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시론] ‘아시안 공동체’ 의식도 필요하다

미국은 다양한 국가와 민족 출신의 이민자로 구성된 나라다. 그래서 떠나온 모국이나 민족 이름이 앞에 붙고, 뒤에 ‘아메리칸’이라는 말을 더해 특정 집단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아주 오래전 노예로 끌려온 흑인의 후손을 ‘아프리칸아메리칸’이라고 부른다.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에서 끌려와 핍박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했기 때문에 그들은 하나의 정체성을 갖기가 쉽다. 백인의 경우는 흑인과 달리, 이탈리안아메리칸, 아이리시아메리칸, 저먼아메리칸 등 그들이 떠나온 국가나 혈통을 나타내는 민족 이름을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이런 식의 백인 분류는 역사책 외에 잘 쓰이지 않는다.

백인을 가리켜 흑인처럼 ‘유러피언아메리칸’이란 용어를 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머릿속엔 ‘백인=아메리칸’이란 공식이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아 있고, 미국 주류사회는 이런 공식이 기정 사실로 여겨지도록 사회를 끌어왔다.

주류사회는 이제 점차 미국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트럼프 지지성향의 대중은 ‘백인=아메리칸’이란 구도가 흔들리는 것에 지속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그동안 백인, 아프리칸아메리칸, 네이티브아메리칸, 히스패닉아메리칸 속에 끼어 존재감이 없었던 아시안아메리칸이 아시안 증오란 부정적인 사회 현상으로 주목을 받게 됐다.

한인 이민자들의 경우 코리안아메리칸 정체성은 강하다. 하지만 범아시안, 즉 아시안아메리칸 정체성은 희박하다. 모국의 언어와 문화가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아주 어려서 이민 온 한인이나 이곳에서 태어난 2세의 경우는 1세 한인 이민자들보다 아시안아메리칸 정체성에 친숙하다.

하지만 이런 한인들도 상당수가 가정교육 때문에 코리안아메리칸 정체성이 더 강하다. 한인 이민자들은 타아시안과 우리가 가까운 공동체라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모국의 역사성을 그대로 갖고 와서 살기 때문에 일본인, 중국인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그건 다른 아시안 이민자들도 비슷할 것이라 본다. 인도와 파키스탄, 미얀마와 태국, 베트남과 중국 등은 가까우면서 멀다.

아시안아메리칸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흔히 미국에선 인도, 파키스탄까지를 아시안아메리칸의 범주로 넣고 동쪽에 있는 태평양군도의 원주민들을 포함할 때도 있다. 퍼시픽아일랜더란 이름으로 아시안과 붙여서 사용할 때도 있다.

20여년 전 1세 이민자로서 아시안아메리칸이란 정체성이 전혀 없던 시절, 아시안커뮤니티의 최대 민권 법률단체에 들어가 처음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적이 있다.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지만 당시 한인들에게 아태법률센터로 알려졌던 곳이다. 정식 명칭은 ‘아시안퍼시픽아일랜더 리걸 센터’였다. 일하는 구성원은 90%가 자신들의 부모 세대가 갖고 있던 모국에 대한 충성도가 거의 없는, 말 그대로 아시안아메리칸들이었다. 동료들도 아시안아메리칸이었고 의뢰인들도 한인 이민자는 물론, 중국, 일본,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이었다. 심지어는 그 당시 알지도 못했던 소수민족인 몽족도 있었다.

그때 느꼈던 것은 한인 커뮤니티도 아시안아메리칸이란 좀 더 큰 이익을 공유하는 공동체 속의 일원이란 것이었다. 미국에 이민 와 모국에 관심을 갖고 모국의 문화와 언어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시안아메리칸의 일원으로서 아시안 커뮤니티의 발전과 권익 신장이 우리의 이익과 직결된다는 공동체 의식을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인의 정체성을 지키는 동시에 아시안커뮤니티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윤상 / 변호사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