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한 대사관 침입 한인, 신병인도시 수십년 징역 가능

2019년 체포 크리스토퍼 안
"북한 외교관 망명 지원 목적"

미 해병대 출신의 한인이 탈북하려는 북한 외교관을 도와주려다 수십 년의 징역형에 직면했다. 이 한인은 지난 2019년 2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침입한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크리스토퍼 안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안씨가 대사관에 있는 북한 외교관의 망명을 돕기 위해 납치극을 만들었다가 수십 년의 징역형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는 칼럼을 실었다.

WP는 이 칼럼을 자사 칼럼니스트이자 외교위원회(CFR) 선임 연구원인 맥스 부트와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속 선임 연구원 수미 테리가안씨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공동으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칼럼에 따르면 보석으로 석방된 안씨는 왼쪽 발목에 전자발찌를 차고 지내며 이 때문에 집에서 15마일 의상을 벗어날 수 없다. 또한 오후 8시부터 오전 8시까지는 외출도 할 수 없을 만큼 생활을 제약받고 있다. 칼럼은 “안씨가 북한인들에게 자유를 주려다가 자신의 자유를 희생할 수 있다는 게 씁쓸한 아이러니”라고 전했다.

이런 생활을 하게 된 건 오직 탈북자들을 돕겠다는 안씨의 일념 때문이었다. 한국인 이민자의 아들이라고 밝힌 그는 17살 때부터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을 책임졌다. 지금도 그는 신경질환을 앓고 있는 병든 어머니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97세의 시각장애인 할머니를 돌본다.

2000년 미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이라크 팔루자 군사작전에도 참여한 안씨는 군에서 명예롭게 제대한 후 버지니아대 경영대를 졸업한 후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부인이 재판관에게 제출한 탄원서에 따르면 안씨는 평소 홈리스를 위한 구제사업에 지원해왔다.

안씨는 2009년 예일대 출신으로 지하조직 ‘자유조선’을 이끄는 에이드리언 홍 창을 알게 됐으며,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카 김한솔이 안전하게 해외로 도피하는 작전에 참여했다. 2019년에도 홍씨의 전화부탁을 받고 스페인 대사관의 납치극에 참여했다.

안씨가 연방 법원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납치극은 북한에 있는 해당 외교관 가족들이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위장한 작전이었다. 안씨는 다른 8명의 남성과 함께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으로 침입했으나 대사관 내 한 북한 여성이 2층에서 뛰어내려 경찰을 부르면서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가 위험하다는 판단에 현장에서 철수했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미국으로 돌아와 FBI에 당시 대사관 안에서 획득한 컴퓨터와 여러 문건을 넘겼지만, 체포영장 발부로 현재 도피 중이다.

현재 연방 법원은 안씨의 신병을 스페인으로 인도할지를 놓고 재판을 진행 중이다. 안씨는 “스페인이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으며 북한 공작원들이 스페인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 시 목숨이 위태롭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연화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