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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정 트리오'와 유방암

[LA중앙일보] 발행 2009/11/03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09/11/02 20:22

모니카 류/카이저병원 방사선 암 전문의

몇 년 전 내 오피스에 상담 의뢰서는 커녕 약속도 없이 홀연히 나타났던 한인 중년 여인이 있었다.

방금 유방사진을 찍고 암처럼 보여 즉시 조직을 떼어 내었다 한다. 결과도 알기 전에 유방사진 전문 의사한테서 내 이야기를 듣고 찾아 온 것이었다. 좀 어이가 없기는 했어도 그 여인의 얼굴은 걱정하는 기색이 없이 편안해 보였다. 병력 가정병력을 검사하고 진찰과 상담으로 그 날의 만남을 끝냈다.

이 여인은 가끔 친구를 대동하기는 했어도 남편이 함께 온 적은 없었다. 점점 친숙해지다 보니 집안 이야기도 하게 되었다.

듣고 보니 세 딸이 모두 우수한 음악인으로 예일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치료 당시에 동부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이 딸들은 투병 중인 어머니 곁으로 모였다. 이 여인이 살아 있었을 때 이 세 딸들은 엄마를 위해서 의미 있는 연주회를 열기도 하였다. 그 이익금을 유방암 연구에 기부했다.

유방암. 이제는 한인 여성들에게도 가장 흔한 암이 이 것이다.

이 여인은 삼 년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떴다. 삶을 포기할 때까지 늘 단정한 모습으로 병원을 찾았다. 뇌로 이전된 암을 치료받아 머리카락이 빠졌을 때에도 스카프를 멋지게 두르고 화장도 거른 적이 없었다.

이 여인의 딸 셋이 만든 '정 트리오'가 유방암 연구를 돕고 유방암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 지난 10월 25일 오렌지 카운티 성 앤드류 장로교회에서 다시 연주회를 열었다.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의 삼중주였다. 나는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애석했지만 마음은 그 곳에 가 있었다. 티켓을 판매해 모은 돈은 비영리 단체인 '수잔 G 코만 단체'에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수잔 G 코만 단체'가 생긴 것에도 아픈 이야기가 숨어 있다. 수잔 코만은 33세 때 유방암에 걸리고 3년 후인 1980년에 죽었다. 죽어 가던 수잔은 여동생에게 유방암의 근치와 이를 위한 연구를 위해 애써 줄 것을 부탁하였다.

2년 후인 1982년에 만들어진 이 단체는 유방암과 관련된 비영리 단체로서 일반인들의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행사 외에도 저소득층 여자들을 위한 조기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자선 활동과 유방암 연구비용 충당에 기여하는 등 그 활동이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3500만 달러의 기금을 갖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10만 명 이상의 자원 봉사자들이 일하고 있다.

또 요플레이나 아메리칸 에어라인 같은 회사들이 상품 판매액 가운데 일정액을 기증하는 방식으로 이 단체의 활동을 돕고 있다.

어떤 특수한 암의 근치를 위해 일한 것은 수잔의 가족들과 '정 트리오'가 처음이 아니다.

케네디 가문이 아동 암 연구에 적극적인 후원을 하고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나서는 것은 그들의 개인적인 체험 때문이었다.

얼마전 뇌암으로 세상을 떠난 테디 케네디의 아들 테디 케네디 주니어가 남아 있는 다리 하나로 스키를 타던 모습이 전세계로 보도되었던 적이 있었다.

너무나 충격적이지만 아름다워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는 12살 때 골수암으로 다리를 하나 잃었던 것이다. 미국 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쳤던 케네디 가문은 정치적으로 재력으로 그들의 카리즈마로 암 연구에 기여해왔다. 또 장애인도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 주었던 것이다.

삶은 아플 수 있어도 아름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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