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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후의 디지털 라이프

제페토(ZEPETO)를 아시나요? 들어본 적이 있으면 디지털 라이프에 아주 뒤처진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만나는 50대들에게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그게 뭐예요?’라고 묻는다. 제페토는 네이버 제트가 만든 증강현실 아바타 앱이다.

디지털 라이프는 디지털 세계를 삶의 공간으로 가져와서 활용하고 즐기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활용법을 익히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디지털 라이프는 젊은이의 전유물이 아니다.

제페토가 10대들의 디지털 라이프라면 시니어들에게도 적합한 디지털 라이프가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가상현실, 게임, 인공지능 등이 해당된다. 아쉽게도 이를 활용하는 사람이 아직은 소수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그야말로 오롯이 고령자들이 수요하는 영역이다. 만보 걷기를 효과적으로 측정해줄 수 있는 앱, 스마트폰 케이스에 부착해서 심전도를 측정하거나 영화 ‘스타트렉’에 나오는 트라이코더(Tricorder)처럼 신체 활력 징후를 체크해주는 장치들이 그 예다. 부정맥 환자들은 스마트폰 심전도 측정으로 평상시 자신의 심장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우울증이나 치매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게임도 있다. 시 히어로 퀘스트(Sea Hero Quest)라는 게임은 가상 현실에서 보트를 타고 항해하는데 플레이어의 공간지각 능력을 감지해서 치매를 초기에 진단할 수 있다. 인터넷 장기나 바둑에서 벗어나 다양한 전략 게임을 즐겨도 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게임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관계망을 확장할 수 있다.

이처럼 노후의 게임은 사행성이나 중독의 관점이 아닌 라이프의 관점에서 보면 범위가 넓어진다.

그뿐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가상현실에서 살아볼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이라는 영화를 한 번 보시라. 가상현실, 게임, 가상화폐로 움직이는 세계를 보여 준다. 미래 관련 책 여러 권 읽는 것보다 미래 사회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미국 은퇴 커뮤니티에서는 고해상도 가상현실 헤드셋을 사용해 노인들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방문하는 등 가상 여행을 즐기고 있다. 놀랍게도, 예전에 자신이 살던 동네로 여행할 수도 있다. 어릴 때 모습으로 고향에서 엄마와 같이 노는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될지 모른다.

인공지능이 장착된 애완견 로봇이나 말벗 로봇을 통해 노후의 고독을 달래 줄 수단을 가질 수 있다.

시니어들이 디지털 라이프를 잘 활용하면 4차 산업혁명이 확산되어 경제를 성장시키는 효과도 있다. 게임은 젊은이들 대상으로 시장이 국한되어 있는데, 중년층 이상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을 수 있다. 게임 하나에 투자되는 거액의 투자금과 고용 인력을 감안하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고령자들을 위한 가상공간이 활성화되고 여기서 소비를 한다면 고령자의 소비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

아쉽게도, 퇴직자 교육 현장은 아직 트렌드를 못 따라가는 것 같다. 대부분 재무설계, 연금, 건강보험, 취미, 귀농·귀촌, 일자리등 비슷한 과목들이다. 그 외에 스마트폰 활용법, 유튜브 제작하기, 사진 찍기, 블로그 만들기처럼 디지털 기초 학습 과목도 가끔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디지털 라이프를 가르치는 곳은 못봤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라이프 교육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시니어는 현실 삶에서는 베테랑이지만 디지털 라이프에서는 젬병이지 않은가.

디지털 라이프는 인생 후반전의 경험을 훨씬 풍부하게 해 줄 것이다. 베이비부머들에게 디지털 라이프를 누릴 기회가 왔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자신의 노력에 따라 이를 누릴 수도 있고 전형적인 노년을 보낼 수도 있다. 길의 선택에 따라 디지털 라이프 격차(divide)가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실제 노후 삶의 격차도 가져오게 된다.

수명이 길어지고 노후 시간이 많아지는 때 디지털 라이프를 삶의 한 양식으로 받아들이기를 권한다.


김경록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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