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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우주 대항해 시대

42년 전인 1979년 개봉된 영화 ‘에일리언’에는 민항 우주선 노스트로모가 등장한다. 우주선은 외계 행성에서 채굴한 광물을 정제하는 시설을 지구로 예인하고 있다. 우주선의 운항은 인공지능 ‘마더’가 맡고 있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승무원 중에는 인조인간이 있다.

과거의 상상도가 미래의 현실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에일리언’에 등장하는 민간기업의 우주선과 인공지능, 인조인간은 42년이 지난 지금 실현 가능한 현실이 됐다.

민간 우주선이 오랫동안 상상의 영역이었던 것은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과 시스템, 인력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민간 우주선 사업은 이익을 낼 수 없었다. 이익이 없는데 돈과 인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것은 국가밖에 없다. 국가라고 하지만 대체로 미국과 옛 소련 정도였다. 여기에 일본과 인도, 중국 정도가 추가됐다.

2000년대 초부터 민간 우주회사로 미국에서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이, 영국에서 버진 갤럭틱이 등장했고 사람들은 지리적 발견과 지구적 차원의 무역, 식민지 경쟁을 촉발했던 대항해 시대에 빗대 우주 대항해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 사이의 미사일지침이 종료됐다. 43년간 한국이 만드는 미사일의 탄두 중량과 사거리를 제약하던 규정이 사라졌다. 지침 종료와 함께 2024년 연방 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참가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의 우주 진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한국의 주력 산업은 모두 뒤늦게 시작해 성공했다. 자동차 산업은 자체적으로 무기를 생산해 2차 대전을 치렀던 나라가 지배했지만 한국은 후발의 후발 주자로 뛰어들어 성공했다. 반도체는 반도체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 ‘그거 되겠어’라는 회의론을 딛고 오늘에 이르렀다. 우주 산업도 다른 국가와 비교해 한참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마침 제약이 사라지고 달 탐사에 참여할 기회가 열렸다.

민간 우주산업의 선두주자인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의 꿈이 낳은 것처럼 보이지만 오랫동안 국가가 우주 개발을 주도한 미국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동안 국가가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어 배출한 전문인력과 노하우가 없었다면 스페이스X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금도 스페이스X의 주요 수익원은 연방 항공우주국(NASA)이다. 대신 NASA는 재사용 로켓 등을 개발해 비용을 절감하는 스페이스X에 사업 일부를 맡기면서 예산을 아끼고 있다.

대항해 시대는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증명한 과학의 성취와 항해술.선박 건조 기술의 발달,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모든 것에 앞서 대항해는 금보다 비쌌던 후추 같은 향신료를 구해 돈을 벌려는 욕망에서 출발했다.

우주산업도 대항해 시대 초기처럼 과학과 기술, 투자, 욕망이라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국도 참여하게 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협약에는 “우주조약을 위반하지 않는 수준에서 우주 자원을 추출하고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달에서 희토류 같은 광물을 채굴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달 착륙 경쟁에서 옛 소련을 이긴 미국은 우주개발 예산이 삭감되면서 화성 탐사계획을 취소했다. 이제 미국은 중국을 배제하고 파트너 국가와 연합해 다시 달 탐사에 나선다. 미국이 이제 와서 패권 경쟁으로 달 탐사에 나섰을 가능성보다는 상업적 이용 같은 실질적 이익을 추구할 것이라는 시각은 설득력이 있다. 우주의 후추, 우주의 희망봉이 나올 수 있는 시대에 한국도 우주 대항해 선단에 참여할 희망이 생겼다.


안유회 사회부장·국장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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