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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주의, 그 거대한 덫에 걸린 표류기…랩시스(Lapsis)

로파이 세계관으로 바탕으로 노아 허튼이 감독이 그려내는 21세기 자본주의의 풍경은 어둡기만 하다. [Film Movement]

로파이 세계관으로 바탕으로 노아 허튼이 감독이 그려내는 21세기 자본주의의 풍경은 어둡기만 하다. [Film Movement]

‘로 파이’(low fi)라는 용어는 좋은 음질을 뜻하는 ‘하이 파이’의 반대말. 고퀄러티 음질을 추구하는 흐름에 역행하는 개념이다. 과학적 사실이나 가설을 바탕으로 미래적 가상을 주로 다루는 장르 사이 파이(sci-fi) 영화의 상대적 개념으로도 사용된다.

‘맥거핀 효과’(MacGuffin Effect)란 앨프레드 히치콕이 고안한 극적 장치로 줄거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관객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집중시켜 혼란, 공포 등의 효과를 끌어내는 방식을 뜻한다.

영화 ‘랩시스’는 로파이의 외장과 맥거핀 효과라는 운영체제로 전개되는 특이한 작품이다. 영화의 시제는 가까운 미래인 듯 보이지만 ‘퀀텀 박스’라는 새로운 컴퓨팅 시스템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 전혀 미래적이지 않다.

‘랩시스’는 가상의 세계에서 전개된다. 로파이 SF 세계관으로 풀어낸 자본주의의 극단과 폐단을 코믹한 톤으로 그려낸다. 자본주의 지배가 극명해진 인류의 미래에, 개인의 자유는 중요치 않다. 자본주의는 공정 따위에 개의치 않는다.



좀 멍청해 보이는 캐릭터 레이(딘 임페리얼)는 병중에 누워 있는 동생 제이미와 함께 살고 있다. 동생의 병 치료를 위해 목돈이 필요하다. 그는 딜리버리 일을 그만두고 케이블 회사에 취직한다. 며칠에 걸쳐 야영생활을 하며 숲 전역에 케이블을 깔고, 이를 새로운 컴퓨팅 시스템 ‘퀀텀 박스’에 연결하는 일이다.

이 분야에 경험이 전무한 레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퀀텀 박스의 실체에 접근해 간다. 작동법도 모르면서 신상품에 현혹되는 소비자들, 그 이면에서 엄청난 기업 이익이 창출된다. 착취의 음모가 드러난다.

레이의 멍청함은 유감스럽게도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우리는 그저 아마존, 구글 등의 대자본이 제공하는 편리함에 현혹되어 그들이 깔아 놓은 네트워크 환경을 공유하고 최첨단 테크놀로지의 혜택을 누리고 있음에 행복해한다. 플랫폼 경제 속에 안락하게 거주하며 우리 자신들이 누군가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한다. 그 누군가란 다름 아닌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악의 집단이다.

영화는 왜 가까운 미래인 듯한 현실을 시제로 설정했을까. 미래인 듯 느껴졌던 4차 산업혁명은 이미 도래했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육체노동과 죽을 고생은 여전히 노동자의 몫이다.

결론부는 혼돈 그 자체이다. 그러나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강하게 살아 있다. 다큐멘터리 작가 노아 허튼이 제시하는 21세기 자본주의 전경, 미래 산업의 거대한 음모 등은 분명 눈여겨 볼만한 가치를 지닌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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