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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입에 칼을 물고 사는 한이들

이종호/J-퍼블리싱 본부장

요즘 한인들은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어깨는 처지고 한숨은 깊어졌다. 페이먼트에 허덕이고 밥벌이에 고달프다. 5년 10년 뼈 빠지게 일 했지만 헛바퀴만 굴린 것 같다. 왜 왔던가. 무엇 하러 왔던가. 회한에 잠긴다.

미국 동포들의 이런 속사정을 파헤친 글이 한국 중앙일보 조인스 블로그에서 화제다. 플러스타임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쓴 '미국 친지들을 위로하라'는 글이다. 조회 수가 1만5000에 육박했다.

융자 받아 집 사고 할부로 차 사고 빚 잔치 벌이며 살아가는 곳이 미국이다. 종자 돈 조금 만들고 그 돈 밑천 삼아 대출받아 가게 사고 사업하는 곳이 미국이다. 아슬아슬 줄타기다. 잘 될 때는 문제없다.

그런데 요즘 같은 불황에는 대책이 없다. 너 나 없이 무너져 내린다.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서 모두가 입에 칼을 물고 산다. 그러니 미국에 부모 형제나 친지 친구가 있으면 전화라도 한 번 하고 100달러라도 보내서 식사라도 한 번 하라며 위로하라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라도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하루 아침에 직장 잃고 집 잃고 거리에 나앉았다는 이야기가 도처에서 들린다. 집은 차압되고 인터넷이 끊겨 아이가 숙제를 못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50만불 100만불 들였다가 그냥 문 닫는 업소도 부지기수다. LA 한인타운 웨스턴 길에 있는 한 쇼핑몰을 가보라. 3분의 1이 비어 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꽉 찼던 몰이었다.

미국이 왜 이렇게 되었나. 믿기지가 않는다. 이전처럼 똑같이 열심히 일하고 똑같이 분주한데 왜 이 모양이 되었나. 수돗물 틀어 놓고 펑펑 눈물이라도 쏟고 싶은 심정들이다.

경기는 순환하는 것이니 때가 되면 회복될 것이다. 불황의 고통 또한 지나갈 것이다. 문제는 그 때까지 버티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기 희망의 끈 놓지 않기로 견디는 것이다.

지난 10월 26일은 박정희 서거 30주년이었다. 3만명을 괴롭혔지만 3000만명을 먹여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 그다. 때론 민주주의의 적으로 비난도 받지만 한국의 장년들에게 그는 여전히 신화다.

쿠데타 성공 후 박정희는 돈을 빌리러 독일로 갔다. 광부와 간호사들을 대거 보냈던 서독이었다. 1000m 지하 갱도에서 조국의 대통령을 보겠다고 모여든 광부들 앞에서 그는 약속했다.

"여러분의 새까만 얼굴을 보니 내 눈에 피눈물이 흐른다. 열심히 해서 반드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

조국이 힘이 없어 여러분들을 이역만리 타국의 막장까지 보냈다는 대목에선 끝내 눈물을 쏟았다. 광부들도 함께 울었다. 눈물로 눈물을 닦아 준 것이다.

지금 미국 동포들에겐 그런 희망조차 던져 줄 사람이 없다. 오바마는 너무 멀게 느껴진다. 이명박은 더 멀다. 이방인이어서 떠나간 사람이어서 미국에서도 조국에서도 이래저래 위로받지 못하는 사람들. 그래서 동포들은 더 눈물이 난다.

그렇다고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다. 이민자의 눈물을 닦아 줄 사람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것이 숙명이라면 스스로 서고 스스로 걸어 가야 한다. 이 악물고 버텨 나갈 방도를 찾아야 한다.

길은 하나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태평양을 건널 때 나는 어떤 마음이었는가. 나는 어떤 각오로 처음 미국 땅을 밟았는가.

내 눈물을 닦아 줄 이는 결국 내 안에 있다. 고통을 견디게 하는 힘도 내 안에 있다. 그것을 볼 줄 아는 것 그것이 초심이고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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