖는 자아상(self image)은 아주 어린 시절에 싹이 트고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형성된다. 사랑하는 부모가 자신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고 듣고 느끼면서 말이다.

열 가지 중에서 한 가지 잘못 때문에 야단 맞은 아이는 본인에게 다른 9가지를 잘하는 능력이 있음을 모른다. 아무도 일러주지 않았으니. 그러나 10가지 중 9개 실수를 한 후에도 잘 된 한 가지를 칭찬해 주는 부모와 자란 아이는 자신이 10가지를 다 성공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결국은 그리된다.

정상아든 발달 장애아이든 즐겁고 자신있게 살 권리가 있다. 그 길을 보여주고 불을 비추며 돌맹이를 치워주는 부모를 가진 아이들은 그래서 잭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행복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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