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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랑 시절, 뻥튀기 기계로 생두 볶았었죠"

[비즈 & 인터뷰] 한인 1세대 커피 로스터 홍숙영씨
70년대 한국서 '난다랑' 운영
95년 한인타운서 코피아 오픈
2년전 세리토스에 새업소 열어

세리토스에서 스터드 커피점을 운영하는 홍숙영씨가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고 있다.

세리토스에서 스터드 커피점을 운영하는 홍숙영씨가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고 있다.

LA한인타운에 로스팅 커피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 전이다. 콜드브루 커피가 유행한지도 5~6년 전부터다.

하지만 이미 30여년 전 LA한인타운에 로스팅 커피전문점을 열었던 이가 있다. 바로 로스터 홍숙영(73.작은 사진)씨다.

홍씨는 2년 전 딸과 함께 세리토스에 다시 커피점을 시작했다. 스터드 로스터스 커피 하우스(Stirred Roasters Coffee House)다. 직접 생두를 매주 2~3번 볶아 낸다.

홍씨의 커피 로스터 인생은 4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즉 다시 말해 그가 젊은 세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커피 로스팅 분야에 70대 나이에 도전하는 용감한 시니어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한국의 원두 커피 업계를 이끈 1세대 커피 전문가다.



1978년 한국 커피전문점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난다랑’을 시작한 이가 바로 홍씨와 그의 남편 정영진씨다.

다방 문화였던 한국에 처음으로 커피전문점을 소개했다.

홍씨는 “남편이 커피에 관심이 많았다. 일본을 오가며 커피를 배우고 들여오면서 난다랑을 열게 됐다. 남편 덕(?)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인연을 맺은 커피였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커피는 다방에서나 마시는 음료였어요. 커피숍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죠. 다방은 어둡고 감춰진 공간이었는데 난다랑은 통유리로 밖에서 훤히 보이게 인테리어를 해놨었요. 정말 한 달은 손님이 거의 없었어요. ‘뭐 하는 곳이냐’는 질문들만 계속됐죠.”

하지만 한 달 후부터 하나둘 손님이 들더니 두 달쯤 지나서는 자리가 없을 만큼 북적였다.

난다랑은 당시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렸다. LA에서 핸드드립이 크게 유행한 게 불과 10년 전이니 얼마나 시대를 앞서갔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고소한 커피향이 퍼지면서 커피 맛 좀 아는 사람들은 난다랑에 모이기 시작했다.

“몰랐는데 그 시절에도 커피 매니아가 꽤 많았어요. 저도 깜짝 놀랐죠. 지금의 커피 전문점처럼 학생들이 공부하는 장소로 많이 활용했죠.”

난다랑이 인기를 끌면서 프랜차이즈 매장이 생겼다. 한국 프랜차이즈 사업의 시초였다.

“지금처럼 프랜차이즈 비용은 없었어요.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이름을 빌려주고 커피빈을 공급하는 정도였으니까요. 당시 87개 점까지 늘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홍씨는 당시 일본에서 생두를 들여와 한국에서 로스팅을 해서 매장에 공급했다.

“당시 제대로 된 로스팅 기계가 없었어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뻥튀기 기계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기지만 밤새 뻥튀기 기계를 돌려서 커피를 볶았죠. 근데 정말 맛있더라고요(웃음).”

미국으로 자녀들과 이주한 홍씨는 1991년 ‘미세스 J’라는 이름으로 로스팅 사업을 LA에서 시작했다. 1995년 6가와 베렌도에 있는 ‘코피아(Koffea)’를 열었다.

LA한인타운 로스팅 커피전문점의 시초다. 2000년 매각 후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커피 공장 사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한동안 손을 놓았던 홍씨는 2년 전 스터드 커피점을 인수했다. 그리고 다시 커피를 볶는다.

“스터드 커피의 장점은 아무래도 프레시함이죠. 그리고 직접 블랜딩한 커피가 차별화된 점이죠. 요즘 로스팅 커피점들은 싱글 오리진은 많지만 블랜딩 커피를 많이 소개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들만의 커피를 블랜딩해 보는 것도 좋을 텐데요.”

그는 젊은 로스터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난 구닥다리에요. 오히려 배워야죠. 전 따로 로스팅을 배워 본 적도 없어요. 옛날식으로 직접 구우면서 익히고 책을 통해서 배웠죠. 근데 아세요. 지금 유행하고 있는 게 모두 옛날 거라는 거 …. 요즘 유행하는 콜드브루도 30년 전에도 다 있었어요. 옛날 것을 끄집어내어 유행을 시켜 놓으면 새로운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 옛것이죠.”

그는 좋은 커피의 기준은 따로 없다고 강조했다.

“커피는 기호식품이에요. 좋은 커피란 내 입맛에 맞는 커피죠.”

홍씨는 커피점이나 로스팅에 도전해보고 싶은 중장년층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다고 전했다.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커피 맛이 있듯이 중장년층이 좋아하는 커피 맛도 있지 않나요. 커피는 인생에 맛이 들어가 있어요. 연애할 때 공부를 할 때 인생을 살아오면서 가졌던 그 감정들이 커피에 들어가 있어요. 그때의 그 감성으로 커피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겠어요.”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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